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 오늘이었다.
학교 크리스마스 콘서트
한 해가 마무리되고 겨울 방학이 오기 전 크리스마스 시즌은 영국 학교의 가장 분주한 때가 된다. 아이들은 몇 주 전부터 학교에서 꼬물꼬물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비밀이라며 쉬쉬거린다.
아이들이 쉬쉬하며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방학식 주에 하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크리스마스 콘서트이다. 자,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크리스마스 콘서트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작은 공립 초등학교였던 우리 학교는 콘서트를 할 그럴싸한 강당이 없었다. 그래서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인근 교회를 빌려 매해 콘서트를 했는데 덕분에 분위기가 더 좋았다. 한국이나 영국이나 자기 아이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건 매한가지인 것이 부모의 마음인지라 일찌감치부터 교회 문 앞은 부모들로 붐비고, 문이 열리면 바쁜 걸음으로 앞자리로 향한다. 잰 걸음으로 들어가면, 작은 학교라 전 학년 아이들이 무대에 가지런히 앉아 있다. 일사불란하게 들고나지 않아도 되도록, 그 자리에서 일어서고 앉기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처럼 군열이라도 맞춘 듯, 걸그룹이라도 되는 듯한 무용은 기대하면 안 된다.
징글벨을 만 8세 아이들이 리코더 연주를 하는데 "징.글.벨" 한음만 리코더로 하고 나머지는 노래로 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비밀스럽게 준비한 게 리코더 후후후 세 번이었나 웃음이 난다. 같은 해 우리나라 유치원 졸업 잔치에서 화려하게 바이올린을 켜는 것을 보고 그 대조적임에 입이 떡 벌어졌었다. '한국의 발전 속도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지, 영국이 늙은 영국인 것도...'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소박하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준비된 아이들스러운 장기자랑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이도 마음이 다 편안하다. 억지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 그것이 영국에 돌아가고 싶게 하는 편안함이다. 사랑스러운, 늙은 영국.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학교를 기부를 받는다. 햄퍼바스켓을 기부받기도 하고, 그 바구니를 채울 초콜릿이나 크리스마스 스위츠(Sweets-사탕, 초콜릿 등 달달한 간식)나 와인, 샴페인을 기부받기도 한다. 그렇게 기부받은 햄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재탄생한다. 콘서트 당일이 되면, 햄퍼 뽑기 티켓을 판매하고 아이들의 콘서트가 끝이 나면 추첨을 한다. 한 명이 여러 장을 살 수 있는데, 한 가족이 햄퍼를 3개나 싹쓸이하는 바람에 두근두근 기다리던 사람들이 속이 타다 못해, 너무하다는 역정이 슬쩍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햄퍼 바스켓은 학부모회에서 모인 스위츠를 햄퍼에 잘 데코레이팅해서 준비하는데, 추첨에 응모한 돈은 학교 운영을 위한 수익으로 쓰인다.
하지만, 그 서운함도 잠시. 모든 공식 행사가 끝나면 학부모회에서 준비한 행사장 3면을 둘러싼 게임이나 만들기 이벤트에 50펜스에서 1파운드 정도의 참가비를 내고 스위츠를 따는 놀이에 참가하며 흥을 낸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겁고, 어른들은 몰드와인, 프랑스어로 더 익숙한 뱅쇼라 부르는 따뜻하게 과일을 넣어 끓인 와인을 사 마시며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 행사는 그렇게 어린아이 다 같이 즐기는 모두의 파티가 된다. 모인 참가비나 수익도 학교 운영비로 들어간다. 영국은 기부 문화가 참 흔해서 어렵게 느껴지던 기부에 대한 마음을 달리하게 된다.
아이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며 가장 그립다고 하는 런던의 일상, 학교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그러했다. 1년 전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