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가득 런던 크리스마스, 랜선 겨울 여행

코로나 시대 랜선 여행-중세 분위기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시간 여행

by Scribblie

TOP 10 크리스마스 마켓 in 런던


해가 일찍 지는 겨울 유럽 여행은, 멀고 먼 나라 한국에서 큰 맘먹고 가는 여행으로 하기엔 가성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대중적이지 않았다. 근래 연차 보상비를 주기 싫은 회사들의 강요로 겨울에도 억지 휴가를 써야하다보니, 겨울에도 해외여행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

맞다, 이 모두 코로나 이전의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코로나는 결국에는 한 철 눈보라일 것이고, 우리는 다시 낭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잠시 코로나는 잊어두고 주황 촛불 같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방구석 여행을 떠나보자.

11월 중순이 되면 영국과 런던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설치하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영국 TOP 10, TOP 15, 런던 TOP 10 크리스마스 마켓’ 같은 기사도 빈번히 접할 수 있다.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의 짧은 유럽 여행 중에 바다 건너 영국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보통 3~4일 정도인 것 같다. 발이 부르트도록 다닌다고 해도 대영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등 유명 박물관이나 코벤트 가든, 그리니치, 웨스터민스터 사원, 세인트폴 성당 등 관광지에 만 2일은 소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겨울, 유럽 땅에 발을 내리고 있다면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보지 않는 것은 반칙이다.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 중, 시내 관광 중 손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은 런던 아이가 있는 ‘사우스뱅크 크리스마스 마켓’ , 런던 브리지 근처의 ‘크리스마스 바이 더 리버’가 있다.


Visit London 사이트의 런던 TOP 10 크리스마스 마켓 소개 링크

런던 아이가 함께 보이는 사우스뱅크 크리스마스 마켓(좌), 쥐며느리 건물이라고도 불뤼는 런던시청과 런던브릿지가 보이는 크리스마스 바이 더 리버 마켓(우)


하지만, 진짜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중세로 여행을 온 듯한 킹스턴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런던 TOP 10 크리스마스 마켓에도 소개되어 있는 킹스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가는 기차에 뛰어올라볼까?! 워털루 역에서 20분!




중세로의 시간 여행, 킹스턴 크리스마스 마켓


고대 시장(Ancient Market) 킹스턴 시장


킹스턴은 13세기부터 템즈강을 통한 물류 및 교역의 중심지로, 유일하게 런던 시내로 통하던 올드 런던 로드가 관통하던 곳이었다. 영국이 영국 국교회로 로마교회에서 독립하기 이전에는 영국 주교의 성이었으며, 참수로 천일 여왕의 생을 마감했던 앤 볼린에게 헨리 8세가 푹 빠졌을 때, 영국 국교회로 독립하며 주교로부터 성을 빼앗아 그녀에게 선사한, 뜨거운 역사 가득한 햄튼코트 팰리스가 템즈강 건너로 보인다. 물류의 중심지였던 킹스턴은 햄튼코트 팰리스의 배후지이기도 했다. 그 물류를 이끌던 각종 길드가 있었던 곳이 킹스턴 마켓이다. 13세기 중세 건축부터, 튜도 건축, 빅토리안 스타일까지, 보존구역으로 지정되어 옛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마켓에 크리스마스가 드뤼우면 유럽 크리스마스의 로망이 눈 앞에 실현된다.

킹스턴 크리스마스 마켓은 여러 매체에서 런던 TOP 10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보통 11월 경에 설치를 시작해서 중순이 되면 크리스마스트리 점등과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워털루 역에서 기차를 타고 킹스턴 역에 도착하면 크리스마스 불빛으로 치장된 중심 상업 가로 클래런스 스트리트를 지나게 된다. 마켓 초입에 다다르면 매년 바클레이 은행과 존 루이스 백화점 사이에 설치하는 건물 높이만큼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와 호두까기 인형이 맞이한다. 사진들과 함께 눈을 따뜻 달달하게 해 보자.

킹스턴 역에서 마켓으로 향하는 길, 해질녁 조명이 서서히 빛을 발하는 클래런스 스트리트
크리스마스 마켓의 시작을 알리는 화려한 빛축제와 존루이스 백화점 앞 크리스마스 트리


클래런스 스트리트는 런던 서남부 상업 중심인 킹스턴의 심장이다. 존 루이스 백화점, 벤톨 쇼핑몰이 모여있고 이든 워크 스트리트, Marks and Spenser, Primark, Tkmax 등 쇼핑 필수 샵과 브랜드들이 집결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과 밀린 쇼핑을 한번에 해결할 최적지!

크리스마스 마켓 초입에서 보이는 대형쇼핑몰 벤톨(좌), 환상적인 분위기를 뽐내고 있는 벤톨 내부(우)

크리스마스 시즌 킹스턴의 쇼핑몰 등 소소한 풍경들은 따로 다뤄보기로 하자.



본격, 킹스턴 크리스마스 마켓 안으로!


킹스턴 마켓에 들어서면 맞이하게 되는 첫 풍경
크리스마스 초입의 스톨(가판대)과 회전목마. 행사엔 마치 19세기인 듯 아이들을 위한 회전목마가 빠지지 않는다.


낮부터 몰드 와인을 마시고 독일식 소시지, 킹스턴 시장의 명물 베트남 쌀국수 등 각 나라의 음식과 디저트를 즐기며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다.

지금은 기념품 샵으로 쓰이고 있는 교역의 중심, 길드 건물 방향에서 본, 킹스턴 크리스마스 마켓 낮 전경.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옛스러운 느낌.


