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 들어가는 길은 쉽지 않다.
바하리야의 영선 씨네 캠프. 여행을 좋아하던 어느 아가씨가 이집트에서 연애를 하게 되었고, 이집트가, 사막이 좋아 눌러앉아 남편과 같이 캠프를 운영하기 시작했단다. 외국여행을 다니다 보면, 현지에 머물며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한국인을 상대로 한 여러 가지 사업(식당이든, 민박이든 관광이든...)을 하는 경우를 몇몇 봐왔지만 살기에 불편이 없을만한 대도시도 아니고, 사랑하는(사실 서로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을 따라, 이역만리, 황무지에 삶의 터전을 새로 꾸린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도전정신으로 가능한 것인지는 도저히 가늠이 안 되는 일이다.
버스에서 거의 튕겨지다시피 내리자마자, 다시 영선 씨 남편이 타라는 대로 다른 종류의 지프차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좀 제정신이 아니었다. 열기로 미적지근해진 물 한 모금 마시고 주위를 둘러보며 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5분쯤 지나니 한국인 투어 신청자들이 주섬주섬 지프차에 차례대로 오르고 모두 탑승이 완료되자 베이스캠프인 영선 씨네 집으로 향했다.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던 주인장 영선 씨를 직접 만나보니 생각보다 훨씬 미인이면서도 이제까지 외국에서 만나본 어느 사업가? 들보다 서비스 정신과 친절함이- 아마도 영리함이겠지- 배어있는 분이었다. 남편과 오붓하게 사는 걸까 했더니만, 깨물어주고 싶게 귀여운 자녀도 둘씩이나 있었고, 바쁜 시즌에 아이 돌보기를 돕기 위해 멀리 한국에서 친정어머니까지 오셔서 거들고 계셨다. 타향에서 만난 한국인 가족들. 그리고 투어로 모인 12명의 한국사람들(이렇게 하루에 많은 팀원이 모이기도 신기한 일이라고 했다. )이 서로 그들이 지나온, 혹은 가게 될 여행루트에 대해 정보를 나누기 시작했다. 반가운 친정어머니께서는 여행자들을 위해 진짜 한국음식을 맛보게 해주셨다. 카레라이스, 그것도 김치와 함께 먹는. 엄마가 해주셨던 맛이랑 똑같다니! 아마도 오뚜기 카레를 공수해온 모양이다. 다들 허겁지겁. 한국 쌀이 아닌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까칠하고 형태가 약간 길쭉한 듯한 이집트 쌀도 개성은 있었다.
식사를 하고 있자니, 갑자기 또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몰려온다. 새벽에 바하리야 행 버스를 타기 전에 만났던 젊은이들, 마을에 내려서 알아보다 결국 영선 씨네로 결정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반갑게 인사하고, 특히 너무나 넉살 좋은 이 친구들 덕에 영선 씨의 베이스캠프는 활기에 차고 다들 사막으로의 여행에 들떠 있었다.
사막으로 들어가다.
짐을 대강 풀어놓고 1박 2일의 사막투어를 위해 드디어 준비에 들어간다. 일단 여권 사본을 제출하고- 바하리야 사막지대는 군사지역? 에 포함되어 있어서 국가에 신고를 해야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뭐 그냥 오던 길 내내 사막이었기에 별 다를 것이 없겠거니 싶었으나 공적인 서류를 들이미는 순간 움츠러드는 것은 피할 수가 없나 보다. 늦은 점심식사들을 다 마치고 투어코스를 협의한 뒤 오프로드를 위한 차량 탑승을 시작했다. 투어코스는 크게 흑사막, 백사막, 그리고 오아시스 마을, 다음 날 오전 코스로는 무슨 무슨 스프링, (작은 샘 정도...) 그리고 모래언덕 코스는 선택관광으로 정해져 있다고 했다. 각자 선택을 하고 지프차에 올랐다.
사막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될 동지들과 인사를 시작했다. 제각각 면면이 다양하다. 아일랜드 유학생 청년 C, 그리고 그와 원래 잘 알던 또 다른 아일랜드 유학생 아가씨 K (그런데 이집트에 우연히 만난 질긴 인연), 또 이 둘과 아일랜드에서 함께 유학한 적 있으나 이집트에서 재회하게 된 기이한 인연의 요리사 P, 그 요리사 청년과 터키발 이집트 행 비행기의 옆자리에 타고 온 여선생님 A이 우리 팀의 멤버가 되었다. 이 여선생님은 서로가 같은 직종임을 눈짓으로 알아보게 되었는데, 이 먼 타국에서 동종의 직업군을 알아보는 것도 반가운 일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를 어린 이집션 드라이버가 함께 했다.
보통 1-2대가 함께 코스를 떠난다고 하는데, 이번 우리 여정은 한국인만 12명. 그리고 이후에 차 1대가 더 합류하여 제법 북적거리는 일행이 되었다. 사람이 많을수록 북적이며 흥미진진해지는 법이다. 외롭고 서늘한 밤의 사막보다는 역시 떠들썩한 분위기가 야영의 흥을 돋우기는 좋았다.
이렇게 각지에서 인연을 맺은 청춘들이, 또 기이한 인연으로 바하리야의 한자리에 만나게 되었다는 신기함에 서로 놀랐고 그중 대부분은 장기여행, 혹은 장기유학, 장기 해외취업으로 한국이란 나라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왔음에도 마치 이전부터 알던 선후배들처럼 친근하고 솔직 유쾌 발랄 한 분위기로 이집트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되는 인연을 이야기하며 흥겹게 오프로드 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바하리야라는 곳이 대부분 사막으로 둘러싸인 오아시스 마을이고, 오던 길, 가는 길도 모두 황무지, 사막이었기에 단지 한 삼십 분 이동이면 다다르겠지 싶었으나, 최소 2-3시간을 이동해야 한단다. 오래된 지프차에 모래바람과 태양을 가르며 끝도 안 보이는 오프로드가 과연 어떨지 상상만으로도 들떠있었던 것 같다, 평범한 suv 4인승 차량에 6명이 타려니, 뒷좌석에 남성 2, 여 1, 앞좌석에 나와 초등 샘 모양이 보조석에 끼어 타게 되었다. 불편하긴 했지만, 뜨거운 태양과 더위를 웃음으로 날려버리며 사막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