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공유 주택
홀로서기 첫 장소로 선택한 곳은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다. 들어본 적은 있지만 코리빙 하우스의 정확한 의미는 알지 못했는데,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몸을 단장하고 잠을 잘 때는 나만의 공간에서, 음식을 하거나 세탁을 하는 등 장비가 필요한 일은 공용 공간에서. 깔끔한 방도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좋았던 건 이 공용 공간이다. 혼자 원룸에서 산다면 누리기 힘들었을 넓은 주방과 세탁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거기다 피트니스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까지. 특히 늦은 시간까지 원고를 써야 할 때가 있는 나로서는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카페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입주민들의 건강한 일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제철 음식으로 함께 식사를 하는 제철 다이닝이나 루프탑 공간에서 차분하게 진행되는 명상 등이다. 처음으로 명상을 체험하고 (살짝 졸긴 했지만)정말 좋았다고 엄마에게 말하자 집에서 그런 걸 왜 하냐고 사이비나 다단계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엄마에게 공유 주택이라는 개념은 아직 낯선 듯하다. ‘살기 좋게 만든 좋은 고시원' 같은 거라고 설명했더니 이해하셨는데, 고시원이라니 또 걱정이 되나 보다. 요즘은 잘 살고 있다는 사진을 일부러 더 자주 보내는 중이다.
어쨌든 직접 살아본 공유 주택은 꽤 만족스럽다. 공간의 편리함이나 서비스도 좋지만, 가장 와닿은 건 이웃의 다정함이었다. 처음 보는 사이여도 엘리베이터나 세탁실에서 만나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누군가가 집에 들어오면 식사를 했는지 안부를 묻는다. 냉장고를 열면 ‘함께 먹어요'라는 쪽지가 붙은 식자재들이 가득하고, 건조기에 빨랫감을 넣은 상태로 잠이 들면 죄송하게도 곱게 개어져 있기도 하다. 어떤 날은 꽃게탕을 많이 했다며 함께 먹자는 대화가, 또 어떤 날은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쭉 이어진다. 엄마가 집에 없으면 옆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던 어렸을 적 이후로, 나에게 처음 이웃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