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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ribblie Oct 12. 2020

엄마의 얼굴에 시간을 얹을 수는 없었다.

시간은 죄책감도 없나.

오늘 오전도 야속하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라니.

시작도 하다만 월요일 오전이건만.


시간은 미안한 감도 없나보다.

아무리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시간은 빛과의 상대성이라지만,

시간은 빛과 같은 속도로 나를 떠나간다.


며칠 전엔 런던 시내에 모시고 나갔다 찍었던 엄마 사진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리기를 그토록 꺼려했던 20년 알고 지내고 10년 같이 산 사람을 그렸을 때랑은 종류가 다른 어려움이었다.

오래 보고 살아온 사람일 수록 그리기가 어려운 걸까.


나는 엄마를 곱게 그려야만 했다.

엄마 얼굴에 세월을 내 손으로 얹어 놓을 수 없었다.

너무 잔인하다.


1990년에서 온 2018년 우리 엄마 @20.10.10.



그려놓고 나니 40대의 엄마가 내 앞에 있었다.


변명해본다.

그림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내 마음에 기억되어 있는 엄마는 내 10살 언저리의 생생한 튤립같은 엄마라고.


나이가 든 것인지, 요즘은 문득 한번씩 아직 내가 이만큼이라도 젊다는 게 섬뜩하게 다가온다.

상태를 두 번 정도 점프한, 왜곡된 감정이다.

‘아주 쉽게 내가 엄마 나이에 도달해있을 것이라는 깨달음 - 아직은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젊다는 자각 - 마치 늙은 내가 지금의 나로 찰나의 시간 여행을 와 있는 혼란한 느낌’

이런 의식의 흐름이다.


이쯤되니, 우리 엄마의 시간을 집어삼킨 ‘시간, 너는. 죄책감도 없나’ 빚독촉이라도 하고 싶다.

아니면 빛의 등에 올라탈까. 시간이 멈추도록.


가볍디 가벼운 그림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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