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맛 3, 탈리

인도 가정식 탈리를 맛보다.

by 조작가

인도의 정식, 탈리를 아시나요


배낭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가이드가 없는 어수룩한 백패커에게는 낯선 나라에서 낯선 언어로 적힌 메뉴판의 해석과 음식 선택이 매번 고난도의 미션과도 같다. 아침 식사로 가볍게 시도하기에는 ‘상상력이 필요 없는’ 메뉴가 필요하다. 큰 실패 없이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기 위한 메뉴로 인도에서 선택한 음식은 '팬케익'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내 예상과는 한참 동떨어진 형태였던지라, 사례분석을 해보았다!

1,2번 바나나 팬케익은 밀가루(아마도 박력분) 부침 위에 토핑처럼 얹어진 슬라이스 바나나 조각, 그리고 꿀과 함께 서빙.

세 번째 바나나 팬케익은 무지 두꺼운 밀가루 반죽덩어리에 사이드로 바나나를 곁들이는 스타일, 그러니까 그냥 바나나 + 팬에 구운 밀가루부침. ㅋ

4번 바나나 팬케익은 얇은 밀가루 반죽에 바나나 1개를 마치 곱게 말아 동동 썰어 내놓은 롤의 형태


어쩜 하나같이 개성 있는 해석인지. 밀가루 반죽에 계란과 우유, 베이킹파우더로 살짝 부풀어 오른 서양식의 팬케익은 결국 인도 로컬식당에선 만나지 못했다. ㅋ

*1. 밀가루 반죽 속에 숨어있는 슬라이스 바나나

*2. 분명 팬케익을 주문했는데 서빙된 밀가루 빈대떡

*3. 조금 비싸지만 맛있는 화덕 난과 바나나

*4. 이것도 역시 바나나가 돌돌 말려있는 바나나 팬케익


드디어 인도의 맛, 탈리 Thali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메뉴판을 정독하고 식사 주문에 도전했지만, 이처럼 매번 내 상상을 크게 깨버릴 때가 많았다. 결국 팬케익에도 기대를 버리게 되었고, 인도 여행 3일 차가 되어서야, ‘진짜 인도식’에 점점 호기심이 일었던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의 식당에서 만난 인도식 Thali가 그 시작이 되었다.


탈리’란 테두리를 두른 금속 원형 쟁반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식판>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안에 일정한 크기의 종지들을 여러 개 놓아 요리/소스를 조금씩 담는다. 즉 탈리 정식은 1인분을 위한 모든 음식이 한 쟁반에 차려지는 식사 방식이다. 바라나시의 게스트하우스 식당에서 내가 주문한 첫 번째 탈리는 동그란 식판에 각종 소스와 차파티, 로티로 구성된 8가지 음식이 세팅되어 있었다. 종지에는 노랑 콩 카레(원재료를 상상할 수 없는 낯설고 어색한 맛), 매운 치킨카레(직화로 구운 불맛과 매운 칠리 향이 익숙했다.), 녹색 카레(짜고 야릇한 향신료가 공격하듯 첨가된 맛), 녹색 콩과 당근 등 야채 카레(한국 카레맛과 그나마 유사해서 도전할 만했다), 그리고 사이드로 슬라이스 된 토마토와 양파, 작은 라임이 섞인 상큼한 샐러드 약간, 플레인 요거트가 함께 차려졌다. 형형색색 자극적이고 다양한 식감도 함께했다. 그리고 중앙에는 수북한 볶음밥. 남은 공간에는 차파티 4장과 바싹하게 잘 구운 로티 1장까지.

나의 첫번째 탈리

인도식의 길쭉한 도사이(dosai) 쌀은 찰기는 없지만 길쭉한 형태가 나름 재미있는 식감을 준다. 각종 소스는 대개 채식하는 인도 사람들의 문화 덕에 대부분 채소로 되어있고, 가끔 닭고기를 쓴다. 이 외의 고기를 주문하는 일은 조금 특별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인도 음식이라면 카레나 난 정도밖에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곳에도 밀가루/곡물을 구워 만든 빵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꽤 많았다.

가장 흔하게 보는 ‘차파티’ chapathi는 무쇠판에 구워낸 발효하지 않은 거친 통밀빵이다. 발효가 없으니 납작하고 담백하다. 그만큼 저렴한데, 거리를 오가며 구걸하는 이들이 ‘차파티’를 자주 언급하곤 하는 걸 보면, 실제로 인도인들에게는 가장 저렴한 먹거리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roti 로티’는 비슷하게 발효 없는 통밀빵이라 할 수 있지만, 화덕에 (오븐처럼) 구워내기 때문에 더 바삭하고 군데군데 화덕의 열기로 부풀어 올라 더 식감이 좋고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우리가 인도요리로 접해 본 적 있는 ’난’ naan은 화덕에 구운 발효시킨 밀가루 빵이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역시 로티나, 차파티와는 한 끗 더 고소하고 정제된 밀가루 빵과 같은 쫀득함이 곁들여진다. 이러한 빵과 밥은 각종 소스와 적절히 취향대로 섞어 먹는다. 물론 인도 사람들은 손으로 식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내가 본 현지에서는(관광지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손으로 먹는 일은 로컬 시장이나 길거리의 하층민들의 모습에서만 볼 수 있었다. 내 손의 위생상태를 믿을 수 없으니 굳이 시도해보진 않았다. 오른손을 평소에 매우 깨끗이 다루었던 사람들만 가능한 일일 테니. 식사를 마치면 입가심을 위한 얼음사탕이나 향신료 알갱이를 씹어 입안을 헹군다. 계산하는 카운터에서 마치 박하사탕처럼 제공하기도 했다.


떠나기 전부터 인도식의 향신료가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떡하나 고민했었지만 기우였다. 특이한 맛들이 매우 자극적이긴 했다. 탈리의 소스를 경험하며 모든 맛이 새롭고, 모든 맛이 입안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인도 스타일’을 맛본 기분이었다. 드디어 장벽을 넘었고, 이날 이후로 길거리의 다양한 인도식 군것질에 자신 있게 도전했다. 길거리 튀김, 달걀 카레, 채소 카레,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각종 음식을 섭렵하고 다녔다. 어느 곳에서나 그렇겠지만 하루 3번, 새로운 식당을 찾는 여행자로서는 메뉴판을 읽으며 상상하고 그 결과가 행복한 검증이 되었을 때의 기쁨을 알 것이다. 이 날 이후로 인도에서의 식사 시간은 어떤 냄새와 모양과 맛이 나타날지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보는 기대의 시간이 되었다. 새로운 것을 마주하며 온 감각을 깨워내는 그 두근거림은 아직도 그립다. 그 결과가 참담하고 실패로 드러날 때가 있을지라도! 그 상상의 순간만큼은 온전히 부풀어있는 마음이니.


우다이푸르에서 주문한, 가장 흔한 레시피의 닭고기가 들어간 매운 카레와 길쭉한 쌀밥, 그리고 난 세트
이것이 바로 "인도 사이다~"?
달걀 카레를 주문했는데, 반숙 달걀이 저렇게 동동 떠다니는 고소한 카레와 난이 나타났다
뉴델리- 인도에서 떠나오는 날의 마지막 탈리와 차파티 세트
아그라의 어느 식당에서 나오는 길 : 식후에 저 자그만 민트 사탕 조각들과 허브를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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