대체 세상과의 접점은 어디인가요
뭐만 했다 하면, 몸을 갈아 넣으며 열심히 했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을 쪽 다 짜서 넣었다.
내 것만 그랬다면 다행인데, 그걸 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정신력마저도 같이 갈아 넣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래서, 20년을 알고 지냈으며 10년을 같이 산 그 사람은 내가 뭘 벌인다고 하면 벌써 저만치 도망가 있다.
속된 말로 내가 한번 미치면 집안 전체가 다 같이 위태하게 미쳐 돌아가는 형상이니 그럴 만도 하다.
부끄럽다.
그래서 마흔이면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영국에서 결심했더랬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그 흔한 말은 정답이었고, 그냥 요행수를 기대했던 것에 지나지 않았던가보다.
혹은, 여건이 좋아져서 그렇게 될 일이 없거나 말이다.
하지만 조물주가 그렇게 녹녹하던가, 심심할 새 없이 역경과 시련은 꼬리를 문다.
2020년 얼굴 정면으로 고스란히 맞은 역경은 코로나와 부동산이다.
그제는 너무 에너지를 많이 들여, 그 20년 알고 지낸 사람을 그리고 났더니 더 들일 에너지가 없었다.
또 그렇다고 그냥 자기엔 허전해서, 뭐 하나 대충 그리고 자자며 30분짜리 소품을 그렸다.
인스타와 페이스북에서 주변인들의 반응에 어리둥절해졌다.
"팔아도 되겠다"부터, "사진인 줄 알았다", "재료 특유의 두터움이 드러난다", "원본 사진이랑 비교가 안되게 좋다".. 등..
이상하다. 그리고 좀 과한 반응이다.
수월하게 그렸고, 30분짜리 그림인데...
여전히 세상과의 접점을 모르겠다.
40년 가까이 살았는데, 아직도 세상의 코드를 모른다니 참 안타깝네 자네, 쯧쯧..
힘을 뺐거나, 저 심연에 건드릴 수 없는 애정이 존재하는 대상이거나, 둘 중 하나가 그 비밀번호의 몇 자리인 것 같다는 느낌만 어렴풋...
브런치에 쓰고 있는 글도 그 접점을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야심차게 쓴 글은 되려 다 식은 밥 마냥 굴러다니기도 하고 말이다.
어쩌면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던 사실, 인정하면 길을 잃으니까요.
알고 있지만, 자식에게는 비밀로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