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맞는 수술팀

by 간호사K

개복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 수술의 스크럽을 했다. 3시간 30분으로 예정된 수술이었는데, 4시간 30분 정도 동안 진행되었다. 전립선 절제술의 경우에는, 복잡한 해부학적 접근성과 신경 손상의 위험 때문에 대부분 로봇 복강경 수술을 권장하기에 개복술이 줄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한 해에 하는 횟수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문 수술이라, 뜨문뜨문한 정보를 모아 흐름과 주요 특징을 익혔다. 수술 스케쥴이 확정되자마자 수술 공부를 시작했다. 노트와 기억을 복기하고, 해당 교수님의 수술에 관한 최신 인계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수술에 임했다.


신규 간호사일 때부터, 나를 봐 오신 교수님의 수술이었다. 가끔은 친근하게 불러주고 인사를 먼저 해주시는 교수님. 그러나 존재는 익숙하지만, 개별적인 친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자주 만난다고 하더라도 교수님들은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가 수술 세팅을 다 해놓으면 오셔서 수술을 진행하고 주요 수술 진행이 끝나면 일찍 수술방을 나가신다. 주로 상처부위 봉합과 퇴실은 레지던트 선생님이 담당한다. 그래서 비슷한 공간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교수님들과 대면하는 절대적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 교수님은 같은 의사 선생님들한테는 가르쳐주며 수술을 진행해야하는 입장이라 예민하고 신경질을 많이 내신다. 그런데 뭔가 나와 수술을 함께 할 때는, 유순하게 대해주시는 느낌이다. 레지던트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짜증을 내거나, 재촉할 때가 잦으시긴 하다. 가끔 나한테도 비슷하게 대하기는 하는데, 이해할 정도라 기분 나쁘지는 않다. 수술을 하고 있으면 순환 간호사 선생님이 눈빛으로 교수님이 왜 저러시냐는 듯이 자주 여쭤본다. 순환 간호사 선생님께 공감하는 듯 눈빛 신호를 보낸다. 속으로 '이 정도는 화내시는 것도, 짜증내시는 것도 아닌데... ' 생각하지만, 그건 비밀이다.


교수님은 좀 성격이 급한 편이시긴 하지만, 수술에 대한 감과 자신감이 있으시다. 그리고 수술 진행이 잘못되거나, 출혈이 일거나, 무언가 문제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지 않으시는 분이다. 같이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 전담간호사, 스크럽 간호사에게 책임을 위임하거나 예민해진 감정을 투사하는 의사들이 의의로 많기에 이 점은 굉장히 중요한 서전의 덕목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오늘은 인력 배정 상, 이 수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수술을 끝내고 점심을 늦게 먹어야 했다. 그래서 덕분에 긴 수술이지만 수술의 전체 진행과정을 온전히 함께했다. 2년 전 쯤에 동일 수술의 메인 수술 진행을 한 번 해본 게 전부인 수술이었는데 말이다. 신기하게 오랜만에 수술상을 차리고 수술을 지원하는데 중요한 상차림, 주요 수술 진행 과정, 주로 쓰시는 부속과 기구 준비가 선명했다. 그래서 특이사항없이, 무사히 수술을 잘 끝냈다. 꼭 내가 할 수술이 아니더라도 잘 모르는 수술이 있을 때마다, 소독 간호사 업무와 순환간호사 업무를 함께 공부했기에 그 시간들이 누적된 덕분일까. 처음에는 복강경만 하느라 손이 좀 무뎠었는데, 하다보니 교수님 하는 말도 착착 알아듣고 바로 바로 지원해줄 수 있었다. 긴장감에 피곤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손이 맞는 교수님과 수술을 한 기분이라 나름의 성취감이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분위기와 성격, 선호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게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가는 과정일 것이다. 모든 사람의 선호를 다 기억하고 맞춰줄 욕심은 내지 않는다. 내게 잘 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기본적인 업무 지원을 떠나 조금 더 잘 해주고 싶다. 그걸 알아주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오늘은 알아주셨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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