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일기/열한살/딸/열다섯살/아들/일상/어록
저녁을 배불리 먹고
뜨뜻한 방에서
중딩 아들과 나란히 기대앉아 있었다.
TV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가 흘러나오고
나는 좋아하는 책 한 권을 펼쳤다.
박정민 산문집
쓸 만한 인간
나는 아들에게
책에서 마음에 드는 한 구절을 보여줬고
아들은 나에게
TV에 나오는 보이그룹의
가사 한 소절을 들려줬다.
서로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다정한 시간이었는데
“@@아, 근데 지금 시험기간인데... “
나의 한 마디에
아들은 1초 만에 TV를 끄고
총알처럼 뛰쳐나갔다.
저 녀석, 달리기 선수를 해야 할까?
녀석의 순발력에 깜짝 놀라서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엄마로부터 도망친 녀석은
동생이랑 노래 부르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시험기간인데.....
대체 저 녀석은 뭐가 될까?
궁금하다.
결국 뭐가 돼도 되겠지.
잘크귀소
잘될 놈
크게 될 놈
귀한 놈
소중한 놈
오늘도 주문을 걸어본다.
어차피 끝내는,
다 잘 될 거다.
<박정민 산문집, 쓸 만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