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에서 시리아로 가는 여정
# 2010. 08.03. 어느 뜨거운 여름날
페트라 1일 코스의 트랙킹을 마치고 보니 넘치는 체력이라 자부했지만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강행된 땡볕의 걷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여긴 적도에 가까운 중동. 그리고 다음 행선지러 이동해야 하는 계획이 예정되어 있었다. 대부분 요르단의 페트라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붉은 사막인 와디럼을 찾았고, 함께 숙박하던 친구들은 와디럼의 붉은 사막으로 또다른 황무지 투어를 떠났다.
시리아를 거쳐 다시 카이로에 돌아와야 하는 긴 여정이 남은 나에게 여유시간이 부족한 탓에 바로 시리아로 건너가기로 했다. 와디 무사로 들어오는 길에 와디럼의 모습을 지나쳐 본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하고 내 여정을 이어가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진정한 황무지-사막’ 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 같다. 붉은 사막은 그렇게 스쳐 지나가고 말았다. 대신 새로운 세계, 다음 땅를 찾아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으로 향했다.
사실 암만에서의 기억은, 하룻밤 지나친 바위 투성이 도시라는 기억밖엔 남아있지 않았다. 요르단의 수도답게, 그간 지나쳤던 관광지들 보다는 복잡하고 바쁜 도시였고, 수십 년째 여행만 하고 있던 것 같은 여행자의 소개로 간신히 호텔방도 간신히 얻었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여유 있게 즐기지 못하고 스쳐오게 되었다.
암만에서, 시리아 국경을 넘는다는 사설택시를 탈 수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토당토않을 선택이었다. 이름 모를 국적의 아저씨들과 황량한 요르단-시리아 국경을, 이름도 모를 승용차 운전사에게 내 짐을 모두 맡겼다는 무모함이란.
여행까페에서 알게된 국경넘기 정보에 따라 호기심에 들러본 오피스에서 기사 아저씨를 포함 5인이 동승한 승용차에 짐을 실었다.(이 차량 역시 현대-made in korea!) 살짝 긴장했지만, 가장 편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합승을 신청했던 것 같다. 한참을 달려 역시 황량한 국경 사무소에 다다랐다. 여기서부터는 각자의 국적에 따라 개별로 출국 수속을 받고 승인이 마쳐지면 다시 차량에 올라 국경을 넘을 수 있다. 기사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동승했던 사람들은 각기 내려 자신들의 수속을 처리하러 나섰다. 아무래도 그 누구보다 이곳이 낯선 나로서는 가장 수속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출국세 등등을 처리하는 과정이 번잡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점점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타고 왔던 이름 모를 사설택시 트렁크 속에 두고 온 내 짐이 무사할지(생각해보니 여기는 국경을 넘는 짐 검사도 안 했네?) , 정말 이렇게 시간을 지체하는 나 하나를 그 이름 모를 아저씨들이 기다려주기는 할는지, 조마조마했다. 여권에 꽝, 도장을 받자마자 그들이 나를 떠났을까 싶어 온몸이 땀에 젖도록 주차장으로 뛰었다. 다행히 그들은 다소 지루해하는 표정을 지었을지라도, 나의 수속이 무사히 끝난 것을 축하해주기까지 했다. 나 혼자서만 또 한번 의심으로 마음속 전쟁을 치렀으나, 이들은 뭐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이 정도는 예사라는 듯, 평온히 어리바리 한 이방인을 다시 맞아주었다.
다시 또 흙먼지를 헤치고, 작은 승용차는 황무지를 달려, 다마스쿠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