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희망

남매일기/열한살/딸/열다섯살/아들/일상/어록

by 멀더와 스컬리

얼마 전 중간고사를 마친

아들이 성적표를 내밀었다.


학원을 다닐 땐

제법 잘했었는데

혼자서는 공부가 잘 안 되는지

점수는 자꾸만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공부를 핑계로

방문을 닫고 보낸 수많은 시간 동안

대체 무얼 했을까


인강을 틀어놓고

컴퓨터로 웹툰을 보고

핸드폰으로 친구랑 카톡 하고

책상 위에 지우개 가루가 가득한 걸 보니

그림도 그렸겠구나.


그래도 시험 기간엔

책 들고 왔다갔다하길래

이번엔 혹시나 하고 기대했더니...


초보 등산가처럼

오르자마자 다시 내려오는

아들의 성적표에 절망했다.


방으로 불러다가

한마디 했더니

어느새 아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잠시 후

아들은 마음을 다독이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아들의 식사를 챙기려고 식탁을 보니

편지가 한 통 놓여있다.

슬쩍 훔쳐보니

오빠를 위로하려는 동생의 편지였다.


속상한 오빠의 마음도

화가 난 엄마의 마음도

알뜰살뜰 헤아려주는 딸의 편지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사이 아들방에서

웅얼웅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얘가 벌써 마음을 추슬러서

공부라도 하는 걸까?

아들방에 다가가 노크했다.


“뭐 했어? 나와서 밥 먹어.

근데 방금 소리가 나던데

무슨 소리였어? “


“음악 들으며 노래 불렀어요. “


아아~~~

오늘도 혼자 김칫국을 마셨구나.


방금 전까지 울다가 소리 내서

노래를 불렀다고? 벌써?

황당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아들이 힘든 마음을

스스로 털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니 다행이다.

오빠를 아껴주는 동생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너와 내가 함께 몰입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