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서비스 신청
집 계약서가 여러분 손에 쥐어졌으니 이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입주 전까지 할 수 있고 하면 좋은 일처리들, 제세공과금이나 서비스 신청의 효율적인 신청 순서와 방법을 안내합니다.
요즈음은 몬조나 레볼룻(revolut)과 같이 우리나라의 카카오뱅크처럼 쉽게 개설되고 한국과의 송금들이 수월한 인터넷은행들도 있어서 장기체류하는 경우에도 영국의 대표은행인 Barcley나 HSBC를 고집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1 금융권은 카운슬텍스나 본인 이름으로 받은 기타 고지서 또는 임대차계약서(Tenancy Agreement)가 필요하지만, 인터넷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개설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번씩 Aztec은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단말기에 붙어있는 경우를 보거나, 거래 은행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HSBC라고 하면 큰 은행이니 문제가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1 금융권에서 계좌를 어렵게 개설한 보람이 느껴졌었다.
그런 것을 몰랐던 우리 같은 경우나, 그래도 영국 땅에 발을 들였으니 이 기회에 영국 소재 제1금융권에서 계좌 개설을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제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임대차 계약서와 재정증명, BRP, 여권을 갖고 은행을 방문하면 되는데, 우리나라처럼 당일 20분 내에 개설될 것을 기대하면 실망이 크다. 그래도 영국이니까 바클레이를 가보자며 갔다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기다려서 직원을 만날 수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옆에 앉은 영국인들(영국인들도 괜찮아서 참는 것은 아니다.)의 불만스러운 제스처를 보며 1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 직원은 불친절까지 해서 옆에 앉았던 영국 할머니가 우리 대신 화를 내주고, 정말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며 우리를 위로해주며 차라리 HSBC가 좀 더 낫다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은행 벽에 부딪힌 첫날 책에서만 읽었던 이해할 수 없는 느림과 기다림의 쓴맛을 보고 에어비앤비 숙소로 돌아왔다. HSBC에서 계좌를 트던 날 ‘느림과 기다림’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훗날 아이는 HSBC로고를 볼 때마다, “내가 갇혀 있었던 곳, 3시간이나 갇혀 있었던 곳”이라고 영국을 떠나던 날까지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게 되는, 강하게 각인된 곳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SBC라고 해서 은행에 발들인 첫날 계좌를 개설해주는 직원을 만날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은행을 들어서면 프런트에 직원들이 태블릿으로 계좌 개설을 위한 미팅 예약을 잡아준다. 우리는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집 계약서가 생기기 전에 부동산에서 발급했던 Balance Invoice를 들고 첫 미팅에 갔었지만, 그걸로는 개설이 되지 않았었다. 제출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대부분의 내용을 제출하고 나중에 임대차계약서를 추가 제출함으로써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은행업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계좌 개설에 필요한 서류와 절차, 계좌와 카드의 종류, 카드가 도착하는 방법과 사용법, 그 외 수표를 받았을 때 입금하는 방법들을 따로 다뤄볼까 한다.
은행계좌를 개설했다는 것은, 자동이체 Direct debit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고, 이제 많은 서비스를 등록하고 할인받을 수 있다!
미리 말하지만,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인터넷 설치이다. 우리처럼 전화하면 다음 날 와서 완벽하게 설치해주고 가면 얼마나 좋을까?! 신청일부터 장작 21일이 걸렸다. 그러니 확실한 주소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신청할 필요가 있는 것이 인터넷이다. 우리는 TalkTalk이라는 사업자를 선택했었다. 신청하면 사람이 오지 않고 단말기와 공유기가 우편으로 덜렁 도착한다. 그러고도 2주쯤 후에 설치기사가 집을 방문하였다. 선을 끌어와야 한다던지 그런 문제가 없어서 설치 후 바로 사용할 수 있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12개월 계약을 했는데, 12개월이 지나면 자동 갱신되는 구조가 아니어서 무심코 있다가 비싼 값으로 나머지 1년을 사용했다는 쓰린 일이 있다. 계약 만료를 잘 챙겨서 할인가로 사용토록 하자.
국내에서 구매했거나, 공항 자판기나 매장에서 구매한 유심을 한국에서 통신을 사용하는 방식의 계약 관계가 아니다. Top-up이라는 방식인데, 한번 금액을 충전하고 떨어지면 또 충전해서 쓰는 방식이라고 한다. 필자는 주소가 생긴 이후 영국의 대표 통신사인 Three에서 12개월 계약을 했는데, 12GB의 후하디 후한 데이터를 주는데 자동이체를 걸었더니 5파운드 할인되어 15파운드에 그런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전화와 문자도 2년간 사용하면서 단 한 번도 추가 비용을 낼 필요가 없을 만큼 넉넉했다. 물론, 유럽에서도 유럽 통신사들과 제휴되어 추가 비용 없이 쓸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왜 쌀까, 왜 이토록 쌀까. 우리처럼 3사가 경쟁적으로 땅속이든 물속이든 허허벌판이든 통신이 되도록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존 루이스 백화점 지하 주차장, 그리고 겨우 지하 1층인 웨이트로즈에서도 인터넷도 전화도 안 되는 게 웬말인가?!
통신사는 Three가 좋으니 EE가 낫니 말들이 있지만, 사실은 위치에 따라 두 통신사가 교차적으로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했었다. 영국에서 만난 미국인처럼 유쾌했던 흑인 직원이 생각난다. “EE?”, “이~이~~”하며 엄지를 내려 보이던 그 직원이 그 매장에서 사라진 이후에도 한 번씩 그가 있나 들여다보았었다.
당장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너희 집을 수색하겠다는 경고장이 날아든다. TV License라니,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마치 운전면허증처럼 티브이도 면허증인가 싶으다. 우리에게 공중파 수신료 같은 것인데, 설령 브로드밴드를 쓴다고 해도 내야 하는 것이라고들 했다. 수신료가 연에 20만 원 정도로 우리와 비교하면 무지막지 비싼데, 철학이 공고한 양질의 어린이 프로그램 채널을 보고 있노라면, 볼 수만 있다면 그 수신료 한국에서도 내고 싶을 지경이었다.
영국에서 한국처럼 가장 빠르게 설치되는 것이 정수기였다. 신청하고 3일 되던 날 설치되었던 기억이 있다. virgin Pure 정수기를 썼었는데, 우리처럼 정수기를 관리해주는 관리인이 정기적으로 들르는 시스템이 아니다. 6개월에 한 번 갈아야 하는 필터나 전구를 보내주는데 비록 관리를 직접 하긴 해야 했지만 낯선 나라에서 아이와 둘이 사는데 낯선 이를 집에 정기적으로 들여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석회물을 걱정하지 않고 국도 끓이고 야채도 마지막 헹굼하고, 뜨거운 물이 나오니 차도 쉬이 마시고, 매번 물을 사 먹지도 않아도 되어서 덕분에 편히 지냈다. 집을 빼기 2일 전에 정수기를 해체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이 2일간 마시고 요리할 물을 사다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2년 간의 정수기에 대한 고마움이 욱- 올라왔다.
여기까지가 입주 전에 할 수 있는 준비이다. 다음부터는 입주 후에 차례로 날아오는 레터들에 대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