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서 우리가 하는 일들 : 소독간호사, 순회간호사
scrub nurse와 circulating nurse
아직도 주변 친구들은 수술실 간호사가 뭐 하는 간호사냐고 종종 묻는다. 병원은 전문화와 분업화를 지속하며 같은 팀 내에서도 다면적인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수술실 간호사는 진료과와 수술방에 소속되어 집도의 별로 수술을 지원한다. 수술방에서 일을 할 때는 멸균 영역에서 집도의와 기구를 주고받는 소독간호사와 비멸균 영역에서 수술을 지원하는 순회간호사로 역할과 기능이 구분된다. 입구/전처치실에서 환자를 확인하며 수술전 상태확인과 보호자 안내를 하고, 특수 업무로 수술실 내 멸균, 물류, 교육 전담 간호사가 되기도 한다.
환자는 병동에서 수술실 전처치실에 도착하여 수술방 입실 전 환자 확인에 한번 더 참여한다. 수술방으로 이동하면 각 방의 간호사가 sign in 절차를 거쳐 눈을 마주치며 환자를 맞는다. 수술실 간호사는 환자의 신상 정보와 정확한 수술명과 부위, 수술 방법, 항생제 및 알러지 관련 주의사항, 피부 상태 등을 사정한다. 전신이나 척추, 감시 하 진정의 경우에는 마취과 의사와 간호사가 수술 중 환자를 담당하지만 국소 수술의 경우에는 수술방 간호사가 환자의 상태 사정, 필요 시 수술 진행 안내 및 정서적 지지, 수술 지원을 병행한다.
이런 일들도 한다. 갑자기 생긴 응급 수술 연락에 방으로 뛰어가 급하게 상 차리기, 30분 만에 밥 먹고 양치하고 물 마시고 돌아와 퇴근 시간까지 풀 스크럽하기, covid 19 수술을 위해 5종 보호구와 PAPR을 준비하고 음압과 출입 통제 환경 설정하고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인력에게 보호구 착탈의법에 대해 교육하고 감독하기, 수술에 필요한 기구를 구하기 위해 다른 방 수술방에 전화하고 달려가기, 수술이 많은 날은 응급 멸균 기구의 불출 시간 계산해가며 방별로 기구 배정하기, 수술방에서 수술방으로 특정 교수님들의 장비와 의자 끌고 다니기, 학생 참관 선생님과 인턴에게 외과적 가운 착용과 멸균 장갑 착용 가르치고 도와주기,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환경에 대한 고장, 수리, 점검 및 감염 관리와 관련된 종합콜센터 업무, 수술에 참여한 모든 진료과의 자잘한 전화까지 대신 받고 전달해주기,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를 선별해 노래 틀어주며 수술방 분위기 풀어주기,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TIME OUT 절차에 대해 진료과에 적극적으로 학습시키고 습관화 도와주기 등.
수술실 간호사 - 소독간호사
(스크럽 간호사 scrub nurse, 멸균 간호사)
수술실 간호사들은 수술방을 해당 수술에 맞게 기구와 장비를 조정하여 셋팅하고 의사들과 함께 수술을 진행한다. 멸균 가운을 입고 집도의 옆에서 직접 지원을 하는 소독간호사가 되기도 하고, 멸균 영역 밖에서 환경 셋팅 및 수술 재료 지원을 수행하는 순회간호사가 되기도 한다. 마취과 의사 및 간호사, 진료과 의사와 소통하며 수술 진행을 원활하게 하고 수술하는 환자의 보호자 안내, 각종 진료재료와 기구 업체와 병동 간호사, 보험심사팀과도 소통한다.
