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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Nov 30. 2020

나의 독립생활기 3

살림으로 나를 돌보는 법


독립 첫날, 눈을 뜨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아주 원초적이면서도 낯선 것이었다. ‘오늘 뭐 먹지?’ 이 단순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본 적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동안은 밥솥을 열면 밥이 있었고, 냉장고를 열면 반찬이 있었으니까(그 뒤에는 언제나 엄마와 아빠의 가사 노동이 있었다). 일단 텅 빈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혼자 오는 마트는 독립생활자로서의 자유와 책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엄마한테 한소리 들을까 사지 못했던 와인과 맥주를 잔뜩 살 수 있고, 커다란 통에 들어 있는 아이스크림도 살 수 있지만, 가격표를 이전보다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우유가 이렇게 비쌌구나, 계란은 이따 집 가는 길에 시장에서 사야겠다. 



독립생활, 국어사전에 검색해보니 이런 뜻이 나온다. "남에게 의지하거나 도움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힘으로 유지하여 나가는 생활" 그동안의 나는 늘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 누군가는 친구이기도, 누나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부모님이었다. 엄마 아빠의 품 안에서 매일 건강한 아침을 챙겨 먹었고, 나의 옷장은 여름이면 반팔이, 겨울이면 패딩이 채워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이틀쯤 방 청소를 하지 않아도 며칠이 지나면 깔끔한 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한 나는 어린아이였다.



이제는 아니다. 하루만 청소를 걸러도 방에는 먼지가 쌓이고, 빨래를 하지 않으면 당장 쓸 수 있는 수건이 없다. 아무리 야근을 하고 돌아와도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혼자 산다는 건 나 자신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일이기에 신경 쓸 건 훨씬 많아졌지만 그래도 좋다. 나를 돌보는 법을 이제야 배워가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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