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갑자기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습니다.-8
24년 1월 21일 일요일
아침에 눈을 떠보니, 카톡이 와있었다.
"병원 올 때 방석, 푸른주스, 손톱깎이, 길쭉한 베개도 가져다줘! (비둘기 이모티콘)."
곧바로 샤워로 비몽사몽 한 정신을 깨웠다.
'비둘기는 절대 지치지 않는다!"
그런 다음 필요 물품들을 챙겨 얼른 병원으로 넘어갔다.
병실로 가서 반갑게 아내와 재회했다.
"여보! 나왔어!"
"잘 잤어?!"
하지만 아내는 눈살을 팍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옆 자리 P산모 때문이었다.
"진짜... 코를 소리 지르듯이 골고!"
"새벽에 형광등을 갑자기 켜더니 유축을 하더라고!"
아내는 당장 다른 병실로 옮기고 싶어 했다.
"다른 병실 둘러봤는데!"
"비어있는 자리가 있던데..."
아내의 하소연을 듣자마자 곧바로 중앙 데스크로 달려갔다.
그리고 A간호사한테 병실 이동이 가능한지 물었다.
"저... 선생님 혹시 병실을 옮길 수 있을까요?"
어쩐 일인지 A간호사는 사유를 따로 묻지 않았다.
"네 바뀌 드릴게요."
그저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면은 산모님 회복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이제 내일부터 3시간 간격으로 수유 콜이 들어올 텐데요."
"그전까지 최대한 숙면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유축기 상세 기능을 설명할 뿐이었다.
"그리고 혹시 새벽 유축을 하게 되시면요."
"유축기에 탑재된 램프기능을 활용하시면 수월하실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열망하던 511호로 들어가게 되었다.
516호에서 511호로 짐을 옮기던 중, 우연히 복도에서 P산모와 마주치게 되었는데, 아주 똥 씹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곧바로 P산모의 날 선 질문들이 날아왔다.
"다른 병실로 옮기시는 건가요?"
"왜 옮기시는 건데요?"
"혹시 1인실로 가시는 거예요?"
그래서 에둘러 답했다.
"아... 1인실로 가는 건 아니고요."
"지금 자리는 출입문 쪽에 붙어 있어서..."
"매트릭스를 깔기에는 좀 비좁아요..."
"그래서 침대 옆 공간이 더 넓은 자리로 갑니다."
P산모는 내 담변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아 그러신 거였어요?"
"아내 분 챙기는 모습이 보기 좋으시네요."
516호 P산모의 양 옆 자리는 또다시 비게 되었다.
짐 정리를 마무리한 후, 복도로 나와 숨을 골랐다.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건 미완인 인수인계였다.
그래서 고심 끝에 소장님께 연락드렸다.
"소장님 주말에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카톡)"
"다름 아닌 인수인계 건입니다.(카톡)"
"(중략)"
"바쁜 시기에 육아휴직을 사용해서 죄송합니다.(카톡)"
바로 답장이 왔다.
"고생했고.(카톡)"
"육아에 전념해라.(카톡)"
"내일 팀장들과 협의해서 인계자 정할 거다.(카톡)"
"수고하고...(카톡)"
정말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
"네 소장님 감사합니다!(카톡)"
"명일 오후에 인수인계 차 현장 사무실 들르겠습니다.(카톡)"
그때 저 멀리 복도 끝에서 C간호사와 새로 들어온 산모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내가 서 있는 511호를 지나 516호 쪽을 향해 걸어갔다.
역시나 C간호사는 시그니처 속사포를 선보이고 있었다.
"산모님은 내일까지는 보호자분 꼭 같이 대동해서 다니셔야 됩니다."
"변혈 증상으로 어지러우실 수도 있으셔서 그래요."
"(중략)"
"516호 담당 간호사는 저고요."
"참고로 병실은 한 번까지만 바꾸시는 게 가능하세요."
"아 그런데 혹시 코 고시나요?"
새로 들어온 산모는 어리둥절해했다.
"네...?"
C간호사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중앙 데스크로 다시 돌아갔다.
"고는 사람 찾아야 하는데..."
태권! 따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