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바하리야 사막으로 들어가다 : 사막 여행의 시작
2010.08.14. 중동 여행 23일 차의 기록
여정 : 바하리야 사막으로 떠나는 길
1) 사막투어 intro
이집트 북쪽의 사막은 바하리야와 시와, 크게 두 지역이 있다. 이중 시와 사막은 (카이로에서) 7-8시간 거리의 훨씬 넓은 사막지대이며, 바하리야는 상대적으로 카이로에서는 보다 가까운 4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많은 여행자들이 그나마 가까운 바하리야를 선택한다.(시와 사막의 경우 2박 이상의 긴 여정을 소화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나 역시 사막투어가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다 하여, 1박 2일 짧은 일정의 바하리야를 택했다.
사막이란, 사실 모래폭풍도 무섭고, 작렬하는 태양도 만만치 않을 거라 하지만, 많은 이들이 사막투어를 예찬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도 있을 터였다. 시리아의 하마 Hama에서 설사병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거릴 때쯤. 한동한 고민하던 행선지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투어는 지프로 이동하며 야영을 하게 되므로 3-4인씩 팀을 이루어야 비교적 저렴하고 예상가능한 스케줄로 즐길 수 있다. 난 일행이 없었고, 미리 해당 투어 업체를 끼고 그룹 조인이 가능한지 타진해보아야 했다.)
2) 사막으로 출발하는 새벽
시리아에서 벅찬 일정을 보내고 오후 비행기로 다시 카이로로 귀환해 짐을 꾸려야 했다. 먼지와 이것저것이 얽혀있는 카이로 시내의 저렴한 호스텔을 잡고 밤을 보낸 뒤 아침 일찍 한인 민박집에 짐을 옮겨놓았다. 거의 마지막 일정인 사막투어를 끝내고 오면 이집트에서 딱 하룻밤이 남은 셈이다. 굳이 가격을 더 주고 옮길 필요는 없었지만, (심지어는 동양인들이 그득하다는 1박 3000원의 초저렴 호스텔도 소개받았다.) 눅눅한 싸구려 호스텔에서 이집트, 카이로라는 도시의 마지막을 남기는 건 뭔가 기억의 잔향에 해를 끼칠 것 같았다?. 사막투어에는 큰 짐이 거추장스러웠기에 믿을만한 숙소에 보관 요청도 해야 했다. 민박집 아가씨가 씁쓸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짐보관 서비스 대해, 특별히 말로 생색의 토를 달지는 않았다. 어쨌든, 트렁크와 몇몇 짐을 던져 놓고, 최소한의 필수품만 챙겨, 미리 예매해 둔 바하리야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 부리나케 뛰었다.
버스터미널의 게이트 넘버를 확인한 후 잠시, 안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보고 또 봐도 그저 숫자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아랍어 버스표를 다시 또 보면서 론리플래닛에 원어로 나와있는 아랍어 지명과 대조하여 살펴보는 작업을 해보기도 했다. 이제껏 다행히도 순박한 중동 사람들의 성품 탓에 사기를 경험하진 않았지만, 낯선 도시에서 의심과 확인의 절차는 결코 불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터미널 대합실에서 빈자리를 보며 탑승시간을 기다리자니, 드문드문 한국 말소리가 들려 반가운 마음에 눈인사를 건넸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한 무리.
중동의 이곳저곳을 꽤 헤매고 다녔지만, 한 장소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인을 본 것이 처음이다. 멀뚱 거리며 아랍어 글자를 두리번거리는 내게, 목례와 눈인사를 했던 아가씨가 말을 걸어주었다. 사막투어 예약을 하지 않고 현지에서 섭외할 계획이었는데, 함께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인상 좋은 아가씨와 젊은이들 무리와 함께 하면 즐거울 것 같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나는 이미 예약이 되어있었고, 서로 좋은 여행을 하라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버스에 올랐다. (그 인연으로 곧 다시 만나 동지애를 불태우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지.)
지난밤, 몰려드는 피곤과 더위에 지쳐 잠을 좀 설쳤더니 바하리야로 가는 내내 마치 취한 것처럼 잠에 빠져들었다. 카이로에서 바하리야까지는 약 4시간. 바하리야 사막지대까지 들어가는 풍경은 (드문드문 깼을 때마다 본 몇몇 이미지 정보들로 판단해 볼 때,) 거의 흙먼지가 몰아치는 황무지 사막지대였다. 버스가 중간에 종종 멈췄고, 현지인들이 입석으로 꾸역꾸역 올랐고, 또 어느 한 마을에서는 총을 든 군인들이 수색도, 검열도 아닌 어중간한 통과의례를 거치고 있었다. 졸며 깨며, 유리창에 머리를 400방 정도 부딪힌 후에야, 먼지가 뽀얀 어느 작은 마을에 정차했다. 바하리야 마을에 들어선 모양이다.
버스 1번 좌석이었기에 비몽사몽, 뒤도 안 돌아보고 현지인들이 그득하여 입석까지 꽉 찬 닭장 같은 버스에서 호흡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어 뛰어내리듯 1번으로 내렸다. 내가 탔던 버스를 올려다보니, 은근히 한국인이 제법 타고 있었나 보다. 만나기 힘든 한국인들이 같은 버스에서 익숙한 언어로 떠들며 내리다니, 신기하고 반갑기도 했다. 이들이 다 사막투어를 하러 왔나 싶었는데. 설마 했지만, 설마는 대부분 그렇게 현실이 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만난 인상 좋은 이집션이 한국인인 것을 확인하길래 예약했던 업체 주인장의 이름을 내뱉었더니 바로 '웰컴' 인사를 날린다.
덥고 찌는 적도 근처의 사막, 오후 1시.
황무지 벌판엔 자연스럽게 투어 예약자들이 낯선 곳에 버려진 아이들 같은 표정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나도 그 무리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