소독 간호사는 제일 먼저 외과적 손씻기 후 멸균 원칙을 지켜 멸균 필드에 들어간다. 멸균 수술 가운을 입고(gowning) 혼자 손이 노출되지 않게 멸균 장갑을 끼고 나면(gloving), 수술에 필요한 기구와 수술 재료를 준비해 ‘수술상을 차린다’. 중간 중간에 의사가 손을 씻고 들어오면 가운을 펼쳐주고, 손이 노출되지 않게 멸균 장갑 착용하는 것을 도와준다. 의사가 수술 부위를 소독액으로 소독하고 멸균 방포를 이용해 수술 필드를 만들면 집도의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메이요 스탠드라는 멸균 상을 수술상과 함께 끌고 가, 수술 흐름에 맞춰 즉각적인 기구 지원을 수행한다.
이 때 집도의와 손이 착착 잘 맞으면 내적인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대로 수술이 진행되고, 상황을 파악하며 조금의 지연도 없이 속도에 맞춰 수술상을 정리해가며 수술을 지원할 수 있을 때, 다음 과정을 예상해 한발짝 앞서서 준비할 여유가 될 때 기쁘다. 지금 하고 있는 수술의 온전한 팀원이 되어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 내가 수술을 따라가며 지원할 수 있다는 느낌이 주는 성취감과 안정감이 있다. 목표로 하는 수술을 끝내며 거즈, 특수 pad, sharps 등의 계수를 파악하고 검체를 구별하여 정리한다. 수술이 끝나면 수술 기구를 정리해 멸균 의뢰하며 사용한 수술재료와 약품을 청구한다.
수술실 간호사 -순회간호사
(서큘레이팅 간호사 circulating nurse, 순환 간호사)
순회간호사로 일할 때는, 수술의 전반적인 흐름과 전체적인 진행 상황을 파악해가며 일을 한다. 지금 멸균 영역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맞추어 수술 필드를 비추는 무영등과 내시경과 초음파 장비 등을 조정해주기도 한다. 루틴하게 사용하는 수술기구와 재료를 파악해 지원하고, 수술 진행에 따라 추가적으로 필요할 수 있는 기구 및 수술재료를 알고 있어야 한다. 챙겨놓은 기구나 재료가 부족할 때는, 다른 과의 것이라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구와 재료를 구하기 위해 뛰어야 한다.
비멸균영역에서 멸균영역으로 중간 중간에 필요한 수술 재료와 약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진행에 맞추어 수술 간호기록을 시행하고 특수 진료재료 청구를 위한 원무전송과 오더 수행을 해둔다. 수술이 끝나가고 체강을 봉합하기 전에 계수 카운트를 위한 준비를 해두고, 소독간호사, 집도의와 함께 각종 계수를 파악하고 검체를 받아 기록과 분류를 한다. 수술이 끝나면 수술 기구를 정리하고 청소 사원님들이 방을 청소하는 동안 다음 수술을 위한 장비 정리와 방 셋팅, 각종 수술 기구와 재료를 살펴보고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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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간호사의 업무들은 직간접적인 경험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발령받기 전에는 나도 수술실 간호사에 대해 잘 몰랐다. 성인간호학 실습 때 일주일 정도 짧게 경험해봤는데, ‘완전히 독립된 특수 파트라 한번 발을 디디면 모 아니면 도 겠구나 -계속해서 수술실 간호사의 길만 찾거나 아예 다른 분야로 이직하거나-’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상근직이고 3교대 근무가 적구나, 이때까지 배운 기본간호학과 성인간호학은 잠시 제쳐두고 해부학, 수술 기구, 수술 장비 및 환경, 수술 절차와 원무전송, 각종 약물에 집중해야 하는구나 짐작하면서 말이다.수술실 간호사가 되니 혈관을 찾아 정맥 주사 라인을 잡거나 경구, 피하, 근육 주사 등 투약을 준비하는 일이 없어 기본 간호학과 약리학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다. 간호학의 많은 부분을 기억 속에 묻어 둔 채 계속해서 새로운 수술 관련 지식을 머릿속에 넣으며, 각종 수술 기구와 봉합기 등을 조립하고 조작하는 게 더 익숙해지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