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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멀더와 스컬리 Nov 13. 2021

엄마는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 걸까?

똥꿍이/육아일기/ 일곱살/딸/일상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우주

#달

#태양계


누리호 발사 이후 우주에 푹 빠져버린 요즘 아이들

흔한 7세

딸아이는 유치원에서도 집에서도

온통 우주 이야기뿐이다.


태양계 책을 사달라고 해서 사줬고,

우주 책을 사달라고 해서 사줬고,

달 책을 사달라고 해서 사줬다.


한마디로 우주의 별도 달도 다 따줬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책을 읽고 우주에 관한 온갖 질문을 쏟아낸다.

엄마, 목성은...?

엄마, 태양이...?

엄마, 항성이랑 행성이....?

엄마, 엄마, 엄마?


글을 쓰느라 노트북을 두드리며

아이에게 건성으로 대답했다.


"엄마 잘 모르겠어. 아빠한테 가서 좀 물어볼래?"


대답을 들은 아이는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그제야 아이 얼굴을 올려다보니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엄마 다 알잖아요. 모르는 거 아니잖아요.

글 쓰느라 바쁘다고 그러는 거잖아요."

"아니야, 엄마 정말 몰라서 그래."

다독였지만 아이는 엄마의 말을 믿지 않는다.

하긴 다른 것이었다면 찾아서라도 알려줬겠지.


밥을 차리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청소를 하다가도

불쑥불쑥 아이들의 질문을 받을 때면

최대한 성의껏 대답해줬다.


아는 건 아는 데로 알려주고,

모르는 건 아는 만큼 알려주고,

핸드폰을 뒤적여서 다시 알려주는 성의를 보였다.


그렇지만 이번 질문은

우주만큼이나 광활한 질문들이다.

핸드폰을 뒤적여도 답을 구할 수나 있을지.

답을 구한다고 해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몇 분 몇십 분 안에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아빠에게 질문을 떠넘겼는데

아이는 엄마의 성의 없음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서러웠던 것 같다.


다행히 아빠가 데려가서 대답해주고

상황은 잘 마무리 되었지만,

앞으로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질문을 마주하게 될까.


엄마는 어디까지 알아야 하는 걸까?

엄마는 어디까지 대답해줘야 하는 걸까?

ㅠ.ㅠ


게임도 못하는 어느 엄마는

아이를 위해 배틀그라운드에 함께 들어가

기꺼이 킬 당해준다고 한다.


우리집의 경우는

주말이면 아빠가 아들딸과 배그를 해주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이들의 소원은

엄마도 함께 배그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아이들을 위해 배그도 배워야 하는 걸까?

아, 엄마 노릇 힘들군. ^^;;;


엄마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


이제부터

아빠랑 파트를 좀 나눠서 대답하고 싶다.


"여보, 자연과학계열은 당신이 좀 맡아줘요.

인문계열은 내가 열심히 공부해 볼게요."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아이들의 엉뚱하고 난해한 질문들에

성의 있는 대답을 주시는

세상 모든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고모, 아줌마, 아저씨,

선생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의커다란집#우주

#지구의하나뿐인위성#달

#태양의가족#태양계

#열린어린이

#우리의커다란호기심덩어리

#지구의하나뿐인사랑스런꼬꼬마

#태양의가족#우리똥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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