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Talk
한국은 정말 미국과 가까운 나라예요. 귀국 후 1년 간 학원들을 탐색하며 한국은 역시 미국 영어 중심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영국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 이야기는 잉글랜드 지방 중심이라는 것, 그리고 같은 런던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은 감안해주세요.
학년을 9월에 시작하는 미국 기준으로 1년 빠릅니다. 3월에 시작하는 한국 기준으로는 1년 6개월 정도 빠르지요. 9시-3시 종일 수업이 들어가는 초1을 만 5세에 시작하고, 만 4세에도 리셉션이라고 유치원 같은 공교육을 반일 정도 시작합니다. 그 전에도 2시간 정도 보낼 수 있는 널서리가 있기도 하지요.
미국은 한국과 같이 만 6세에 1학년이 되는 반면, 영국은 만 5세에 1학년을 시작한다는 뜻이지요. 2014년 생이 우리는 2021년 봄에 1학년이 되고, 미국은 2014년 1~8월생까지는 2020년 가을에 1학년, 2014년 9월생부터 2015년 8월생까지는 2021년 가을에 1학년 됩니다. 하지만, 영국은 1년씩 빨라서, 2021년 1학년이 2013년 9월생부터 2014년 8월생까지인 것입니다.
이즈음 되면 학년만 일찍 시작할 뿐 더 일찍 배우는 건 아니지 않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만, 그렇진 않습니다. 어느 나라나 1학년 전반기에 파닉스를 배우고, 후반기에는 읽기를 시작하고, 2학년에는 품사 익히기와 쓰기에 집중하기 시작하고, 3학년에는 잘 쓰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미국 학교 교육을 따른다는 목동의 유명 영어 학원에서 3학년 교과 내용을 확인해보니 이미 하고 지나가서 쉬운 감이 있더군요. 국내 어학원이 성에 차지 않는 부분도 그 때문인 점도 있습니다.
한국 학교도, 귀국하여 학교를 다니며 교과 과정을 체감해 보니 이미 영국에서 다 했던 것들이고요. 영국 2학년(한국 나이 8세)까지 배운 수학이 한국 3학년 1학기 수학까지도 어느 정도 커버되고 있고요, 귀국 1년이 지나고 3학년에 들어서며 처음으로 시작되는 과학이 걱정되어서 교과서를 구해서 미리 보니 영국 학년 2학년(한국 나이 1학년)에 다 했던 것들이더군요. 단지 학제만 빠른 것이 아니라 커리큘럼도 같은 학년 기준으로도 영국이 조금 더 앞서 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빨리 배우는 것이 늘 좋다고 할 수 없고, 영국 중등교사가 쓴 책인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나라”에 보면 일찍 학습을 시작하는 영국의 학력에 대한 회의감과 일찍보다는 충분한 내적 가능성을 키우고 제 나이에 충실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 장점이 있다는 견해를 비치고 있지요. 하지만! 1-2년 단기적으로 영어를 주된 목표로 갖고 영문권으로 간다면, 영국으로 가는 것이 영어 교육은 물론이고 돌아왔을 때 한국 교육의 부진이나 선행 학습에 대한 부담을 가볍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장점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처음 갈 때는 영어 한마디 못하는 아이, 그리고 한국에서 유치원생인 아이가, 가자마자 곧 Year2(2학년)이 된다는 사실에, 무척 부담스러웠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결국엔 잘 따라가더군요.
학교에서 배운 것은 정말 무시할 수 없습니다. 런던 서남부 지역은 공교육이 탄탄하다고 합니다. 우스개 농담인가 싶을 정도로 이스트 런던에서 학교에서 1등 하면 런던 서남부 학교로 전학을 시켜주는 제도가 있다고 이민 20년 차인 분께 들었습니다. 런던 북부에서 살았을 때, 거기서 제일 좋은 학교도 이곳의 가장 안 좋다는 학교보다도 못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니 영국, 런던 내에서도 편차가 심하지만, 적당히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가시면 다 교육 따라가는 게 한국인이니 괜찮은 학군이라는 거죠. 한국 3학년에 진학하면 처음으로 과학 교과가 들어가서 배추흰나비의 생애주기를 배우는데, 영국에서 Year2 그러니까 한국에서 1학년인 나이에 그걸 했어요. Year3 막 시작했을 때, 그때도 한국에서는 1학년이었어요. 선사시대에 대해서도 하고, 화석이나 화성암이랄지 돌의 종류에 대해서도 배웠어요.(물론 다 까먹었겠지요.) 언어는 단지 기술이 아니라 문화이기에, 영어도 지식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고로 지식을 앞서 배우는 것은 단기에 영어 실력을 쌓아오는 데 중요합니다.
