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꿍이/육아일기/일곱살/딸/어록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가
대단한 발견을 한 듯 말했다
엄마, 저 이제 알까기 잘하는 방법을 알아요.
살살 치는 거예요.
맨 처음 열 개로 알까기를 하거든요.
그 사람이 튕겨나갈 수도 있고,
제가 튕겨나갈 수도 있지만,
더 세게 하면 튕겨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너무 세게 치면 튕겨나가더라고요.
조금씩 살살 치면서 기다리면
그 사람이 세게 쳐서 알아서 튕겨나가더라고요.
살살 치면서 그 사람이 알아서 튕겨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뭐라고 생각해?"
가장 좋은 방법은 '방어'인 것 같아요.
어쩌다가 내 거가 반쯤 걸쳐지면
또 세게 쳐서 방어하고요.
살살 치다 보면 그 사람은 두 개
내건 다섯 개 남고
마지막엔 제 것만 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기는 거죠.
<아이의 말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다 보니 중복이 많습니다.>
알까기 묘하게 인생이랑 닮았네.
'최선의 공격은 방어'라는 사실을 벌써 알았구나.
아이야, 인생도 비슷하단다.
너무 힘껏 달리면 먼저 나가떨어지고야 마는,
기회를 보며 살살 달려야 하는,
그리고 가끔 위기가 오면 좀 더 힘을 내야만 하는,
그런 인생을
알까기를 잘하는 너는
아마 잘 살아낼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