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히는데 반해 머릿속에 남는 장면은 많지 않은 글을 만났다. 어쩌면 주변 청춘의 흔한 성장기라서. 어쩌면 보편적인 희망과 절망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 것일까. 생각과 경험을 담은 글은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쓰이고 읽힌다. 늘 하는 이야기, 어디서 들어 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 가끔 그런 푸념이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힘든 날이 있다.
조금 더 즐겁게, 평온하고 힘차게 젊음을 누리며 살아가는 게 목표다. 5월달은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매일 피로가 누적되었고 집에 오면 꾸벅꾸벅 졸다 낮잠을 잤다. 저녁을 먹고, 밤잠을 설쳤다. 컨디션 난조는 우울한 기분까지 일으켜 얼마 전에는 안 먹던 술도 찾아봤다. 덕분에 확실히 알았지만, 나는 술을 마시고 혼자 있게 되면 한밤의 고요 속에 우울감이 극대화되는 유형이었다. 덕분에 다음날은 찐하게 부은 얼굴을 구경할 수 있었다.
차지샘이 이번 주에만 ''오늘은 또 00 수술이구나. 매일 수술이 많이 바껴서 힘들지~.'' 소리를 몇 번 해주셨다. 나는 적응과 연습 속에서 꾸준한 성실성이 빛을 발하는 유형인데, 요즘의 일상은 임기응변, 눈치, 빠른 습득과 사회생활, 계속해서 집중과 긴장을 요하는 상황의 연속이라 쥐약이었던 모양이다. 주말에 아끼는 친구도 만나고, 매일 친구와 엄마랑 통화도 하고 평소대로 웃고 이야기를 했음에도 자기 전 불현듯 눈물이 터져나왔던 그런 요즘. 어느 정도 정서적 지지와 관계의 안정감이 있었음에도 이런 감정 상태라는 것에, 조금은 놀랐다. 방금 전까지 멀쩡하게 웃고 장난치던 내 모습에 느껴지는 이질감과 많이 참고 있었구나, 느끼지도 못할 만큼 지쳐있었구나,하는 안쓰러움. 자기연민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좀 딱했다.
그럼에도 오늘의 세상은 밝고 하늘은 맑았다. 어제는 통화하다 알게된 건데, 내가 퇴근길에 하늘을 본 기억이 없었다. 그저 터덜터덜 쉴 공간을 찾아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왔다. 창을 열고 찰나의 노을빛 하늘을 마주했다. 그 고요와 평안.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것도 아니건만 무엇을 잡고 무엇에 매달리기에 힘들어했던 걸까.
선생님의 걱정 어린 시선, 하지만 결국은 내 몫의 일과 노동과 스트레스 속에 나는 내 역량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이전의 지식과 경험을 보완해 업무 지원에 최선을 다했고, 나였기에 무사히 보낸 나날이 없지 않다는 걸 안다. 이 와중에 인계도 공부도 안 받고 수술을 배우는 동기에게 실망도 하고 체념도 하고, 결국은 나 혼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처음부터 알려주며 일했다. 실수했던 부분을 반복하지 않게 알려주고 도움이 될 경험과 주의사항을 공유하면서. 시계를 볼 때마다 시간이 훌쩍 지나있는 걸 보면 괴롭지만 또 하나의 몰입의 경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