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작가 Mar 09. 2016

#14. Damascus in Syria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

여정 : 또 다른 도시를 향하여

 2010. 08. 09.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로


팔미라의 선라이즈를 보고 싶었다. 4시에 눈이 떠지기는 했다. 1시간여쯤 일어나지 못하고 뒤척이며 왠지 모르게, 귀찮아졌다. 비몽사몽 씻고, 짐을 챙기고 보니 6시다. 생각해보니, 이미 태양께서 떠올라 계신다. 늦었지 뭐. 그렇게 팔미라에서의 일출을 놓쳤다. 계획대로 되지않는 일정에 그러려니, 한다.

이제, 다음 여정으로.

엊저녁에 만난 한국 아가씨가 다마스쿠스행 티켓이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던 게 생각났다. 그녀는 팔미라에 반해 일주일씩이나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사실 열주와 무너진 돌기둥밖에 없는 유적, 과거엔 영광의 제국이었겠지만, 그야말로 황무지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거의 영광이 상상 속에 펼쳐지는 것만 같은, 그러한 땅에 반한 이들이 많았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호텔에서 나와 ‘아름다운 폐허’의 입구에서 나름의 작별인사를 했다. 함께 감동을 나눈 사람 없이 오롯이 혼자 그 공간에 머물다 나온 느낌이 마치 꿈을 꾼 것 같다.


‘현실 속에서 누군가와 그 장면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다. 그리고 언젠간 다시 한번 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기대했고, 멋졌다.'


라고 그날의 일기에 적혀있다. 2015년 8월, IS가 팔미라 뮤지엄의 유적들과, 팔미라의 그 멋진 기둥들을 파괴하는 모습이 뉴스로 송출되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날을 다시 회상하니 진짜 전장으로 스러진 안타까움에 왠지 그날 아침 너무 일찍 그곳을 떠나온 것이 더 아쉽게 느껴진다.


가슴 아프다. 땅이 무슨 죄라고, 그마만큼 그들을 절박하고 공격적으로 만들게 된 것이 무엇일까.

옆방에 묵었던 미국인들에게 굿바이 인사를 하기엔 좀 너무 이른듯하여.. 그냥 호텔을 나섰다. 택시를 잡고 가격을 불렀다. 이젠 이 동네에서 흥정이고 뭐고 없다. 내가 생각한 적정 가격을 내면서 “사기 치면 혼난다~! 는” 눈빛을 쏘아줄 수 있게 된 셈이다. 합승하며 30파운드를 주었으니 오늘은 홀로 50주고 내렸다. 값이 넉넉하니 흔쾌히 응한다. 어설픈 여행자로서는, 어설프게 흥정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정신건강에도 좋고 여러모로 맘이 편하니.


버스 정류소라는데 역시 황무지 같은 어느 길 한복판에 내려주었다. 사방이 아무것도 없는 교차로. ‘사하라 카페’라는 상호의 작은 구멍가게.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 나온 사막처럼 황량했다. 좀 떨오진 곳에 가게가 있긴 했지만 팔미라를 경유하는 유일한 버스회사인 카드무스의 티켓을 파는 아주 작은 티켓박스를 같이 운영하고 있다. 한 사람이 대략 들어갈 만한 미니 부스에서 조그만 창구를 내고 버스표를 팔았다.

