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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니 Sep 26. 2024

문학동네 이승우 작가 북토크 (+이동진 평론가 진행)

<생의 이면> <사랑의 생애>를 쓰신 이승우 작가님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진행자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였고요. 이동진 평론가는 이승우 작가의 오래된 팬으로 유명하죠. 


이승우 작가 x 이동진 평론가 조합.. 어떻게 하면 안 갈 수 있는 건데요.





북토크는 예상했던 것처럼 읽는 일쓰는 일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찼습니다.

그렇지만 오가는 질문과 답은 예상 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이었는데

아무래도 넓고 깊은 이동진이고, 치열하게 깊은 이승우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승우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질문의 깊이를 채우고

관객이 궁금해할 만한 정확한 지점을 찔러 물었습니다.

그가 한 질문은 자신의 안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는 것이었겠지만, 듣는 사람은 초면이기에 맥락을 알 수 있게 배경을 충분히 설명함은 물론이었고요. 


이승우 작가는, 아마 그의 책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뻔한 결론을 도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 결론이 억지스럽거나 인위적이거나 과장된 것도 아니지요. 오히려 할 이야기가 없으면 없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다만, 왜 그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는지 차근차근 밟아나가며 이유를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이동진) 음악에 대해서 굉장히 집착하는 작가들이 굉장히 많고, 한국이 특히 그런 것 같거든요.

음악을 창작자나 독서를 이 독자로서 어느 정도 즐기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승우) 제가 음악을 듣는 귀가 안 열렸어요. 아시겠지만 제가 음치잖아요. 음치이기 때문에 많이 즐기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집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지내긴 하는데, 거의 신경을 안 써요. 음악을 듣는 귀가 없다는 건 매일 돌아다니는 우리 동네만 돌아다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이승우 작가님.. 좀 귀여우십니다. 앉아 있는 자세나, 어색할 때 혹은 멋쩍을 때 몸을 가만두지 못하는 작은 행동, 특히 웃을 때가 정말이지.. 귀여우십니다. 




‘책,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일까?’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이승우) 저는 책을 느리게 읽는 편이라 빨리 읽는 분들 보면 좀 부럽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하고 그래요.


이동진) 빨리.. (저) 왜 부끄럽죠? 


이승우) 이렇게 잘 이해하는 특별한 분들도 있죠.  

저는 책을 빨리 못 읽기도 하고 그래서 어떤 책을 끝까지 읽거나 다 읽어야 만족하거나 하는 그런 것도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어떤 책을 읽다가 그냥 덮어도 돼요. 그리고 어차피 다 읽어도 조금 지나면 줄거리 다 잊어버리잖아요. 그리고 중요한 건 줄거리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받은 어떤 인상이나 거기서 어떤 나를 나의 어떤 삶에 자극을 주거나 뭔가 불러일으키는 영감 같은 게 거기에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책을 읽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를 꼭 덮어야 만족감 드는 거 있잖아요. 그게 일종의 허전한 포만감인데 거기서부터 좀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허전한 포만감’이 정확했습니다. 


책에서 중요한 건 줄거리나 완독이 아니라 

인상, 자극, 영감, 무언가 불러일으키는 것임에도

진정 그 중요한 것들을 얻는 읽기였나, 하면 아닌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까요. 




저를 비롯해 그 자리에 온 모두가 궁금해한 것, 아마도 이승우 작가가 사유하는 과정이었을 겁니다. 

‘집요하고 치열하고 숨 막힐 정도로 밀도가 높은(이동진 평론가 曰)’ 글이, 이승우 작가를 대표하는 것이니까요.


이동진) 어떻게 하나의 화두를 이렇게까지 파고들어서 문장의 완성도나 삶의 깊이를 만드시나. 어떻게 밀고 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승우) 제 약점이 결과적으로 만들어낸 장점이 된 케이스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거든요. 제가 쓴 문장들에 들어있는 내용을 한마디로 한두 마디로 요약을 잘 못해요. 한두 문장 따라가 읽으면서 다음 문장이 나온 거거든요. 그래서 첫 문장 써놓고 그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문장이 그 꼬리에서 뭔가 새끼를 치는 거예요. 그 문장이 반드시 다음 문장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그다음 세 번째 문단은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저도 아슬아슬하게 쓰는 거예요. 따라가면서 정리하다 보니까 도달하는 지점들이 때때로 피상적이지 않은 결론을 유도해 내고 그런 것 같고요. 이렇게 쓰지 않으면 문장을 쓸 수 없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어떤 분들, 특히 이런 이동진 씨 같은 분들이 좋게 읽어주니까 그냥 고맙죠.


이동진) <고요한 읽기>를 손에 들고 단숨에 읽었다, 라고 하면 저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읽을 수가 없는 책이고요. 계속 책을 덮거나 아니면 책이 아마 진도가 굉장히 안 나갈 겁니다. 진도가 안 나가는 게 사실은 우리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이유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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