책 읽기를 무지하게 강조하는 것이 런던 학교였고, 학교에서 아이 영어실력에 맞게 책을 꼬박꼬박 보내주었지요. 예나 지금이나 아무런 사교육도 하지 않는 아이에게 제가 했던 것은 그 책을 꼼꼼히 읽게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영국에서도 아이 영어가 늘지 않는다고 고민하시는 글들을 본 적 있는데, 저는 사실 그런 고민을 하지는 않았어요. 기대치가 낮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기대 이상으로 늘었거든요. 그 차이는 학교에서 오는 책을 같이 보고(저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었습니다, 아니 많았다고 고백할게요.) 모르는 단어는 한 번씩 짚어보는 것에서 왔던 것 같습니다. 그 고민 글에 저희는 그렇게 했고 1년 내에 많이 늘었다는 댓글을 달았더니, 이제부터 아이 혼자 책을 읽게 하지 않고 같이 봐야겠다고 답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마도 차이는 거기에 있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학교에서 보내주는 책이 얇은 책이라 쉬울 것 같아도, 실력이 없는 지라, 초반엔 글밥도 한 줄인 책을 1권을 3일 동안 읽다가 선생님한테 갖고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보내곤 했어요. 그러다 하루에 한 권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어느 순간엔 레벨이 올라가면서 책이 어려워져서 다시 이틀에 한 권을 보내야만 할 때도 있었고, 그땐 반권 읽는데도 40분이 걸리곤 했어요. 말하자면 시킨 것도 없지만, 날로 먹는 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국을 다녀온 아이 중에 저희 아이가 얼마나 영어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따로 튜터를 쓴다든지 하는 돈 안 들인 것에 비하면 괜찮다는 거죠.
아이들을 위한 책이나 문제집도 참 친절하지 않아요. 이 또래 한국 책이라면 그림반 글 반일 텐데 신문지 같은 종이에 빼곡히 적힌 페이퍼백 책들을 읽어 내려가는 애들이 많아요. 문제집들도 똑같답니다.
어른들의 문서도 그래요. 처음 영국에 가기 전에 미국과 영국의 홈페이지들을 비교해보면, 미국은 한국의 구성과 비슷하고 딱딱 개조식으로 글이 적혀있어서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데, 영국은 좍좍 줄글로 써 놓죠. 문서를 소설처럼 쓰는 건 돌아오는 날까지 적응이 안되더군요. 그런 문화 안에 있다보니 질리게 생긴 활자들을 읽는데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되는가봐요.
Year2 초반, 그러니까 한국 나이로 7세 말 경에 학교에서 Roald Dahl씨의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를 학교에서 선생님이 읽어주고 초콜릿 주제의 수업을 했었어요. 그림도 그리고 초콜렛 과자도 만들고 말이죠. 그리고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읽어보기도 하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아이가 읽고 싶다고 해서 그 시리즈 책을 몽땅 샀고 아이가 마틸다를 읽게 되었죠. 그때가 2018년이었는데 그때는 아이가 영국에서 학교를 다닌지 6개월이 안되었으니 사실 읽을 실력이 안됐어요. 이듬해에는 마틸다를 1,2회독 하더군요. 어제 영도(사설 영어도서관)원장님과 유선으로 상담을 하다가 아이 읽는 수준을 이야기하게 되어, 아이니까 읽는 책의 수준은 다양하지만 마틸다는 좋아해서 초1때 1,2회독 하고 작년에도 읽었다고 하니, ‘그럴리 없다(?)’, ‘엄마가 과대평가 한다.’ 혹은 ‘읽었어도 제대로 못읽었을 거다’ 아니면 ‘영화나 그런 걸 봐서 내용을 아니까 추측성으로 읽은거다’같은 뤼앙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어요. 기분 참 묘하더군요. 하하. 아는 언니가 미국에서 초4가 읽는 책이라고 말해줬었는데 그래서 그러시는가봅니다. 영국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이 어떤 책을 읽는 줄 아시면 저희 아이가 (쉬운 것을 더 즐겨 읽지만) 마틸다’도’ 읽는 건 평범하게 귀여운 거라는 거 알아주실텐데.. 물론 모든 책을 마틸다 두께와 글밥으로 읽는 건 아니에요. 역시 아이니까 그림 많고 글자 큰 걸 좋아합니다.
