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사하라로 가는 길, 첫째 날
스페인-모로코 여행 중
2012년 1월 17일, 사막투어의 시작 @ 마라케시
오렌지 내음 향긋하던 세비야를 떠나던 날. 저가항공으로 유명한 라이언에어의 작은 비행기를 타고 마라케시의 작은 공항에 내렸다. 짧은 비행 후, 무사 착륙을 알리는 승객들의 박수와 ‘브라보!!’를 외치는 환호가 기쁨이라기보다는 긴장감을 던져주는 것 같았다. 화려했던 스페인의 컬러와는 달리 어두운 짙은 회색의 밤공기와 모로칸들의 크고 응시하는 눈망울은 새로운 땅을 밟는 긴장된 여행자에게 모종의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 이유로 하루 더 이곳에 머물며 쉬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이 묘한 도시를 빨리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하게 되었다.
너른 광장에서 특이한 모로코식 시장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재빨리 2박 3일의 사하라 투어를 예약했다. 홀로 마라케시의 축축한 돌바닥을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다니면서도 다행히 운 좋게 싸고 멀지 않은 메디나 구석의 머물 방을 구했다. 호텔에선 한국 학생, 일본인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들은 이미 다른 도시로의 여정을 세우고 있었다. 숙소 근처의 메디나의 음습한 밤공기를 구경하며 뜨겁고도 달콤하며 향기로운 모로칸 민트 티로 몸을 녹였다. 아프리카지만 어쨌든 여기도 겨울이었다. 난방이 취약한 숙소에서 찬 기운에 눈을 뜨니 6시가 넘었다. 부리나케 짐을 챙겨 투어를 위한 만남의 장소로 향했다.
마라케시의 아침은 북적거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새벽부터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가며 사는 도시였다니. 지난밤, 낯선 도시에서의 어둡고 강한 도시의 이미지는 어디로 가고 부지런히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북아프리카인의 모습이 도시에 펼쳐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약속시간인 7시에 가까워오니 영국인 커플의 등장과 가이드 그리고 그밖에 오늘의 투어를 함께 하게 될 총 11명의 여행자들이 모이게 되었다. 우리를 태운 소형 버스는 마라케시를 출발하여 the Atlas, 아틀라스 산맥을 향했다.
산맥을 넘어 몇몇 유적들과 계곡을 지나 사막, the sahara에 왕복하게 되는 코스였다. 북반구이긴 하지만 적도 근처이고, 겨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프리카라는 생각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추위에 대한 대비 없이 투어에 참여한 듯했다. 그러나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모두가 추위에 떨었고, 다들 짐가방에서 옷가지와 침낭, 담요 등을 꺼내 두르고 어서 산맥을 넘어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첩첩산중, 설상가상으로 눈 덮인 산맥을 넘는 중, 산길은 만만치 않았고, 위험천만한 외길을 오르는 차량들이 수월하게 지나기는 힘든 일이었다. 간간히 정체와 사고 등으로 험난한 산길이 되었고, 산 중턱의 작은 카페에서 길이 뚫리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카페에서 정차하게 되면서 우리 투어 팀 사람들과 뭔가 동지의식이 생기게 된 것은 그나마 이러한 고난 중의 작은 선물이라고나 할까. 대부분 서양사람 일색이던 모로코의 분위기에서 다행히도 우리 팀엔 3명의 동양인이 함께 하게 되었는데, 나(한국), 대만인, 일본인, 이렇게 한중일 3국의 아시안 그룹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모두가 형태학적으로는 (의외로) 한국인에 매우 가까운 사람들이어서 처음엔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실수도 했다. 같은 영어로 소통을 하게 되더라도 동양인끼리 하는 영어는 아주, 매우, 편안하고 쉬운 느낌이라는 것도 그들과의 동질감을 크게 했던 이유가 되었다. 이른 아침 출발한 버스는 정오가 한참을 지나서야 예정되어있던 여행지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모로코 식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따진 Tajin이라 이름 붙인 요리들을 주문해서 서로 나눠 먹었다. 따진은 특이한 모로코식 냄비 (뚜껑이 고깔처럼 솟아 있어 요리시 나오는 증기가 냄비의 공간에서 머물며 요리를 좀 더 촉촉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에 여러 향신료를 곁들여 소고기, 양고기, 야채들을 버무려 고깔같은 뚜껑의 내부에 모여든 증기에 찌듯 익혀지는 요리다. 모로코 역시 이슬람교도가 많은 관계로 돼지고기는 보기 힘들었고, 샐러드와 간간한 고기 요리가 입맛에 맞았다. 몇몇 유적지를 둘러 둘러 첫 번째 숙박을 하기 위해 계곡 속에 한가로이 위치한 호텔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서양 여행객들은 커플이었고, 우리 아시안 3인방 중 나만 여자인 관계로, 혼자 트리플 룸을 쓰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역시 이곳에도 방에는 히터가 없었다. 주머니 난로라도 챙겨 왔어야 하는데, 준비가 소홀한 탓에 여러 장의 담요만으로 추위를 버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