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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 Mar 03. 2016

#9. 페트라 Petra (2)

페트라, 황무지에 솟아난 바위 궁전

2010.8.2. 월요일, wadi musa, Jordan

     중동 여행 13일 차, 화려한 황무지 : 페트라 속으로


  이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다면, 조르단, 혹은 요르단 Jordan이란 고유명사는 운동선수의 이름으로만 연상할 정도로 생소했을 나라였다. 지난 터키 여행에서 만난 여행친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여행지로  추천했던 이곳이다. 생각해보니 여행지나 취향의 선택은 나로부터 시작되기도 하지만 내가 만난 인연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추천을 해주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어떤 기억의 지점을 만드는 것,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런 공유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이 땅에 발을 딯게 된 것도 그들과의 인연에서 출발한 셈이다. 요르단이 가진 소중한 유적인 <페트라>는 중동의 3가지 보물, 3P < 피라밋, 페트라, 팔미라>  중 하나다.


    페트라라는 지명은 ‘바위’를 뜻한다고 하는데, 요르단 남부의 고대도시를 지칭하는 이름이다. 바위를 깎아 만든, 암벽에 세워진 도시로 한때 나바테아 왕국의 수도로 번영하였다가 1세기 쯤 로마에 멸망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바위로 만든 요새도시이자 무역을 위한 보물창고였던 곳, 그래서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과는 20여분 거리가 있다. 바위산과 유적을 트래킹 하는 코스는  하루짜리부터 1주일 이상까지 다양할 정도로 넓은 황무지다. 대부분의 숙소에서 이 곳 페트라로 들어가는 매표소까지 차량을 지원해준다. 함께 식사를 하며 안면을 트게 된 각국의 여행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들과 특히 한국말을 열심히 배운다는 일본인 아나운서와 가볍지만 ‘한국말’을 할 수 있었다. 모국어가 뭐라고, 어찌나 개운하던지. 독일인 커플, 체코인 무리들, 일본 아가씨들, 또 몇몇 일본, 호주인 개별여행자들이 우리 그룹에 함께 했다.

 

    매표소부터는 (걸어서) 트래킹을 하는 코스인데, 기호나 여정에 따라 하루 혹은 일주일 이상도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단다. 40도에 육박하는 중동의 황무지에서 며칠씩의 트래킹은 자신이 없어, 1일권(2010년 당시 33JD –요르단 디나르 : 환율 1JD=1400원 정도)을 끊었다. 1일권이 5만 원 이상, 몇 달 뒤 더 인상하여 50JD가 되었단다. 그리고 계속 인상할 예정이란다. 중동의 생활물가에 비해 파격적으로 비싸지만, 전 세계에서 페트라를 위해 모인 다양한 인종들을 보니 그럴 만도 하다.  줄을 서다 만난 호주 아가씨 진쟈의 제안으로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꼭대기? 에 있는 유적까지는 반나절 정도. 입구부터 호객행위가 장난이 아니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마차, 말, 당나귀,  낙타... 등등. 탈 수 있는 동물들은 다 데려다 놓았다. 100미터 간격으로 호객을 했지만. 그러나 호주 아가씨 진쟈도 그렇고 나도, 다소 튼튼하고 씩씩한 두 다리를 평소 자랑거리로 삼고 있으므로, 굳이 비싼 비용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170cm가 넘는 그녀의 직업은 군인이었고, 평양까지 다녀 본 적이 있는 씩씩한 아가씨였다.) 정작 문제는 더위였다. 중동의 사막에 뻗치는 직사광선의 열기는 만만치 않았다. 사막에서 견디는 초목들은 있지만, 강이나 물가는 찾아볼 수도 없다. 작은 생수 2병으로 간신히 하루를 버텼다. 다행히 이 곳은 거대한 바위산이 협곡을 이루어 높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통행로 사이에 간간이 그늘을 만들어 그나마 땀을 식힐 수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바위산 지역에 세워진 상업도시였던 이곳은, 과거 중동의 거상들이 안전과 거래를 목적으로 만들었던 도시라고 했다. 통로를 지나다 보면, 거짓말같이 커다란 공간이 나오고, 동굴과 암벽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조각들과 그 고부조로 뒤덮인 웅장한 건물이 마술처럼 펼쳐진다. 역사란 참 재밌는 이야기 묶음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알아야 할’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누군가가  정리해놓은 것, 그것을 답습하는 것이다. 이렇게 그 맥을 잇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실크로드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화려한 문명은 동양의 역사책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사건인 셈이다. 이 나라에 여행을 계획할 생각이 아니라면 존재 자체를 알 수도 없었을 것들. 하지만 당시에 이들이 동양과 서양을 가로지르며 물건들을  사고팔며 나르며 건네었을 수많은 유형/ 무형의 것들을 생각해보면 ‘아라비안 나이트’의 천일야화가 무색할 수만 가지 이야기들을 쏟아내지 않았을까.


    모종의 기대를 안고, 드디어 협곡 속으로 발을 딛었다. 층층이 무늬를 만들고 있는 바위 사이로 한참을 들어가다 보면 첫 번째 장관을 만난다.

나와 함께 동행해준, 호주 아가씨, 진자. 그리고 알 카즈네

 페트라의 상징인 알-카즈네(카즈네 피라 움-‘파라오의 보물창고’-라는 뜻)와 맞닥뜨리는 놀라움의 순간. 이 거대한 인공 건축은 일종의 무덤이자 장례식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이란다.  웅장함과 섬세함이 고대에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감격적이다. 무덤보다는 궁전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2천 년 동안 바위산 속에 숨겨져 있다가 19세기 초 발굴되어 영화 ‘인디아나 존스’.‘트랜스포머’ 등의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하여 이제는 세계의 명소이자 관광거리로 보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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