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자 3명이서 전 수술을 커버하기 위한 고군분투
최근의 나이트에는 차지 선생님과 경력직 선생님이시지만 우리 병원에서 나이트는 처음이신 선생님과 근무를 했다. 우리 병원은 수술실 신규는 수술실 경력 1년부터, 경력직은 6개월부터 나이트 근무가 나온다. 차지 선생님은 차지가 봐야 할 업무가 있으시고, 수술장 대표 휴대전화로 마취과, 진료과, 병동 전화도 받으며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술 지원은 액팅 2명이서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이트 출근 전에는, 전체 과의 주로 뜨는 응급 수술을 숙지하고 이를 미리 열심히 공부하고 출근해야 조금 덜 떨린다. 공휴일 근무도 3명이서 전체 수술을 지원해야 하는 것은 같지만, 나이트 때는 누군가에게 물어서 전화하기도 힘들기에 웬만해서는 정말 근무자끼리 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신경외과를 돈 사람이 없어서, 특히나 신경외과 수술 공부는 더 열심히 해갔다. 잘 몰랐던 해부학 구조나 대략적인 수술 흐름을 알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참고했고, 응급 수술 간호 교육 받았던 burr hole과 craniectomy, aneurysm clipping 등을 다시금 공부했다. 이번 근무 때 수술로 만나지 않더라도 향후 써큐 볼 때나 응급 수술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면, 참 수술실 근무는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하고 배울 것이 참 많다. 보고 배운 것이 많을수록 궁금해지는 것도 늘어나고, 지식과 경험의 한계도 여실히 느낀다. 이 모든 것도 에너지가 있을 때는 잘 따라가지만, 지쳐 있을 때는 가끔 느린 학습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혹시나 나의 무지가 동료와 의사에게, 무엇보다 환자에게 해를 입힐까봐.
다행히 3일 동안 정형외과, 안과, 산부인과, 외과 수술이 있었고 낯설기는 했지만 서로 도와가며 큰 문제없이 해냈다. 정형외과 수술에는 정형외과에서도 특정 교수님들 수술에만 입는 surgical jacket도 처음 입어봤다. 다행히 교수님께서 진료과 입히는 걸 한번 보여주시고 따라 입으라고 다정히(?) 알려주셔서, 하나 더 배웠다. 위급한 환자 때문에 두 방을 동시에 열어 차지 선생님이 양방 써큐를 보게 되기도 하고, 수술장에서는 흉부외과 응급 수술로 온콜 인력이 나오고 나이트 액팅들은 NICU 신생아중환자실에 생후 1개월 환아의 small bowel R&A를 하러 지원가기도 했다.
근무 인력이 적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직장 동료나 상사의 눈치를 덜 보며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업무의 책임을 소수의 인력이 - 야간이라 수술 인계 사항을 물어보지도, 도움을 구할 곳도 없이 - 책임지고 행해야 한다는 부담이 아주 큰 단점이다. 실제로 신규 때(지금도 수술장에서는 신규 축이지만) 주말 근무와 나이트 듀티 때, 퇴근 후에 잘못된 점이 발견되서 전화가 올까봐 전전긍긍하며 쉬지도 못하고 있다가 휴대전화 벨소리에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이번 나이트도 첫 날은 출근하자마자 얼마나 심장이 콩콩대던지. 하지만 수술장을 누비고 일하면서 씩씩해졌다. 예전보다는 조금 더 준비되고, 자신있는 태도로 일에 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여기에 시간과 정성을 쓰고 있구나', 실감한다. 다행히 이번 근무 때는 서로 의사소통과 업무 분장이 원활해서, 각자 자기 몫의 일을 하면서도 한번 더 보면서 서로 실수를 잡아 줄 기회가 있었다. 혼자서는 다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서로를 잘 믿고 업무 분담을 하는 것만큼이나, 또 각자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한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굳어지고 있다.
수술장 일하면서 프리셉터 선생님께 배운 자세 중 하나는 내 업무 원칙이 되었다.
"너 자신을 포함해 아무도 믿지 말고, 직접 한번 더 확인해야 해.
의심스러우면, 다시 한번 더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