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작가 Apr 24. 2021

#21. 사하라 2

붉은 사막으로 들어가다.


2012. 01.18. 사하라 사막 투어 두 번째 날


우리가 1박으로 머문 곳은 다데스 협곡 Dades Vallys이라는 나름대로 모로코의 명승지라 부를만한 장소였다. 사실 사막 하나만 바라보고 떠난 투어 일정이라, 중간 기착지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고, 어서 빨리 샌듄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밤에 만난 계곡은 여전히 얼어붙은 듯 추워 얼른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픈 마음이었지만, 아침에 만난 다데스 협곡은 붉은 흙과 장엄한 바위, 그 사이로 흐르는 계곡의 산뜻한 공기가 산맥을 넘으며 지친 여행자들을 달래주었다. 아침을 해결하고 이동하면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고 다시 길을 떠나 도착한 곳은 베르베르 인들의 전통마을이었다.  

 

다데스 계곡에서 하룻밤

가이드는 카펫을 만들어 파는 작은 공방으로 이끌었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여행사들은 이런 식으로 장사(혹은 사업)를 진행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경험하게 된다. 대개가 합리주의적 경향이 우리보다 강한(혹은 그렇다고 알려져 있는) 백인 여행자들도 이런 그룹 투어의 병폐를 그냥 넘어가려나 했다. 멋진 카펫과 따뜻한 민트차를 따르며 유혹을 하는 원주민들의 눈빛, 그리고 인지상정을 생각하며 소품이라도 사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는 어설픈 여행자들은 웬만하면 그들과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우리 팀 역시 대부분의 백인 여행자, 그리고 다소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던 동양인 세 명들의 구성으로 이런 불편한 물건 팔이에 이끌려 온 것에 대해 서로가 어이없는 눈빛을 교환하긴 했지만, 다소 순응하는 듯해 보였다. 순박해 보이는 베르베르 인들의 넘치는 카펫 설명으로 잠시 시간이 흐르고, 우리의 영국인 올리브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과감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려, 우리의 투어(라 부르지만 강제쇼핑타임)는 아주 쉽게 마무리되었다. 

  올리브는 아틀라스 산맥을 넘을 때에도 눈 덮인 외길에서 옴짝달싹 못하던 차들을 보더니, 바로 뛰어내려 가 함께 차를 밀고 빠져나갈 수 있게 될 때까지 문제를 해결하고는, 우리의 박수를 받으며 올라왔다. 누구랄 것 없이 다들 뛰어들어야 하는 위급상황도 아니었고, 몇몇이 힘을 좀 더 보태면 되는 일이긴 했지만, 그게 추운 눈길에 소매를 걷고 모두를 위해 ‘내가 먼저’가 되는 솔선수범이 되는 상황은 쉽지 않은 일이다. 먼 타국의 여행지에선 더욱 힘든 일일 거다. 그때부터 그는 ‘정의맨’이 되어 우리 팀의 대표선수가 되었다. 작은 상점의 강매 현장에서도 그의 작은 용기는 우리를 구원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알코올 구매에 열중인 이들

 다시 차에 오르고, 봉고차는 또 황무지를 달렸다. 

 마을에 도착하기 전 가이드가 어느 상점에 내려주며 간단한 간식과 음료! 를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모두 내려서 요깃거리를 구매하는데, 그가 슬쩍 주류도 살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슬람 국가에서 술을 산다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지도 못한 우리는 다소 놀란 현장이기도 했다. 알고 보니 일반 식료품점처럼 갖추어진 상점 안쪽에 가림막을 치고는 따로 술을 팔고 있었다. 종교로 인해 억압되는 다양한 욕구들을 어떻게든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어쩌면, 현지인의 욕구가 아닌, 우리와 같은 외지인들의 욕구로 이들의 문화? 가 변질되는 건가 싶기도 한, 모종의 뒷거래를 보니, 씁쓸한 마음이 조금 올라왔다.


몇몇 장소에 더 들렀던 것 같은데, 관심 밖이다 보니 크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지만 황무지의 붉은 모래가 온통 뒤덮인 땅을 거슬러 1시간여 더 달리다 보니, 마침내 드라이버 압둘라가 ‘사하라’라고 외쳤다.

장난기 많은 그가 사진을 찍으라며, 이제 돌아갈 것처럼 농담을 던진다. 


마라케시를 떠나온 지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난 터였다. 도대체 언제쯤 우리가 사막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고 지쳐있는 우리를 놀렸다. 알고 보니 본격적으로 사막 야영 준비를 하기 위해 유목민의 마을로 들어선 것이다. 메르주가(Merzouga), 모로코 남동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의 어느 숙소, 오베르게 Auberge에 짐을 풀고 1박의 야영을 위한 필수품만 챙기라고 했다.

 

드디어 다시 사막으로 들어가는구나. 

아틀라스 산맥을 넘고, 굽이굽이 황무지를 거쳐, 드디어 목적지로

모두들 약간의 흥분상태,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도. 주변에 보이는 것은 저 멀리 보이는 겹겹의 샌듄뿐이다.


무인도에 떨어지게 된다면, 어떤 물건을 챙겨야 할까?


진부한 질문인데, 이런 가상의 상황에 대한 설정이 실제가 된다는 기분에 사뭇 진지해졌다.

짐을 많이 실을 수 없는 낙타와의 여행을 하게 될 것이고, 샌듄 속에는 물도, 전기도, 그 무엇도 없는 그냥 모래 세상이다. 무엇이 우선순위일 것인가. 


이 여행의 기록을 위한 아주 소중한 1순위 카메라,

신호가 터질리는 없지만 혹시나 싶은 무용지물, 그러나 카메라를 대신할지도 모를 2순위 핸드폰, 

그리고 쓸 일도 없지만 가지고 소중한 돈, 지갑과 여권. 

내 체온을 보듬어줄 두툼한 여벌 옷, 지난 이집트 사막에서 요긴하게 썼던 물티슈와 화장실용 휴지. 

간식, 생수 조금. 하룻밤의 비박에는 과하지만, 되는대로 다 욱여넣었다. 


함께하던 우리 팀 일본인 겐은 짐이 가장 단출했는데, 이 멋진 사막에 아예 카메라조차 가져오지 않았고- 그의 말에 따르면, 아이폰 사진이면 충분하다며-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하룻밤 정도의 일정이니 작은 배낭에 조촐한 짐으로 주섬주섬 챙겨 나와 각자에게 배당된 낙타에 올랐다.


이전 21화 #20. 사하라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