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처럼 아이를 데리고 떠났다-영국 교육

왜 아이를 영국에 데리고 갔니?

by Scribblie

이민 가고 싶은 이유 1번! 요즈음은 미세먼지 덕에 선택의 폭이 2개로 늘었지만, 얼마 전까지 이민 가고 싶은 이유 부동의 1위는 단연코, 자녀 교육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나라 교육이 어떤 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진학시킨다는 게 앞이 캄캄하고, 등어리에 바위를 올려놓은 듯 찍어누르는 삶의 무게를 부인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 돌아오니 그 무게가 다시 실감나기 시작한다.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영국으로 떠났었다.


선진국의 교육에 대한 기대와 막연한 환상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 마음을 더욱 부푸름 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아이 영어 교육이나 선진(?) 교육 때문에 영국으로 떠난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 히드로에 도착했다.」에서 밝힌 것처럼,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선행학습보다는 하나의 인생 여정과 영혼에 새겨질 경험을 남겨주고 싶기 때문이었고, 죽을지도 모를 만큼이나마 할 수 있는 외국어가 영어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의 우리보다도 하나의 직업에 머물 수 없을 것이며, AI가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고, 숨 쉴 틈 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갈 것 같다. "앞으로는 비전은 어떠어떠하니, 이런 직업을 하거라."하고 키우는 것이 무의미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낯선 환경과 조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변화를 즐기는 마인드를 키워주는 것이 이 시대 부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아닐까'하는 무책임한 듯 막연한 비전이 부모로서의 나의 비전이었다.

안타깝게도 나의 아이는 안정과 정주를 추구하는 아이로 보인다. 영어를 많이 얻어오거나 영국 학교에서 상위권에 드는 것은 애당초 우리의 기본 목표와 거리가 아주 멀었다. 일곱 살 네 인생에 극변한 환경에 처해보고 대응해보는 것이, 앞으로 너의 삶에 알 수 없는 거름이 되길 바라며 녀석과의 영국 여정을 시작하였다. 그것이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이라 믿으며...



눈치를 보는 것이 뿌리 깊은 나무 마냥 박혀있는 나는, 나도 아이도 한국인은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고, 이물질 같은 이방인이 되는 게 죽기만큼 싫었다.


영국 어린이 사회에 무난하고 소속감 있는 일원으로 잘 자리 잡는 성과를 이뤄보길 아이에게 기대했다. 그래서 영국에 있으면서 아이 교육을 위해 주력했던 것은, 학교 교육과 활동에 충실하는 것, 영국 가정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친한 친구 만들어 주는 것, 스토리가 담긴 역사 탐방, 영국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들이나 가장 영국스러운 활동들이라 생각되는 평범한 것들을 소소하게 경험시켜주는 것이었다.

결국은 아이의 몫이겠지만 부모로서 조력할 일은 피하지 않고 도왔다. 피하지 않고 도왔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 아이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줬다거나, 뭘 막 시켰다는 뜻이 아니다. 부모가 낯선 사회에 일원으로 역할하거나 현지 사람을 사귀고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렇게 쉽지 않고, 막상 처하면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 공립학교 생활과 운영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 보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다.


지금에 와서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체험들이 영국 아이들 사회의 이해와 문화 코드를 체득하는데 도움을 주어, 책을 읽거나 티비를 보더라도 재미와 공감이 커져서 영어에 대한 흡수도 증대되었던 것 같다. 나는 웃을 수 없는 티비나 책의 내용에 재미있다고 배꼽을 뽑는 걸 보면 늘 부러울 뿐이다. 속으로 '그래 넌 영국 애(?) 구나.'싶었다. - 문득 도보 20분 넘는 겨울 등하교 길에 덥다고 훌렁훌렁 외투를 벗어재끼며 "난 영국 애야~"하던 소리가 떠올라서 말이다 - 이런 것이 아이가 학교 생활에 무난하게 융화되는 것에도 물론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 학교에서도 적응력과 학습 성과도 좋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뻑적지근 대단한 걸 한 것은 전혀 아니다. 돈이 적게 드는 것들을 위주로 활동들을 했다. 앞으로 이 챕터에서는 아이가 영국 생활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무엇인지, 어떤 활동들을 했었는지 활동별로 글을 구성하고, 영국의 교육 체계, 교육 문화와 마인드,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인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영국에서라면 교육 헬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보며, 독자 여러분께서 아이들의 영국 조기 유학이나 이민이나 장단기 어학연수에 대한 적절한 판단도 해보시고, 장단기 체류 시 금 같은 시간과 진짜 금도 어떻게 하면 최고 가성비가 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인지 스케줄을 짜 볼 수도 있고,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영국이라는 카드를 쓸 것인지 아닌지 이 챕터의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그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자녀 교육 부분을 다루며, 양육/교육/학습, 이 세 단어를 잘 구별해서 써보고자 합니다. 아이를 키우며 교육은 학습을 포괄하고 양육과 교집합 부분을 가지는 단어라고 생각해왔습니다만, 한국에서는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면 부모에게 양육이라는 이슈는 사라지고, 학습이 주가 되는 교육이라는 단어가 주되게 쓰이는 것 같습니다. 교육=학습이라고 읽지 않으시길 희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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