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전통의상 체험기
인도를 배우는 법 2 : 전통 의상, 사리 체험기
인도에서부터 유래된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제법 가까운 같은 ‘아시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리아는 게 별로 없었을까. 어쩌면 <인도에 대한 관심>은 공부를 좀 깊게 해야 하는 철학이나 종교, 요가, 명상 같은 몇몇 대표적 단어로 대표되는 듯한, 단순하고도 좁은 편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놀라게 된 것들이 많다. 우리가 알고 있던 ‘파자마’(평상복으로 입는 통이 넓은 바지)란 단어도 인도에서 유래된 것이라지.
인도인들의 옷차림은 사실 꽤 복잡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펀자브라는 평상복 (여성들이 입는 상의가 긴 투피스 형식의 일상복)은 펀자브 지방에서 많이 입던 형식으로 ‘사르와르 카미즈’란 명칭이 따로 있고, 흔히 아는 ‘사리(saree)’ 뿐 아니라 다양한 형식의 의복이 존재했다. 사실 사리라는 뜻은 ‘얇은 천’을 뜻하는 의미로, 이 천을 둘러 만든 인도식 의상을 칭한다. 인도인들의 사리, 특히 여성들이 입고 다니는 번쩍번쩍 화려한 레이스와 무늬의 직물에서 보이는 화려함은 누가 보더라도 눈요기가 되기에 충분해 이방인들에겐 특별한 인도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소재라 할 수 있었다. 이런 전통의상뿐 아니라 각종 침구류와 머플러, 등등의 섬유제품들은 여행자의 호기심과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갓진 하루 시간을 잡아 같은 숙소의 친구들과 윈도쇼핑(이라고 쓰고 인도 전통의상 체험이라고 읽는 편이 좋을)을 계획했다.
드디어 갠지스강, 가트를 벗어나 본격적인 <사리 원정대>의 출격으로 시내 구경을 나섰다. 마치 대학가에 처음 옷 구경차 마실 가는 소녀들처럼 재잘거리던 나들이였다. 큰 길가의 고급 점포들은 관광객용 카펫, 사리, 펀자브 등의 의류를, 시장 안쪽에 시트나 커튼, 방석 등을 팔고 있었다. 사리는 천 원대부터 가격을 말하기 어려운 고액 대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여행자로서의 행색이 고급 실크를 구매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는지 진열대에 펼쳐진 고급 물건들은 우리가 가격을 물어봐도 쉽사리 꺼내 주지 않았다. 어느 가게 주인은 한국의 유명한 연예인이 다녀갔다고 우리에게 자랑(?) 하기도 했지만.
몇 바퀴를 돌다 멋진 물건이 많고 여유가 있어 보이는 가게를 하나 골라 흥정도 해보았다. 물론 여행자 능력에 값비싼 사리는 눈요기였고, 생활복을 구입하고픈 생각은 있었지. 우리의 속셈? 을 눈치채고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친절한 사장님은 사리를 골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꺼내 주는 천 두루마리와 사리라 일컫는 ‘옷’이 별개인 줄 알았던 우리는 황당했다. 알고 보니 사리 자체가 옷이 아니라 재단 없이 ‘긴 천’으로 몸에 둘러 입는 형식이라는 것. 천의 길이나, 무늬만 개성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름을 만들어 입는 방법도 스타일마다 제각각 개성을 살릴 수 있다. 셋 중 가장 용기 있는 학생이 먼저 적극적인 관심 보였고, 사장님이 친히 사리를 입는 과정을 알려주었다.
참고로 비싼 사리는 길이가 길고 화려하며, 금사 은사로 수놓은 수공의 멋이 있었다. 신기한 점은 저렇게 길고 긴 천으로 하체는 칭칭 돌려 감아 단단히 허리를 고정하는 것에 반해 상체의 경우 겨우 가슴을 가리는 단순한 형식이라는 점. 별도로 입는 상의는 탑이나 반팔 배꼽티 정도의 형식적인 가리개에 불과하다. 하체에 비해 상체에 대한 노출은 관대해 보이는 것이 대조적이랄까. 반면 요즘의 서양식 패션은 초미니 반바지나 스커트로 하체를 노출하는 것이 일상적인? 것에 비하자면 더욱 문화적 차이가 드러난다. 이렇게 아랫도리를 싸매고 다니는 문화권의 사람들이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의 옷차림을 보면 얼마나 충격적일까. 우리가 이들의 배꼽이, 뱃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체를 보게 되는 광경도 어색할 것이다. 어느 편이 더욱 '이상하게' 보일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간디는 영국 식민통치 하에서 산업화의 산물인 합성섬유가 인도의 강점인 면화산업을 피폐하게 만들어 농촌을 파괴한다고 생각했다. 합성섬유를 거부하고 면화를 고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간디의 산업화, 도시화, 서구문물에 대한 반대로 일어난 흐름이 바로 '스와데시(Swadeshi) 운동'이다. 스와데시는 힌디어로 ‘모국(母國)'을 뜻하는 말로 외래품, 특히 영국 상품을 배척하는 국산품 애용운동이다. 스와데시는 외부시장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피한다. 영국에서 기계로 만들어진 값싸고 대량 생산된 직물들이 인도에 홍수처럼 들이닥치자 농촌 지역 직물 장인들은 일자리를 잃고, 마을경제는 수렁에 빠졌다. 간디는 농촌의 가내 직물업이 다시 소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영국산 직물의 유입을 막기 위한 운동, 즉 스와데시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스와데시 운동의 결과 수많은 인도인들이 신분을 초월하여 영국이나 도시로부터 수입된 공장 제품 옷을 배격하는 데 동참했다. 그리고 간디처럼 스스로 실을 잣고 옷을 짜 입는 법을 배웠다. 간디가 돌린 물레는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독립의 상징이 되었다.
(후략)/ keri.org 오화석 님의 칼럼을 인용합니다. http://www.keri.org/web/www/issue_04?p_p_id=EXT_BBS&p_p_lifecycle=0&p_p_state=normal&p_p_mode=view&_EXT_BBS_struts_action=%2Fext%2Fbbs%2Fview_message&_EXT_BBS_messageId=150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