미국에서는 SR 테스트가 있어서 읽기 레벨을 정한다고 하죠. 영국 학교에서는 아이의 읽기 레벨을 선생님들이 아이에게 책을 읽혀보고 대화하여 정해주고, 주기적으로 테스트해서 올려줍니다. 학교에서 그 레벨에 따라 책을 매일 바꿔 보내주고 리딩 리코드(간단한 독서록)을 써오라고 합니다. 2학년까지는 부모가 독서록을 쓰고, 3학년부터는 아이가 직접 씁니다.
주재원을 나가는 엄마들이 미국식 국제학교와 영국식 국제학교를 나눠서 정할 때도, 액티비티가 많고 자유로운 것을 원하면 미국식 학교로 정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미국에 2년 다녀와 저희 아이와 같이 한국 2학년으로 진학한 조카도 신나게 놀고 아이들이 한국처럼 존중받는 미국 학교를 한국 학교보다 더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영국은 옛적 우리처럼 어른의 권위가 있고, 영국 학교는 선생님의 권위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따뜻하게 사랑하지만, 권위도 있고 질서를 중시 여기며 엄한 편입니다. 회사 매니저였던 리사는 뉴질랜드 사람이었어요. 뉴질랜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자유로운데 영국은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킨다고 힘든다고 하소연하더군요. 호주보다는 공부를 많이 시킨다는 뉴질랜드보다도 영국이 공부를 더 많이 시키는가 봅니다.
운 좋게도 좋은 시기에 다녀온 것 같더라고요. 이것도 사람마다 기준과 생각은 다릅니다. 수능 영어를 손 델 것 없이 하려면 초 4,5에 다녀오는 게 최고라고도 해요. 하지만, 생각 없이 영어가 툭 튀어나오고 발음이 좋고 그런 건 그 나이에 가면 얻을 수 없다고 해요. 우연히도 꼭 같은 시기에 한국 나이 10세 딸아이와 7세 아들을 데리고, 같은 기간인 2년을 미국으로 다녀오신 형님이 그러시더라고요. 확실히 생각하지 않고도 말이 튀어나오고 (미국 특유의, 사실 영국은 그리 빨리 말하지 않더군요) 따발총처럼 빠르게 말하는 건 어린 아들이라고요.
제가 꽤 괜찮은 시기에 괜찮은 기간 동안 다녀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모국어와 영어를 같은 뇌 영역에서 처리하게 하려면 만 6세 이전에!
11세라고 하는 이론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바이링규얼이라는 책에 보면 만 6세까지 뇌에서 모국어와 외국어를 처리하는 영역이 같다고 하더군요. 옛날 옛적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언어의 특성이라는 가장 싫어했던 글에서 글의 창조성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의 언어 능력은 신비에 가깝다고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분명 아이들에겐 언어 습득을 위한 다른 기관이라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 이르면 한국어도 잃고 영어도 부족해요.
하지만 너무 일러도 안타까워요. 5년을 살아도 5세 이전에는 영문권에서 살다왔다고 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영어를 다 잊거나, 아기 영어라고 해요. 그렇지 않겠어요? 우리나라에서 아기들이 5세가 되었다고 해서 한국어를 어느 수준으로 하겠어요... 또 그 나이 때 애들이 언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만큼 스펀지처럼 빠르게 배출도 합니다. 다른 언어권에 가면 기존 언어를 빠르게 버리는 거죠. 물론 요즈음은 영어유치원 등 유지시켜줄 수 있는 곳들이 있으니, 유치원에 진학할 수 있는 나이라면 영어 감각을 잊지 않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겠어요. 그리고 학교 교육과정이 들어가면서 배우는 것이 정말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희 아이 영어의 9할은 학교를 다녀서 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보통 주재원분들이 하듯 영국에 있는 영어학원을 보내거나, 내니나 베이비시터를 들이거나 하지도 않았고, 그냥 쌩으로 학교만 보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보내주는 얇은 책을 그저 충실하게 읽었습니다. 참 답답한 것이 영국은 교과서도 없어서, 영어 준비 안된 아이를 미리 집에서 도와줄 수도 없어요. 학교에 던져두고 맡기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영국 공교육은 소문난 대로 망했을까요? 나중에 영국 전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영국 학교 교육에 대해, 경험에 기초한 사실들을 자세히 이야기해드릴게요.
