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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Jul 27. 2020

3년의 법칙

초기 3년은 뭘 해도 넘어지고 쓰러지는 고행길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의 경험에 미루어 보자면 어떤 것을 시작해 감 이 라는걸 익히기까지는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민을 온 초기에 , 일을 시작한 초기에 3년이 지나기 전까진 뭘 해도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하늘이 온 힘을 다해 나를 막는 것이 아닐까 라는 원망이 들 정도로 힘겨웠던 기억이 있다.

 직장일도 3년 동안은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가늠이 안 갈 정도로 엉망이었다.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였고 나는 늘 뒤쳐져 있는 것만 같았다.

첫 직장부터 약 3년 동안은 제때 , 제대로 월급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돈 이 없으니 서울 생활은 너무 팍팍했다. 지방에 있던 남동생이 나를 보러  왔을 때 우리는 집 근처 갈비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동생에게 많이 먹으라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그때 내 통장엔 전재산 20만 원이 있었다. 이때 너무 고생을 한 탓인지 지금도 월급 밀린다는 소리를 어디서 듣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화가 치민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은 3년이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월급을 받아 저축도 하고 나름 여유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월급쟁이 인생 딱 버는 만큼 쓰는, 남 들 보기엔 별 것 없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의미가 컸다.

 그중 하나가 회사를 출퇴근하면서 길거리에 즐비했던 커피숍들 중 스타벅스는 내게 좀 특별했다.  매일 사 먹기에는 내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커 피였기 때문에 한 달에 한번 월급날만 사 먹기로 스스로 약속을 하고 그날이 되면 퇴근하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퇴근을 하곤 했다. 그렇게 소중히 쿠폰을 모아 공짜 음료라도 하나 먹는 날은 기쁨이 2배였다. 월급날은 그 때문에 더욱 행복한 날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직장 잡고 받은 월급으로 무려 스타벅스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 정도면 나름 잘 해나고 있는 것 아닐까 라는 보상 심리였던 것 같다. 그때는 왜 그렇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 잡혔을까. 인생을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끊임없이 부모님, 동료, 친구들로 부터 확인받기 위해 버둥거렸다.

지금도 스타벅스를 보면 그때의 감정들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물론 지금 스타벅스 데이는 완전히 사라졌다.


캐나다에서 이민을 진행할 때도 3년째 되던 해 가지고 있던 돈이 거의 다 바닥이 났다. 근근이 파트타임 일 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게임 개발자로서 취직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말 그래도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갈 것 같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제대로 된 게임 회사에 취직을 했다. 그때가 4월 중순쯤이었는데 면접을 보고 밖으로 나와 내 생에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봄 햇살을 볼 수 있었다.


몬트리올로 이민 장소를 택한 데에는 이 곳에 게임 개발 회사들이 굉장히 많다는 이유가 컸다.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부의 정책 덕분에 많은 글로벌 회사들이 몬트리올에 둥지를 틀었다. 덕분에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게임 개발자에 대한 인식도 좋다.

 출근 날짜가 다가오자 언어 때문에 미친 듯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영어 공부도 해 봤지만 좀처럼 긴장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렇게 첫날 동료들과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간 회사 근처 아이리쉬 펍에서 나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시켰다. 긴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나의 새 동료들이 제발 나에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사람들은 내게 전에 다녔던 회사와 프로젝트에 대해 간간히 질문을 던졌다.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위경련이 일어날 만큼 극도로 긴장을 했다. 단 한입의 햄버거를 베어 물었고 감자튀김 서너 개가 그날 점심의 전부였지만 집에 올 때까지 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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