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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멀더와 스컬리 Jun 24. 2024

중딩에게 엎드려 절 받기

남매일기/열살/딸/열네살/아들/일상/어록

아들의 학급발표회가 잡혔다.

1학기 내내 연습한

뮤지컬을 보여주는 귀한 공연이다.


그런데

일정 체크를 못해서

이번달 월차를 이미 써버렸고

아들의 발표회에 갈 수 없게 돼버렸다.


아들 : 전 괜찮아요.

엄마가 오셔도 괜찮고, 안 오셔도 괜찮아요.

상관없어요.


하지만

발표회 날이 다가올수록

나는 아들의 공연이 꼭 보고 싶어 졌다.


상사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고

다음 달 월차를 당겨 쓰기로 했다.


엄마 : @@아,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이 있어.


아들 : 기쁜 소식은요?

엄마: 엄마가 발표회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야.


아들 : 슬픈 소식은요?

엄마 : 네가 엄마가 가던 안 가던

별로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지.



아들 :
그건 엄마가
못 오신다고 해서 말한 거죠.
저야 당연히 엄마가 오시면 좋죠.
저의 학교 생활을 더 보여드릴 수 있고 하니까 당연히 좋죠.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좋다.


훌쩍 커버린 아들의 대답이 내심 섭섭했는데

듣고 나니 괜히 기분이 좋다.


아직은 아이가 엄마를

조금 더 필요로 했으면 좋겠다.


딱 올해까지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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