팔미라에는 유적지 답지 않게 그럴듯한 버스정류소조차도 없다. 서양인들이 이곳까지 유람을 오기에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시리아 인들의 반미감정을 어렴풋이나마 나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나름 중동의 Must-SEE '3p'중 하나인데도 그렇다. 시리아인들의 무심함이 또 한 번 안타깝다. 땅도 크고 유적도 많지만, 그들에겐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이제 나의 문제로 돌아가서- 다마스쿠스행 버스는 역시 만석. 무심하게 “full. ”이란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어떤 사람이 계속 다마스쿠스 어쩌고 말을 걸었는데, 호객용이었나 보다. 중동인들은 가끔 대책이 없다. 못 알아듣는다고 하는데도, 자기 나라말로 계속 얘기를 하면 어쩌란 건지. 바디랭귀지도 한계가 있는 건데, 이들은 조금 심하다. 포기가 없다. 약 15초간 고민하는 중, 작은 부스에서 사람이 나오더니 홈즈Homes라는 도시에서 갈아타라고 알려준다. 홈즈는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시리아 여러 방향에서 오는 버스들이 경유하는 곳이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 일단 홈즈행 표를 샀다.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아랍어 버스표를 확인할 수 있는 눈치가 생겼다. 도시명은 론리플래닛에 나온 아랍어 지명과 대조하고/ 날짜 및 시간을 확인한다. 읽기 힘든 오리지널 아라비아 숫자(혹은 페르시아 숫자라고도 부르는)를 사용하기에 숫자 확인은 집중. 대부분의 표에 탑승자 이름을 적는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다 적는다. 표에도 적고, 장부에도 적고, 티켓 사본에도 적는다. 컴퓨터, 기계, 타자기 같은 것은 보기 힘들다. 일일이 볼펜으로 적고 적고 적는다. 그러니 느리다. 버스표를 살 때도 여권이 필요하다. 국경들을 통해서 여러 인종들이 드나드니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다. 이제껏 다녀본 곳 중에서 시리아만큼 여권을 많이 꺼내보인적이 없다.


7시 30분, 드디어 버스 출발.  카드무스 회사의 버스는 어제완 달리 에어컨이 잘 작동한다. 다행이다. 2시간여 꿍짝 거리는 정체모를 아랍 가요를 배경 삼아 졸고 났더니 2시간 만에 홈즈에 도착했다. 작은 시골 도시라 생각했는데 나름 교통의 요지였나, 홈즈의 버스터미널은 제법 복작복작 사람들이 모이는 모습이다. 오피스를 둘러보니 대략 20여 개. 여기서 다마스쿠스행 버스를 물어물어 찾는데, 갑자기 어떤 소년이 본격적인 호객을 사작했다. 좋은 버스, 큰 버스라고.. 등등. 대부분 나이 든 시리아인들은 영어에 서툰 반면 어린아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외려 외국어(영어)에 좀 눈을 뜬 경우가 있나 보다. 대부분 이렇게 어린아이들을 끼고? 많은 상점이나, 가게, 오피스 등등에서 영업을 한다. 어쨌든 꼬마의 쉬운 영어로 우리가 말이 통하니 반갑다.

 

갈아탈 버스회사 이름은- 스타버스. 오피스에 번듯이 걸어놓은 버스 사진이 그럴듯해 보여 20 정도 비싸 보였지만, 다른 곳을 알아보지 않고 그냥 표를 끊었다. 버스는 10시 15분에 출발한다면서 5분이나 늦게 와서는 10분이나 늦게 출발한다. 이런것도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이제껏 중동에 와서 타본 버스들 중 최고로 좋은 시설. 우리나라 우등버스보다 약간 더 아늑하고 버스 중간중간 lcd패널이 펴져서 2시간 동안 성룡의 영화를 감상하며 왔다. 예전에 본 것이었길래 망정이지 홍콩식 광둥어? 자막과 아랍어 자막이 겹쳐서 나오는 영화를 무슨 수로 감상할 수 있었겠나.  2시간이면 도착한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쾌적 그 자체였다.


1시경 다마스쿠스 도착. 풀만 버스터미널은 다마스쿠스 북쪽에 위치한다. 암만에서 경유할 때는 꽤 비싼 택시비를 준 게 배 아파 이번엔 시내버스를 이용해 보기로 한다. 역시 말이 안 통하지만 대략 시티 센터를 말하니 알아듣고 버스를 가려 탈 수 있게 도와준다. 가리키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표 같은 티켓을 10파운드에 샀다. 어느 도시나 시내버스는 노선을 잘 고르면 투어 버스 부럽지 않다. 생전 처음 보는 중동의 화려한, 큰 도시는 역시 수도라 할만큼 대도시였다. 다마스쿠스의 첫인상을 살피며 한껏 시내 구경을 하다보나 시내 중심의 랜드마크 시타델이 보였다. 오랜만에 다시 도시 구경, 사람구경, 시장구경에 한껏 신이 났다.

다마스쿠스의 멋진 시장, 메디나 입니다.
이 동네는 호텔마다 로비에 이렇게 아름다운 로마실 작은 분수를 잘 갖춰놓고 있다. 더운 나라다 보니, 자재는 모두 대리석 같은 돌덩이로, 시원시원



이전 14화 #13. Palmyra - 사라진 제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