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평범한 패배자들을 위한 가을 위로
가을을 탄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니
남사스럽다.
없었던 일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고
대체 왜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냐.
지난 여름 뜨겁게 들끓었던 일들은 앞으로 평생을 메고 가야 하는 일이니
그림 한 장, 글 한 자로 살짝 덮으며 지내오고 있었던 것이 바뀐 것도 아닌데
새삼스레 귀국했던 때처럼 다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황망해하며
이 나이에 갑작스레 이유도 없는 심경의 변화라니,
정말 단연코 가을 탄다는 말을 붙이고 싶지 않다.
가을 탄다는 건 나름 한가롭던 이십 대 초반에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우습다.
그러지 말자, 가을을 탄다니.
그렇게 나를 위로하고자 ‘나를 위한 대충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위로가 되지 않아, ‘대충 글’도 써본다.
어쩌면 나처럼 가을 탐에, 어이없고 남사스럽다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끄러운 자가 또 있을지도 모르니...
함께 부끄러워하자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