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공간도 존재하다니
2015/12/31 마지막 날, 지는 해를 소금사막에서 바라보다.
2015년은 그야말로 나에게는 신나는 해이기도 했다. 기적과도 같이 즐거운 파견 생활도 경험하게 되었고, 내가 모르던 세계의 훌륭하신 선생님들도 만났으며, 업무로 찌들었던 몸을 좀 다스리면서 본격적인 운동도 배웠고, 또 친구들도 사귀고. 내 몸과 마음이 좀 편해지니, 가족들에게도 좀 더 너그러워지고.
무엇보다 이 먼 땅까지 오게 되는 큰 계획을 진짜로 실행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내가 이전엔 꿈꿔본 적 없는 기적적인 일인 셈이다. 그렇게, 행복한 한 해를 뭔가 기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중 하나의 장소가 우유니 소금사막이었다.
누구든 이 여행지의 이미지를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특히 이렇게 멀리 존재하는, 쉽게 만날 수 없다는 현실은 더욱 그 '욕망'을 커지게 한다. 특히 이집트의 사막, 요르단, 시리아의 황무지, 아프리카 사하라의 사막 등의 제법 거친 사막 여행을 여러 차례 경험해보면서 우유니의 소금사막이 너무나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여러 가지 이유들로 꾸역꾸역 미국-페루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 사막 같은 공간은 정말 우주 속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공허함을 경험하게 해주는 묘미가 있는 장소임엔 틀림없는데, 이러한 장소일수록 생명체 혼자 이러한 공간에 들어오게 두지 않는 '현지'의 시스템이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혼자 떠난 여행의 묘미를 즐기고 싶었는데, 오히려 이렇게 황무지를 찾는 과정은 '시스템적으로' 홀로 내버려 두지 않기에, 외롭지 않다. 아이러니다.
3시 반. 낮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 첫 선셋 투어에 합류했다. 조금은 의도적으로 한국사람 위주의 그룹에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써넣었다. 이 투어가 아직, 낯설기도 했고, 오랜만에 한국말을 좀 하고 싶기도 했다. 여행사에 붙은 그룹별로, 차례로 차량에 탑승한다. 사륜구동 차량에 1 차량에 7명의 관광객으로 꽉 들어차 출발. 현지인 운전자까지 총 8명이 한 팀을 이룬다. 아스팔트를 벗어나 덜컹거리는 사막 한가운데로 차량이 들어가면, 오프로드 투어의 묘미가 살아난다. 줄지어 떠나는 차량들은 조금씩 간격을 두긴 하지만,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분노의 질주'같은 드라이버의 묘기, 드래프트 같은 신나는 기술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주로 이런 투어에 참여하는 이들은 20-30대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들의 '기술'에 신나는 환호를 보내주기도 하고, 즐거운 비명으로 서로의 에너지를 나누었다.
본격적으로 소금사막 구역으로 진입하면서, 몇몇 스폿에 정차하고 감상의 시간을 가진다. 사실 감상이라기보다는 '촬영'의 시간이라 보는 게 적절할 것인데, 나도 뭐 액션캠, 미러리스, 아이폰- 되는대로 가능한 이미지는 무작정 찍어댔으니.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여행사 '브리사'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이런 관광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브리사 투어 가이드 들이 한국 배낭여행객들과 다니며 '촬영 기술'을 익힌 덕에 더욱 유명해졌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사진 실력'은 부정할 수 없는 능력인데, 신기하게도 한국사람들은 어느 관광지를 가도 사진 남기기에 꽤 정열을 쏟는 편이며, 이미지의 가공에도 꽤 '진심'이다. (순전히 주관적 경험치에 따른 비교일 수도 있지만) 그 사진 이미지를 위해 꾸미는 패션/차림새/ 메이크업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나같이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런 광경을 종종 목격하다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쨌든 이 가이드 양반들은, 꽤 다양한 촬영기술을 섭렵해서 투어에 십분 활용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 (소품까지 동원해서) 원근감을 활용한 사진, 그림자를 이용한 실루엣 사진 등등, 우리 팀 가이드도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공허한 사막이지만, 이런저런 사진 찍기 놀이로 떠들썩, 들썩들썩, 즐기는 사이, 해가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