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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 Aug 30. 2021

#23. 우유니 사막에 도착하다.

소금사막으로 들어가는 길 1

#2015/12/31 
드디어 꿈꾸던 우유니 사막 속으로


라파스의 밤과 낮. 다시 도시를 떠나다.

저녁 7시.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를 떠나 우유니로 향했다.
어쩌면 남미 여행의 최고 핵심 포인트가 될 우유니 사막이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야간 버스에 다시 올랐다. 밤을 지새는 버스 쯤이야 여러 여행으로 단련되었고, 남미에서의 두 번째 야간 버스라서 인지 조금 편안했고, 큰 도시의 버스터미널이라 북적거림이 더 안도감을 준다. 그즈음 알게 된 팁인데, 장거리 2층 버스는 2층 1열을 선택하라는 조언들이 있었다.  역시 전망이 끝내준다. 아침 햇살에 선글라스는 필수!


 2층 버스 로얄석 옆라인에 세계여행 중인 젊은 한국인 부부가 먼저 올라타 있었다. 버스가 도시를 빠져나갈 때까지, 그들의 사연(결혼-퇴직-프리랜서 전향-세계여행으로 나서는 길)을 나지막이 나누었다. 내 입장에선 그들의 ‘삶의 전환’ 보다는, 어찌 보면 그들의 30대, 젊음에 더 부러움을 느꼈다. 밤 버스라 곧 모두 취침모드. 캄캄한 세상, 버스 안과 밖이 모두 어둠 속에 스며든 것 같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엔진음만 남은 채 승객들의 소곤거림도 곧 사라졌다. 뒷좌석을 실컷 제쳐 제법 폭신한 좌석 덕에 황무지를 가로질러 왔을 어둠 속 질주는 그 이후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곯아떨어졌다. 새벽이 왔고 이른 아침, 하차를 준비하는 승객들의 버석거리는 소리를 듣고 허겁지겁 짐을 챙겨 내렸다. 작은 마을, 우유니다.


우유니의 작은 마을, 쾌적한 날씨!

예상 시간(7-8시경) 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 5시 반, 새벽의 작은 마을에선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우유니에서 묵을 숙소는 humari hotel로 예약을 해두었다. 혹시 일찍 체크인이 될까 싶어 가보았더니 곤란하다고 했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나마 근방에 있던 작은 카페가 열려있어 일단 배를 채우기로 했다. breakfast set 15 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면서 이후의 일정을 계획하기로 한다. 보통 한 끼에 10분이면 충분한 내가 아침식사를 느릿느릿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견뎠는데도, 여전히 시계바늘은 제자리인것 같다. 참지 못하고 길을 나섰다. 새벽이라 거리 구경 겸 동네 마실로 한 바퀴 둘러보았다. 


명성에 비해, 정말 작은 시골마을이다. 새벽이라 더했겠지만, 높은 건물도 없고, 그나마 있는 상점도 드문드문. 오늘부터 있을 오프로드 투어에 필요한 게 뭘까 고민하면서 털실로 짠 원주민 스타일의 발토시를 마을 구석의 작은 가게에서 샀다. 새벽에 내리기도 했지만 라파스보다 훨씬 기온이 낮은 느낌이다. '남미'라는 단어세서 풍기는 따뜻한 기운은 정말 오류에 가깝다. 지구가 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지만, 남반구의 날씨는 아무리 예상하고자 해도 어렵다. 예전 아프리카의 고산지대에서 겪어놓고도 또 두툼한 옷을 많이 챙기지 않았다. 가능한 얇은 옷들로 껴입는 방한 작전이 가능할 것 같았는데, 아쉽다.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 여행사가 오픈하기를 기다렸다. 


골목에는 메인 여행사들이 몇 개 나란히 상주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소금사막으로 들어가기엔, 이들의 도움이 필수다. 여러 투어상품을 알선하고 있는데, 오픈 전의 여행사 앞 기둥엔 색지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다른 여행지에서도 이런 독특한 방식은 본 적이 없는데, 워낙 이동 그룹이 많고, 1개 차량씩 움직이는 개별 투어라 굉장히 효율적으로 보였다. 숫자가 안 맞으면 여행자들끼리 조인하기도 쉽고, 이름을 얼핏 보고는 성별/국적까지도 짐작을 하게 되어 기호에 따라(?) 선택도 가능했다. 이 시스템은 투어에 조인하는 각 그룹들의 스케줄을 즉석에서 알려주는 게시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카페나 블로그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던 여행사 브리사 Brisa앞엔 특히 더 많이 붙어있어 역시 인기 여행사임을 저절로 뽐내게 되었다. 상담을 좀 받아볼 생각이었지만, 이 오밀조밀 색종이들만 보더라도 무엇을 해야 할지 좀 감이 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셋 투어/ 선라이즈 투어를 선택하고 있었고, 그룹에 따라 시간대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투어에 따라서는 (여행객들의 요청에 따라) 세부적으로 디테일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 일정에 따라 일몰, 일출을 체험하는 투어가 대부분이었다. 9시가 되자마자 브리사 여행사에 달려들어갔다. '대세를 따라' 일몰과 일출 프로그램에 조인하기로 했다.


색지 칸에 얼른 내 이름을 적어둔 것으로, 일단 첫 번째 미션을 마무리했다. 오늘 날짜에 우유니에 들어온 이유는 그저, 1월 1일 일출을 색다른 곳에서 맞이해볼까 하는 의례적인 마음뿐이었는데, 역시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나 보다, 오후가 되어 들른 여행사에는 아침보다 몇 배의 스케줄이 더 많이 붙어있었고, 오늘 오후, 그리고 내일 새벽의 소금사막은 꽤 만원일 것 같았다. 새벽에 잠을 잘 시간 같은 여유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낮잠으로 에너지를 충전해두어 했다.  

숙소는 지방 모텔 느낌이 나지만 꽤 넓은 편이고, 무엇보다 조식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오후에 다시 예약한 2박 3일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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