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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 Jul 27. 2016

#18. 바하리야 사막 (4)

별과 청춘과 사막여우의 만남

사막에서 생존하기 

함께 달려온 지프 차들은 일렬로 자리를 잡고 차와 차 사이에 천막을 쳐 공간을 만들었다. 가이드들은 우리의 저녁 만찬을 위해 불을 지피고 요리를 시작했다. 

우리의 운전기사이자, 가이드, 그리고 요리사의 역할을 해주던 이집션들은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요란하진 않은 소박한 무대를 꾸며주는 악사로까지 변신했다. 저녁식사로는 구운 닭고기에 각종 야채 샐러드와 라마단 기간이었기에 이들이 주로 먹고 있는 대추야자 열매(dates), 과일 등이 제공되었다. 라마단이 아니라면 좀 더 너그럽게 술도 제공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제하는 모습이 있었다. 


밤이 찾아오고,  대낮의 뜨거움을 책임지고 식혀주는 듯, 상쾌함까지 느껴지는 밤공기가 되었다. 인공의 빛이 전혀 없는 이 땅 한가운데서 별은 쏟아질 듯 하늘을 뒤덮고,  이러한 공기 속에서 맹숭맹숭 잠들 수 없던 일행들은 다들 가방속에 쟁여두었던 위스키며, 집에 가져가려고 샀던 선물용 와인까지 꺼내기에 이르렀다. 


초등학생 아가들을 데려오신 아버님의 젊은 시절, 각자가 살아오던 청춘들의 푸르고 달짝지근한 이야기, 그리고 생물체의 냄새를 맡고 어디선가 우리를 찾아왔던 작은 사막여우들이 함께 했던, 나의 첫 번째 사막의 밤이었다. 빛이라고는 갖고 있던 랜턴의 작은 불빛이 다였던 그날이지만, 그 어떤 순간보다도 눈빛들이 별빛보다 반짝거렸던 기억.


세상 어디보다 어두웠던 공간이지만 

어느 곳보다도 반짝였던 백사막의 그 날 밤은, 아직도 그립다.  

몰래 다가와서 무언가 먹을 것을 채가고 있는 작은 사막여우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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