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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ribblie Jan 17. 2024

패션의 도시 런던에서 서민이 입고 사는 법

 런던은 그 유명한 패션의 도시이다. 버버리니, 비비안 웨스트우드 같은 초고가부터 테드베이커나 타미힐피거 같은 적당(?)한 가격의 명품 브랜드도 많다.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고가(?)로 팔리는 M&S는 의류로는 마트격의 중저가 브랜드이다. 하지만 패션의 도시 런던은, 직장에서도 길거리에서도 그렇다 할 멋쟁이들은 잘 보이지 않고, 토끼에 새에 풀꽃이 그려진 몇십 년 된 옷도 아무렇지 않게 입고 다는 게 런던의 또 다른 모습이다. 런던을 시티 오브 런던이라는 가장 핫한 지역에 한정시킨다고 하더라도 평균 멋짐은 모두들 화보에서 뛰쳐나와 걸어 다니는 듯한 서울이 높지 않을까. 한번은 런던에서 잘만 입고 다니던 옷차림 그대로 유로스타를 타고 프랑스로 넘어와 파리에 발을 내딛은 순간 내 몸에 그려진 새며 토끼며..순식간에 부끄러워져 창백해지는 것을 느꼈다. 패션이라면 오히려 서울과 파리가 더 코드가 맞는 게 아닌가 싶었다.


 영국은 대부분 서로의 계층을 넘보지 않으며 사는 명백한 계층사회다. 계층 사회라는 걸 또 다른 말로 하자면, '모든 계층이 살만한 사회적 구조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흔히 계층 사회라고 한다면, 계층으로 차별받는 사회라는 의미가 본연의 의미이겠지만 영국에서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의복 쇼핑에 있어서도 근처도 갈 수 없는 고가 명품들의 세상도 있지만, 그 하이엔드 유행을 살포시 따라가는 저렴한 의류 매장들도 있다.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두 곳은 서민은 또 서민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지게 한다.


아직도 몰랐다고? Primark

 영국 직장에서 생활하며 매달 나와의 1:1 미팅을 맡아주었던 Chloe가 화들짝 놀라며 "Primark에 안 가봤다고?!"라며 그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그때는 뭐 대수롭지 않은 의류종합매장을 모른다고 그 난리인가 싶었다. 그런데, 프라이마크는 꼭 알아야 한다.

 한국에도 중국 싼 옷이 막 유입되던 때라 옷값이 비싼 건 아니었지만, 중국 OEM으로 싸게 파는 옷들은 면도 뻣뻣하고 프린팅 냄새도 심했다. 그런데 Primark는 신세계였다. 면이 그렇게 보드랍고 석유냄새라곤 없는 포근한 냄새의 옷들이 몇 천 원이었다. 쑥쑥 자라는 아이들 한철 옷을 무거워 못 들고 갈 정도로 가득 구매해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지경이었다.

실속있는 옷 한 가득

  Primark에 가면 속옷부터 손톱 끝까지 다 세팅할 수 있었다. 겉옷은 물론, 속옷, 양말, 신발 잡화, 미용도구들 그리고 인테리어 용품들도 즐비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좋은 옷들이 이런 가격이냐며 눈이 정말 휘둥그레졌었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도 사랑하는 아이템은, 처음에 2만 원 가격에 산 검은색 로퍼를 신나게 신고 다니는데 한 달 뒤에 다음 계절상품이 나오기 시작할 때쯤 그 신발이 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져서 황토색 신발까지 사서 지금까지 신고 있는 신발이다. 영국 신발은 가벼운 비에는 웬만해선 방수라는 점이 특히 좋다.

미용 용품도 휘황찬란
인테리어 제품도 매장 지하 반층이나 차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같은 철이 되면 행사성 스웨터나 저렴한 파티복도 나와서 서민들도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시시때때로 영국 사회에 일어나는 행사를 즐기며 자신들만의 소사이어티에서 자신들만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초저렴하고 실속 있게 구매하자면 Primark, 조금 더 돈을 쓰자면 M&S, 그 위로는 John Lewis에서 옷을 사면 되지 않을까.

Primark에서 샀던 귀여운 크리스마스 파자마와 슬리퍼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TK Maxx

 처음 정착할 때였다. 소개해준 분을 무시할 수 없어 건너 건너 소개받았던 낯설었던 한인 분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에서 이제 본인은 TK Maxx가 아니면 물건을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때는 뭐길래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프랑스에서 사는 친구도 런던에 와서는 프랑스에도 TK Maxx같은 곳은 없다며 싹쓸이를 했고, 한국을 떠나며 “내가 왜 이 좋은 걸 이제서야 다니기 시작했을까”라며 가장 아쉬웠던 게 TK Maxx였다는 사실.

 쉽게 말하면 TK Maxx는 철 지난 명품들을 옷, 신발, 잡화, 주방용품 할 것 없이 파는 곳이었다. 영국은 옷들의 순환이 빨랐는데, 우리는 옷의 주기가 반년에서 1년의 느낌이라면 영국은 분기가 무섭게 제품 라인업이 바뀌었다. 한국식으로 생각하고 다음 계절이 반복될 때 다시 살 수 있겠지 했는데 다시는 지난 제품 라인은 만날 수 없었다. 그 물건들이 다 철 지난 상품을 파는 곳에서 재판매되나 싶을 정도로 철이 지나기만 하면 비쌌던 명품 옷들을 싼 값에 살 수 있었다. 1년, 2년 지난 것이 아니라 직전 철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았던 것 같다. 물론 모든 종류의 모든 사이즈가 있는 것은 아니고 잘 고르는 재주가 있기는 해야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물건을 찾아보면 선택권이 어마어마해져서 밤마다 시간 가는  모르고 물건을 스캔하고 있게 되는 개미지옥이 따로 없다. 온라인에서 주문해서 집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매장에서 수령하는 걸로 해서, 매장에서 바로 박스를 열고 사이즈나 물건의 하자를 확인해서 적절치 않은 물건은 바로 매장에서 환불하곤 했다. 지금도 다시 영국에 가게 된다면 비행기도 타기 전에 바로 TKMaxx에서 물건을 주문해서 숙소로 배달시킬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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