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 ‘고객문의’나 ‘고객행복센터’ 등 고객을 위한 상담 번호가 적혀있다.
운이 좋아서인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컴플레인을 할 목적으로 전화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어쩌다가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면 (특히 통신사 고객센터)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다.
전화 통화임에도 상대방의 미소가 상상되고, 기기 너머로 전해지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침을 활력 있게 열 수 있도록 기운을 줄 때가 있다.
그분들에게는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 중 하나였을 수도 있지만, 늘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 때도 감사했지만,
한 행정사 사무소의 대표 행정사이면서 마케팅 담당자 겸 콜센터 상담원이 되어 있는 지금,
나는 콜센터 상담원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상담원님, 존경합니다
.......................
통화 자체를 두려워하는 ‘콜 포비아’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이라지만
행정사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는 타인과의 전화 통화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어릴 적 집에서 배달 주문 전화를 담당했던 경력(?)이 있어서,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그런데 그 생각은...
“네, 안녕하세요, 행정사 사무소입니다.”
“가격이 얼마예요?”
어떤 날은 다짜고짜 가격부터 묻는 고객의 전화를 받는다.
자신의 상황에만 꽂혀있는 문의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사도 생략, 본인의 상황에 대한 설명도 생략.
대부분 이런 문의는 뭔가 숨이 넘어갈 마냥 다급한 어조에다 때로는 퉁명스럽.. 다.
“네?”
“거긴 가격이 어떻게 되느냐고요!”
들으면 누구라도 짜증이 확 올라올 법한 말투.
하지만 이때 나 자신이 자영업자임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감정을 일단은 배제해야 뭐라도 진척이 있지 않겠는가?
심호흡을 추천한다.
'후-'
“어떤 항목의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의뢰하느냐에 따라 비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필요한 서비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실지요?”
경험했던 가장 친절한 상담, 모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들었던 말투를 비스무레 흉내 내어 물었다.
(이게 바로 벤치마킹!!)
“번역공증 해야 하는데, 가격이 얼마냐고요.”
슈퍼에 가도 물건에 가격택이 붙어있지 않으면, 계산대로 가져가서 물어봐야 하는데...
음, 쉽지 않다.
“어떤 서류인지, 분량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달라서요.
예를 들어, 등기부등본 (정식 명칭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다)만 해도 부동산이냐,
법인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현재 유효사항만 있는지 아니면 말소사항 포함인지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이렇듯 설명을 하면 고객도 납득을 하고,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분량은 어느 정도인지 말이라도 해준다.
그러나, 가끔은, 내가 출발하려고 할 때 갑자기 신호등 불빛이 빨간불인 날도 있지 않은가.
그럴 때는 이런 답을 받는다.
“그럼 여기에 의뢰를 못하겠네!”
"?????????"
이런 순간이야말로 과거에 나를 상담해 주셨던 상담사 분들이 아주 많이 떠오를 때다.
동시에 감정노동에 관한 뉴스 보도도 떠오르고,
‘언어폭력, 성희롱 등의 발언을 하지 말아 주세요’
‘딸과 같은 ㅇㅇㅇ가 상담을 도와드릴 예정입니다’와 같은,
언제부턴가 통화 대기음으로 듣게 되는 멘트가 머릿속을 스친다.
‘이런 멘트를 굳이 통화 연결음에 해야 하나?’
이런 안내 멘트를 처음 들었을 때는 머리에 물음표만 떴었다.
이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분명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고 상당했을 테다, 분명히.
이런 부류의 사람과 통화를 마치고 나면 그날 하루 종일 분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다지만,
통화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여전히 불쾌할 때가 있다.
‘내가 갑이고 넌 을이야. 그러니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렴’
이런 식으로 상대방의 말이 들린다.
어떤 날은 너무 과하게 무례한 사람이 전화를 했길래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느낌으로 응대해 버리기도 했다.
(멀었다, 멀었어...)
“아, 그러시구나. 그럼 다른 곳에 연락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했나 보다.
“…네?”
“필요한 사항은 전부 말씀드린 거 같은데, 더 궁금하신 점 없으시면 통화 종료해도 될까요?”
“아…네.”
이렇게 통화를 끝내면 그 순간에는 통쾌할지 몰라도
그 마음이 온전히 유쾌할 순 없다. 똑같은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류의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은 마음에
통화 녹음 목록에서 그 상담을 찾아내어 들어 개선점을 생각해 보고 기록한다.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는 일이 상당히 고역이긴 하지만
업무면에서도 인간적으로나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결국 이긴다.
다행히도(?) 속마음이 느껴지지 않게 적절한 수준으로 응대했길래 신기했다.
무난하게 상담을 한 날이라도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진 않았는지,
어조가 퉁명스럽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상담을 직접 하면서, 각 회사의 상담 창구를 담당하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분들이 그 회사를 위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종종 상담을 업으로 하는 분이 쓴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고객 응대 관련 전문 서적을 찾아보기도 한다.
상담직 외에도 유달리 친절한 카페는 어떻게 응대를 하는지,
해외에서도 친절하다고 소문난(?) 국내 항공사들은 어떤 교육을 받는지에 궁금해졌다.
책을 읽고 강의를 접한다고 그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다시 한번 사람을 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한다.
진짜,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