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일기/열한살/딸/열다섯살/아들/일상/어록
출근길이면
습관처럼 타던
에스컬레이터를 멀리하고
계단을 이용해 달린다.
마지막 계단을 오를 때면
숨이 차오르고
허벅지가 터질 듯 찌릿하지만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어르신들 옆을 빠르게 지나치며
나의 속도에 자족했다.
이만하면 괜찮다.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딸아이와 함께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데
딸은 폴짝폴짝 뛰는 듯 나는 듯
어느새 저만치 내려가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딸 : 엄마는 왜 이렇게 늦게 내려와요?
엄마 : 늙어서?
딸 : 음~~~ 그건 다 산화 때문이에요.
계단 위에서 젊음을 뽐내던 사십 대는
십 대 앞에서 겸손을 배웠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하루하루 산화되어 가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