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술 경험의 빈익빈 부익부
방광암이나 여러 암의 전이로 인해 방광을 절제해서 떼어내고 소장을 이용해 요루(소변 주머니)를 만들어 요관을 심고 배 밖으로 빼내는 수술이 있다. 그런데 이브닝 근무를 하다보면, 협진 수술로 잡힌 이 수술에 참 자주 들어간다. 출근해서 이 수술이 있다 싶으면, 우리 과 수술 끝나고 여기 소독간호사나 순회간호사 가겠다는 예측이 될 정도다.
인력 배정할 때 같은 과를 돌았던 윗 선생님들은 수술이 많은 과에 가셔서 그 방에서 나오지 못하시고, 나와 같은 연차의 동기는 해본 적이 없다고 해서 아예 소독간호사를 안 한다. 그 과의 신규 간호사는 아직 개복수술에 익숙하지 않아 고려 대상도 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수술과 소독간호사 경험에 있어서 빈익빈 부익부가 계속해서 발생한다. 그러니 나는 더 익숙해지고, 진료과의 성향과 디테일을 맞춰갈 수 있긴 한데 가끔은 정말 지친다.
예전에 선임 선생님께서 “언제까지 내가 하는 거야. 이제는 네가 얼른 커서 해야지!”하며 타박 아닌 푸념을 하셨는데 딱 그 마음이다. 왜냐하면 이브닝 근무 중에는 차지선생님이나 고연차 선생님이 적어서 그 과의 수술과 응급 상황 대처, 오더, 원무전송을 스스로 책임지고 해야 하기에 지원이 원활한 사람으로 인력 배정을 하게 된다. 할 줄 아는 사람을 시켜야 사건 사고의 가능성도 최소화되고, 기구 관리와 인계에도 크게 문제가 없고, 응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바로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도 선생님들의 가르침 아래 성장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할 줄 알기에 내가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학습할 기회를 빼앗는 건 아닐까.’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너무 당연히 내가 할 거라고 생각하니, 다른 사람들이 공부도 안 하고 준비도 안 하는 게 보여서 속이 상했던 지도 모른다. 체력적으로 지쳐있었던 지도.
우스갯소리로 어떤 수술 혹은 어떤 교수님의 수술에 자주 배정받으면 수술실 간호사들은 자기를 “00 전문간호사 잖아요~”라고 이야기한다. 보통은 디테일이 많고 남들과 다른 까다로운 교수님이거나 난이도가 있는 수술이기에 계속 같은 인력배정을 하는 것이라, 모두가 그 전문간호사에서 탈피하고 싶어할 뿐. 이 시간도 지나갈 거라는 걸 안다. 내가 다른 듀티로 일하고 있으면, 결국에는 다른 누군가 부딪혀 가면서 수술을 하겠지. 내가 그랬듯이 공부하고 물어보고 깨지며 익히고 배우겠지. 이게 연차 별로 반복되는 수술실 간호사의 생리 중 하나인 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