평소 6시면 모든 가게의 문이 닫히는 전형적인 유럽의 상업지구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렇게 늦게까지 쇼핑을 하고 먹고 마시고 공연을 즐긴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설치된 소소한 무대의 공연
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 흥이난 아이들은 무대 앞에서 춤을 추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에 더 흥이 났다.



크리스마스 상점


크리스마스 상점에는 독일식 소시지, 터키음식, 일식, 베트남 음식 등 다양한 국가의 음식(한국 음식도 있다)뿐 아니라 각종 공예품, 크리스마스 장식, 리스들을 판다.

알록달록 환상을 채워주는 크리스마스 마켓 스톨(가판대)
아기자기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한국까지 따라온 라마와 마트로시카. 마트로시카는 초2 교과과정 세계의 여러 나라를 배울 때 나와서 딸아이가 반가워했다.


눈이 뱅글뱅글, 스윗츠(sweets) 가게


어린 날의 내가 여기에 왔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동화 속에 들어와 있다고, 이것은 환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달달한 것들이 그득그득 쌓인 가판대를 보고 있노라면 어린 날의 내가 소환된다. 동시에, 봉투에 젤리와 마시멜로를 담는 아이의 손에도 후해지고 말았다.

너무 많아서 무얼 고를 지 난감하게 하는 환상의 사탕가게, No 손, 스쿱을 이용하라는 안내 문구가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느껴진다. 원하는 만큼 봉지에 담고 무게를 재서 지불!



영국의 뱅쇼, 몰드 와인


뱅쇼나, 뱅쇼를 차게 마시는 샹그리아는 익숙해도 몰드 와인이라는 말은 생소하다. 뱅쇼가 프랑스어라면 몰드 와인은 뱅쇼의 영어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와인에 과일과 계피, 정향 같은 것을 넣어 끊여 먹는 겨울 음료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유럽의 각 나라나 가정마다 가감하는 재료들이 있기도 하고 조금씩 변형된다. 킹스턴 크리스마스 마켓 한 중앙에 위치한 전통적인 오두막집 모양을 한 가게에서는 맥주와 몰드 와인을 판매한다.

중앙에 풍력으로 탑 안의 인형을 돌아가도록 만든 조형물, 킹스턴 크리스마스 마켓의 상징물이자 그 아래에 가장 인기 있는 몰드와인을 파는 펍이 있다.
자, 이제 몰드와인을 사볼까?


마실 거리를 샀으면 꼭 손에 쥐어야 하는, 육즙 가득 독일식 소시지.


영국의 뜨뜨 미지근 걸쭉한(?) 에일 맥주를 손에 쥐었으면, 바로 뒤를 돌아 소시지를 사야만 한다. “영국 사람들은 맥주를 미지근하게 먹는데!” 맥주에 살얼음까지 껴야 제 맛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아주 끔찍스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국 사람들이 겨울에도 음료수처럼 마시는 맥주. 으스스한 날씨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맥주는 사양하고 싶다. 소시지의 육즙과 짠맛이 살짝 버거울 때쯤 꽃과 과일향 그득한 에일을 걸쭉하게 한 모금 들이켜면 ‘이게 세상 사는 맛이지.’싶다.

화로에 올려진 각색 소세지를 보면 하나씩 다 사먹어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그냥 먹어도, 빵사이에 끼워 핫도그로 먹어도 맛난다.


여기는 왜 이렇게 줄을 서나요?


다들 서길래 서봤다. 후일 사우스뱅크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을 때도 같은 상점이 있었다. 종 모양처럼 생긴 너무나 궁금증을 자아내는 저 디저트는 뭘까?! 줄을 섰고. 샀고. 이제 먹을 차례다.

뭔데 그렇게 중을 서나요? 이 예쁘게 생긴 것들은 뭔가요?
가장 플레인한 Kohler Kusse

Kohler Kusse는 과자 위에 굳지 않은 마시멜로를 짜고 초코를 덮은 독일식 초콜릿 디저트로 매우 달다. 상상하기로는 안에 우리가 아는 흔한 마시멜로가 들어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거의 생크림 같은 제형이었다. 경험은 늘 배움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반일 일정으로 잡고 왔다면 꼭 오후에 와야 한다. 영국 사람들과 넘실넘실 어울릴 기회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런던 서남부 쇼핑 1번지에서 쇼핑까지 끝났다면, 산업 현장의 강한 역사가 느껴지는 런던 시내 템즈와는 사뭇 다른 낭만적인 템즈 강가로 흘러나와 런던 중심으로 유일하게 통하던 킹스턴 브릿지로 올라가야 한다.

킹스턴 브리지에서 내려다본 킹스턴의 템즈강변. 부사바의 이글루돔이 보인다. 런던의 온화한 겨울로 여행을 간다면, 익스트림한 한국 겨울 날씨에는 할 수 없는 이글루돔 식사 강추!

강가에는 괜찮은 식당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으니, 그 중 하나 골라 강가를 바라보며 식사를 한다면 오늘은 완벽하다.

꼭 하나 추천하라 한다면, 보통은 115년 된 전형적인 영국식 펍, 더 람(The Ram)으로 하겠지만! 겨울이라면, 아롱거리는 촛불에 마음도 같이 아롱거리고 양털 시트가 깔린 의자에 몸과 마음을 기대어 글라스 와인 한잔을 곁들이며 킹스턴 브리지와 강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부사바(Busaba)의 야외 이글루돔을 추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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