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못하지 알았는데도 안 하면 반칙, 거주비자 없어도 이용할 수 있는 런던의 구립문화센터! 남녀노소 운동부터 예술, 문화, 언어, 보육까지 아우르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이다. 게다 사교육 비용이 무시무시 비싼 영국의 사설시설이나 개인교습에 비해 정말 저렴한 편이다. 아이에게 영국의 일상 문화와 영어 경험의 폭을 다양하게 넓혀주는데 이만한 것이 있을까? 시간만 맞다면 아이가 수업을 들어간 사이 엄마도 운동을 하거나 영국만의 도자기나 패치워크 같은 취미활동을 배워보면 어떨까?
영국은 딱히 주민등록번호라는 것이 없기에 무엇을 등록할 때도 그런 것을 적는 일이 없다. 필요한 것은 주소와 이메일 수강료 납부가 전부이다. 그러니 한국처럼 꼭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다던지 하는 것도 아니고, 거주비자나 영주권이 없어도 되고, 한국처럼 한 달 단위로 수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이나 일주일 등록을 해볼 수 있다. 브로셔를 보면서도 이게 1회 차 수강료라는 것인지, 한 달 수강료라는 것인지, 한국적 이해를 기반으로는 뭐든 처음은 이해가 어려웠다. 아무런 장벽이 없으니, 걸어 들어가 브로셔를 들고 동그라미를 치고 "이거 신청하고 싶어요"라고 말해보자.
아이 학교 생활 일주일 만에 이스터 방학이 왔었고 학교 생활이 채 적응되기도 전에 기나길다는 여름방학이 왔다. 그즈음 퇴근길에 Keep your children Busy!라는 현수막을 보고 "애들을 바쁘게 하라고?" 그전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이야기였다. 한국의 아이들은 보통 다들 너무 바쁘고, 청개구리 같이 아이를 역류로 키우고자 했던 때였다. '애들에게는 여유를 주고 지루해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줘야 하는 거 아니었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영국 아이들은 보통 너무 심심할지도 모른다. 방학에 아이들을 지루하게 방치하는 것보다 뭔가 활동을 좀 시키라는 상술일 터이고, 아무리 바빠도 한국의 여유보다는 여유로울터이다. 물론, 영국도 한다하는 집은 한국 아이들 뺨치도록 바쁜 것도 사실이지만, 평균치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차이일 것이다.
각 보로우(구청)마다 몇 개쯤의 문화센터가 있다. 센터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유럽 최대 한인타운이 있는 뉴몰든에 위치한 몰든센터의 아이들 프로그램을 소개해본다. 처음 경험한 것은 그렇게 여름 방학이었다. 할머니가 오셔서 출근한 시간 동안 봐주시긴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달 이상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은 꺼림칙했다. 아직 영어가 익숙지 않아 학교에서도 빠르게 이해하고 움직여야 하는 PE 체육시간을 싫어했기에 그렇게 인기가 좋다는 짐네스틱 같은 운동은 리스트에서 뺐다. 아이가 좋아하는 쿠킹클래스와 크라프트 수업을 한 번씩 신청하였고 아이가 좋다고 해서 다음 주에도 추가로 등록을 했다.
역시 영국의 가장 인기 스포츠 축구가 브로셔 제일 앞에 있다. 접수처에 문의했을 때 트램펄린과 짐네스틱은 너무 인기가 많아서 학기 중 수업에는 대기를 걸고 몇 달에서 어쩌면 몇 년까지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앗살하게 포기했다. 같은 반 친구가 짐네스틱을 한다고 했고 실제로 아이가 도자기 수업을 갈 때마다 만난다고 했다. 댄스 수업도 있고 보통 무술이라고 하면 영국인들은 쿵푸를 떠올리는 것 같고 브로셔에 Tiger Club이 바로 쿵푸 수업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 최대 한인타운 안의 센터답게 성인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태권도 수업도 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일일체험수업으로 만들어진 컵에 색칠을 하는 정도의 도자기 수업이 많지만, 이곳에서는 방학뿐 아니라 학기 중 정규 과정으로도 개설되어 있었다. 게다 한국에서는 도자기 수업은 비싼데, 석 달에 10만 원 정도의 비용이니 영국에서 들을 수 있는 가성비 갑인 수업이다.
영어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데, 영어는 경험해본 것은 잘 들리고 잘 말할 수 있지만, 새로운 분야의 영어는 또 초보처럼 안 들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다양한 영어 경험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반죽하다 보면 양 머리를 닮게 되어 붙여졌다는 반죽 작업(Wedging), 초벌(Bisque firing), 유약칠(Glazing), 재벌(Glaze firing), 물레로 만드는 방법(Wheel), 물레를 이용하지 않고 손으로 만드는 방법(Hand Building), 코일로 만드는 방법(Coil), 밀대로 밀어서 만드는 방법(Slab), 흙의 이름, 유약의 종류와 과정 등, 그 외에도 새로운 분야를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영어들을 접할 수 있게 된다.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없는 언어 수업이 없다. 정말 들어보게 하고 싶었던 수업이 프랑스어 수업이지만, 끝내 거부하여 해보지 못했다. 영국인들은 뭐든 참 휴머니즘적이라 할 정도로 편안하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는데, 뭐 그만큼 습득 효율은 떨어질 수도 있다. 배움에 있어서 마저도 소박하게 느껴진달까? 브로셔에서 한국어 수업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었는지 모른다. 한인타운에 있는 센터라 그런가 보다.
그 외에도 어른들 수업도 있고, 헬스장, 요가 등 수업이 있는데, 그냥 아이들 돌봄을 해주는 Creche도 있으니, 아이들을 경험 삼아 맡겨볼 수도 있겠다.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 집안이 아이들 생일 파티 사업으로 부자가 되었다고 했던가? 지금은 전 세계에 모두 흔한 파티용품 배달을 인터넷이 있기도 전 1980년대 시절부터 배송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 명성에 걸맞게 영국은 가든파티, 생일파티 등의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데, 몰든센터에서도 아이들에게 에어바운스 놀이터, 남자아이들을 위한 축구 파티, 수영장 파티, 도자기 파티와 같이 다양한 파티를 기획하고 있다.
이런 기회에 아이만 보내고, 군침만 흘리고 있자니 아쉽다. 아이 보랴 집안일하랴 일하랴, 사정이 여의치 않지만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다면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수업들이 있으니 찾아들어볼 수 있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늘 브로셔를 바라만 봤던 아쉬움이 어제일 같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여기저기 찾아보면 무료 공연이 꽤 있다. 브로셔에서 이 부분을 잘라가면 무료 콘서트에 참석할 수 있다. 대단한 공연은 아니겠지만, 영국 사람들은 이런 소소한 콘서트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두려워 말고 접수대로 직진해보자.
(브로셔 출처 : Place Leis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