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맛 1, 라씨

바라나시의 특별한 라씨 Lassi 를 소개합니다.

by 조작가

인도의 맛, 라씨


바라나시의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는 작은 시장이 있었다. 관광객들을 호객하기보다, 현지인들이 일상을 보내는 소박한 골목이라 할 수 있겠다. 가게에 줄을 선 채로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거나 식재료를 구매하는 이들로 거의 언제나 좁은 골목길이 붐볐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군것질거리를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과의 나는 시장통의 작은 가게들을 좋아한다. 세계 어디를 가도 가장 먼저 찾아 집요하게 관찰하며 시장통 관광을 탐색하는 나를 보며, 동행하던 이들은 나의 재빠른 걸음걸이에 놀라기도 했다.

평소에도 신기한 요리, 새로운 조리법에 관심도 많은 터라, 처음 보는 길거리 음식을 맛보는 것도 이곳에서의 재미있는 소일거리 중 하나였다. 특히 숙소 근처의 시장 골목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바글거리는 곳은 단연 라씨 가게였다. 장사 수완이 좋은 몇몇 가게는 한국어로 번역된 메뉴판을 갖고 있을 정도다. 번역이 좀 어설프고 웃길 때도 많았지만 - 나름의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라 보자면, 훌륭했다. 가게마다 그들 나름의 ‘시그니처 메뉴’를 가진 곳도 있을 정도다. 소문에 의하면 방(bang)이라고 부르는 대마 성분을 섞는 ‘스페셜’ 메뉴를 슬쩍 내준다는 후기도 이따금 여행자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했다.




쇠그릇에 라씨 재료들을 넣고 쉐킷 -> 토기 그릇에 담아 -> 토핑을 올려준다


보통의 라씨 가게는 우리나라 포장마차 떡볶이집처럼, 오픈 조리대를 두고, 작은 의자에 겨우 엉덩이만 걸친 채, 그 자리에서 가볍게 먹고 나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냉장 보관 시스템이라는 것은 전무하다. 재래시장에서의 여름 디저트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은데, 가끔 시원한 콜라나 사이다 같은 음료를 파는 식당도 있긴 하지만, 이곳 남부 인도에서 ‘얼음’을 사 먹는다는 것은 자신의 장(腸) 건강을 포기하는 일이라는 상식이리라 생각했다. 차가운 조제 음료라니. 그런데, 이 라씨는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요거트를 베이스로 하되 각종 과일, 과일즙을 토핑으로 얹어 시원함과 달콤함을 배가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여행자들의 필수 음료 중 하나다. 다양한 과일 토핑을 선택하면 요거트 베이스에 과일즙을 섞어 용기에 넣고 마치 믹서기를 대신하듯 열렬히 섞어낸 후 작은 테라코타 토기에 담아 토핑을 얹어 내어 준다. (코코넛 등과) 잘 섞어내는 행위 덕에 라씨의 질감은 쫀득할 정도로 재료와 잘 어울린다. 과일에 따라 다양한 맛도 다르고, 기성품이 아니기에,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는 과정을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다 먹고 난 토기 그릇은 재활용하지 않고 바닥에 깨어 버린다. 깨진 테라코타 그릇 조각은 산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깨버리는 그릇이라니, 친환경의 정수!


* 바라나시에서 모른 척 지나갈 수 없는, 인도식 요거트 lassi 먹는 방법을 소개하자면,
1. 각종 토핑 재료 선택하기 - 석류, 바나나 등 각종 과일이 옵션

2. 토기 그릇에 담아준 시원한 과일 요거트를 맛나게 먹기

3. 다 먹은 토기 그릇은 깨어 버림.


라씨를 들고 옹기종기 여행자들이 요거트를 떠먹고 있는 광경은 처음엔 좀 우습기도 하고, 라씨 가게만 가면 낯익은 여행자들을 마주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장소가 되어서 재밌기도 했다. 처음엔 그 비법을 배워오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너무도 당연히, 다른 도시에서도 바라나시의 그 라씨맛을 계속 맛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바라나시에서조차 그 맛을 모두가 재현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실망감은 생각보다 꽤 컸던 것 같다. 바라나시의 명소였던 그 좁은 시장 골목. 더운 인도에서 시원한 과일이 추가된 꾸덕한 요거트는 다른 가게에서 쉽게 만나기 힘들었다. 맛도 물론이거니와 상쾌한 에너지를 주는 탁월한 라씨는 아직도 그립다. 인도를 여행하며 점심 후식으로 1일 1 석류 라씨 한 사발했던 경험이 없다면, 아마도 바라나시 골목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냉장 시스템이 없는데, 요거트를 어떻게 보관하냐고 묻지 마시길.
아마도 라씨 유산균은 적절히 따뜻한 상온에 자연 발효되는 상태였고, 냉장 보관 따위는 되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어느 날 가게에 앉아 오후 라씨를 맛나게 즐기고 있을 때, 커다란 대야에 가득한 요거트 베이스에 가득 파리가 꼬인 채 공수되고 있는 걸 보았다. 누군가가 손수 머리에 이고 배달해주고 있었는데, 과연 이 우유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잠시 궁금했지만, 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너무 많은 정보는 가끔 슬픈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으니. 그저 쫀득하고 달콤한 라씨 레시피의 미스터리를 궁금해하며, 바라나시에 대한 기억 속의 한 장면을 달콤하게 저장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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