나이가 좀 들어서 가면 아무래도 적응 앓이가...
또 학년이 올라갈수록 현지에서 친구들이 쓰는 언어가 어른 언어가 되어서 처음에 적응하기 어렵고 부담도 많이 되겠죠. 그런 것을 느꼈던 것이, 친했던 영국 친구가 만 5,6세에는 우리 아이가 영어를 좀 못할 뿐 영국 아이도 어린이 말을 한다고 느꼈어요. 어느 순간에는 좀 비슷해졌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만 7세가 되던 해에는 그 아이는 부모가 다 영국인이고 하니, 애가 갑자기 어른처럼 말을 하더라고요. 영국 가서 1년 반이 되어가던 때였는데, 저희 아이가 영어가 나름 엄청나게 성장했던 때인데도 격차가 되려 더 느껴지더라는 거죠. 하물며, 그 시기를 더 지나서 갔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싶었어요. 저보고 그런 환경에서 적응하라고 했으면 학교 안 간다고 드러누웠거나 스트레스로 머리털이 다 빠져버렸을 것 같아요. 백인이나 그 외 인종으로 그룹화되는 것도 학년이 고학년이 될수록 그런 경향이 있다고 해요. 그건 인종차별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과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끼리 동질감이 있고, 친할 수밖에 없는 원리예요. 일례로, 인도도 아이들을 체벌한다고 해요. 그래서 한국 아이가 "어제 엄마한테 맞았어."그러면 영국 애는 "Sue!" 고소하라고 한답니다. 듣는 한국 아이도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그런데 인도 아이랑은 서로 부모한테 맞은 이야기로 투덜거릴 수 있다는 거죠. 그런 겁니다. 그런데, 초 저학년 때는 아이들이 그런 구별과 차이가 없더라고요. 그냥 새로운 친구가 오면 관심 가고 친해지고 싶고 그런 그냥 아이들이에요. 아이 성향에 따라 좋은 시기가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기간이 길수록 영어가 더 많이 입력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어요. 영어가 채워지는 만큼 한국어가 빠져나간다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면 기간에 대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미취학 때 간다면, 1년은 사실 외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오기에 아쉬운 시간인 것 같습니다. 언어 스펀지인 아이들에게 조차도 '이제 좀 할만할 것 같은데 돌아와야 하네.'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서 최소 2년이라는 생각이 들고, 3년이 되면 좀 그럴싸하게 자리 잡히는 것 같아요. 이민 가서 현지에 사시는 분들도 부모가 네이티브가 아니니 수년을 살아도 아이 영어가 현지 아이들 같지 않다고 해요. 그걸 아이가 스스로 따라잡으려면 5년은 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살 것이라면 그 정도까지 기대를 높일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처럼 한국어와 한글 읽기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채 영국에 갔다가 한국에 돌아와야 한다면, 2년이 최적 기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분명, 영어 부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바이링규얼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게요. 영어가 느는 만큼, 다섯 살에 알았던 한국 단어도 잊어버리고, 언어는 분명 문화에 바탕하기에 -저희가 이상한 만들어진 영어를 구사하듯- 맥락 없는 한국어를 구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저희가 누군가에게 "맞아!" 하면서 맞장구치는 걸 저희 아이는 "알아!"하고 (한국어 문화로 볼 때) 기분 나쁘게 이야기합니다. 영어에서는 I know! 하고 맞장구쳐주니까요. 하지만 이건 애교예요. 가자마자 알게 된 한국 아이 엄마가 하소연을 하길래 그 언니가 개그 하는 줄 알고 제가 박장대소한 일이 있었는데, 영국에서 돌아올 때쯤 저희 아이도 그러더군요. 선글라스도 "입고", 신발도 "입고" 몸에 걸치는 건 죄다 입습니다. 우리는 Put on이라고 할 것 같지만, 그것도 쓰지만 주로 Wear a mask, Wear a hat, Wear shoes, Wear a coat이기 때문이죠. 그냥 죄다 입어요. 1년 더 있었다고 생각하면 앗찔합니다. 그래서 초1을 마치고 2년 다녀오는 게 최적이라는 조언을 들었던 적이 있었고 실감 나더라고요.
