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을 온몸으로 맞았던 그날의 기억을...
봄눈이 쏟아지는 계절, 어느 작가님의 sns에서 만난 표현이다. 생각해 보면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은 비보다는 눈을 닮았는데, 왜 꽃눈보다는 꽃비일까? 아마도 발음도 쉽고 예쁘게 들리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꽃잎이 떨어지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비가 내리는 모습보다는 눈이 내리는 모습을 닮았다. 그런 면에서 봄눈이라는 표현은 너무 딱인 것 같다. 말도 예쁘고 장면이랑도 딱 떨어지니까.
가볍고도 포근한 꽃잎이 바람에 날려 사뿐히 내려앉는다.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사뿐히 지르밟는다. 너무 예뻐서 어떻게 밟을까 싶지만, 또 너무 예뻐서 제일 먼저 밟고 싶다. 새벽에 내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처럼.
꽃비, 꽃눈, 봄눈 무엇이라 부르던 무슨 상관일까. 아름다우면 그만이지. 내 맘에 봄을 불러주면 그만인 것을. 다만 그 마음을 글로 옮길 때는 조금 더 특별한 표현을 쓰고 싶다. 독자가 글을 읽고 꽃잎을 온몸으로 맞았던 그날의 기억을 제대로 불러올 수 있게.
봄이 왔고, 꽃비를 맞았고, 꽃길을 걸었다.
봄이 왔고, 꽃눈을 맞았고, 꽃길을 걸었다.
꽃비가 내렸고, 봄이 내렸다.
이윽고 꽃눈이 왔고, 봄이 왔다.
결국은 이런 사소한 고민들이 쌓여서 좋은 글이 되는 게
아닐까. 물론 우선 내용이 좋아야겠지만. :)
어쩔 도리가 없이 아직은 꽃비가 더 익숙하다.
햇살도 바람도 좋았던 어제, 나는 꽃비를 맞았고 꽃길을 걸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꽃비도 맞고 싶고 꽃길도 걷고 싶은데 꽃이 지는 것은 아쉽다. 봄이 가기 전까지만 이라도 꽃이 지지 않으면 좋겠다. 봄도 꽃잎도 붙들고 싶다. 눈에서 사라져도 마음에서는 오래오래 붙들고 있어야지. 여름의 싱그러운 초록이 오면 그때 보내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