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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ribblie Jan 17. 2024

이케아가 가장 쉬워었어요

영국 살림 구입기

 사무실의 레슬리는 중고 체리티샵에서 가구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서울촌놈에게는 '체리티샵은 뭔데? 어디 있는데? 아니 지금 난 그런 걸 연구할 여력이 없어.' 하는 마음만 들었고, 우리는 그래도 2014년에 한국에도 개장해서 사용에 익숙한 이케아를 향했다. 가장 가까운 이케아는 크레이돈에 있었고 이케아에 갔을 때 그간의 긴장이 다 풀리며 어찌나 마음이 편하던지 나도 이런데 하물며, '스웨덴 사람들은 세계 어디를 가나 이케아만 가면, 우리가 어느 나라를 가든 이마트나 홈플러스가 있는 기분이겠구나, 마음 참 편하겠어.'싶었다.

어쩜 배경 인물들만 바뀌었지 이케아는 그 이케아 그대로.
적응 = 시스템의 친숙함이었다.
영국 하늘에 휘날리던 스웨덴 국기. 스웨덴 사람들은 좋겠다. @이케아 크레이돈


  글로벌 쇼핑몰 이케아가 참 고마웠던 순간이었다. 소파, 침대, 매트리스, 이불, 배게, 냄비, 커틀러리, 국자, 냄비받침, 젓가락, 휴... 그냥 이케아를 통째로 다 사서 옮기다시피 했다. 근처 마트나 백화점에서도 젓가락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역시 이케아였다. 우리는 덩치 큰 소파와 침대 프레임, 매트리스 같은 것들은 배송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카니발 수준의 큰 차를 사거나 빌려서 다 싣고 오는 정착민들도 있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다 날라 옮기는 신체적 고생은 덜었지만 배송이 오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해서 한동안 냉골 바닥에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 어려웠는데, 그분들은 몸 고생은 했어도 빠르게 온기도는 집으로 만들어 마음은 빨리 정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착 스타일은 제 각각이다.

우리의 정착을 책임졌던 이케아. 덩치 큰 건 배송, 작은 건 트렁크로 고고.


 가전은 이케아에서 살 수 없었으니, 우리나라의 하이마트 같은 곳이 있을까? 아니면 홈플러스나 이마트처럼 큰 마트 한 구석에 커다란 가전 코너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정찰병이 근처 꽤 큰 M&S와 Sainsbury's를 둘러보았지만 우리의 상상처럼 손쉽게 가전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없었고, 급했던 전기난로 하나만 간신히 사 올 수 있었다. 런던 시골 킹스턴은 나름 런던 서남부 상업중심이었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스템이 달랐던 것 같다. 우리처럼 종합판매장이라는 성격으로 마트가 작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존 루이스 백화점에 각종 가전이 있어서 그곳에서 괜찮은 가격으로 건조기와 다이슨 청소기와 드라이어를 살 수 있었다. 가전이나 가구 등 가격 덩치가 큰 물건들은 되팔 때를 생각해서 영수증을 잘 챙겨두면 좋다. 2년 뒤에 그 정도 가격은 생생하게 기억날 것 같지만 어쩜 그렇게 까마득 기억이 안 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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