한 가지! 취학 전에 가게 된다면 초3 전에는 돌아오는 것을 추천하고 싶군요. 초2 시작할 때 돌아온 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니까 언제 오더라도 잘 적응할 테지만 2학년은 아직 본격적인 학습이 들어가지 않고 아직도 배움의 즐거움과 문해력의 기초를 닦는 시기라는 걸 2020년 코로나와 함께한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함께 깨달았네요. EBS 다큐 "다시, 학교"에서도 초3이 학습이 들어가는 시기이고 그래서 초3 이전에 한글 능력을 잡아 놓지 못하면 또래를 따라잡지 못하는 악순환이 된다고 합니다. 또, 3학년은 '초3보다 중요한 학년은 없습니다.'라는 책에서도 3학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이거예요.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 교육에서 쓰이는 한국어가 얼마나 어려운 지 한국 토종인 우리는 몰라요. 영어 문자를 먼저 익힌 아이에게는,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라기 보단, 불규칙이 수두룩한 아주 어려운 문자더군요. 오히려 영어가 파닉스 차원에서 변칙도 적고 어느 정도 하면 쉽게 글자를 쓸 수 있는 언어였어요. 그리고 아이가 3년만 영문권에서 살아도 일상 대화가 한국어로 안 되는 걸 많이 봤어요. 어려서 갈수록 더 합니다. 한국 초3 사회에서 인문환경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거 아세요? 정말 Challengable 합니다. 생활 한국어 말고, 아카데믹 한국어요. 그러니, 결국 한국에 돌아와야 한다면, 초 1,2까지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에 올해 다시 갈 기회가 있었기도 했는데, 코로나가 발목 잡아줘서 가장 고마웠던 것이, 아이가 한국어를 2학년 수준에서 익힐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3학년에 왔더라면 확실히 꽤 오랫동안 학습 부진아가 되었을 거예요. 아니면 또 다른 적기, 딱 1년만 한국에서 쓸 영어를 위해서 간다고 한다면 초4나 초5가 좋다고 합니다. 이미 한국에서 학습에 대한 틀이 잡혀 있으니, 1년을 가야 한다면 지적으로도 성장한 초5 정도가 좋고, 초6은 또 중학교를 대비해야 하기에 한국에 있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강남의 의사 부모들이 아이를 '딱 한번, 1년' 보내야 한다면 초5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그 이유를 저렇게 들었었습니다.
영국에 도착하던 날 처음 만났던 한인분의 말이 맞았어요. 인종 차별한다고 오해할 필요 없다고요. 언어가 잘 안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일 뿐인데 언어도 문화도 익숙지 않으니 오해하게 된다고 말이죠. 인종차별법이 있는 영국은 Racism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민감해진다고 하더군요. 2년이라는 시간을 살면서 노골적인 놀림을 받아본 일이 없었어요. 사람마다 경험치가 달라서 장담할 수 없지만, 런던 시내에 살지 않고, 가끔 일로 오갈 뿐이었지만 시내에서도 그런 일은 없었고, 젠틀한 런던 서남부 외곽에 살아서 그런지 불편은 겪은 일이 없네요.
20대에 영국에 다녀왔던 친구는, 영국인들은 우월감이 있어서 노골적으로 인종을 비하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말이 참 그럴싸한 것도 같아요. 철부지 10대 영국 청년들이 그런 일을 저지르는 기사는 본 것 같습니다. 영국이라도 또 다 영국인인 것도 아니고, 런던 인구의 50%는 이민족입니다. 그래서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영국인보다는 다른 이민족이 한국인을 인종 차별하는 경우를 종종 접한 것 같습니다.
아이 영어나 공부 때문에 떠났던 영국행은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떠났던 영국행이었지만, 아이에겐 인생에 한번 영문권으로 다녀오기에 꽤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