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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흥식 Jul 20. 2018

쿵하고 넘어진 아이, 이가 빠졌다면?

이가 빠졌을 땐 바로 우유를 사자


종영된 지 좀 됐지만, 한때 아이들 사이에선 신드롬과 같았던 TV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위기탈출 넘버원! 


일상생활 중 벌어질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부터 다양한 실험을 통한 검증까지 더해져 백 마디 말보다 더 생생하고 설득력 있는 안전 길라잡이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나름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었더랬죠. 치과전문의다 보니 그중에 눈에 띄는 응급대처법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이가 부러지거나 빠졌을 때 해야 하는 행동들이었습니다.  



만약 뜻하지 않은 외상으로 인해 이가 빠졌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위기탈출넘버원 좀 봤던 아이들이라면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줄 수 있을 텐데요, 

정답은 바로 빠진 치아를 우유나 식염수에 담아서 최대 30분~1시간 이내에 치과를 방문해야 한다는 겁니다.  



# 왜 우유나 식염수일까? 


치아가 완전히 빠졌을 경우엔 최대한 빨리 치아를 제자리에 심어야 하는데, 이런 치아 재식을 위해선 치아의 치주인대세포를 살리는 일이 아주 중요하죠. 그래서 치근막이라고 하는 치아 뿌리의 막이 손상되거나 마르지 않도록 치과 치료 전까지 잘 보존해야 합니다.  



치아탈구 발생 시 저장액으로 사용하는 HBSS라는 용액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때 치주인대세포의 농도와 가장 비슷한 우유나 식염수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물질의 오염을 막고 세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저장액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식염수 등으로 이물질을 가볍게 털어낸 뒤 치아를 우유나 식염수에 담가 둡니다. 혹시 이런 것들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치아를 혀 밑에 넣어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간혹 치아에 묻은 이물질을 털어내겠다고 물로 빡빡 씻는다거나 물에 담그는 경우도 있는데, 치근막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치아가 물을 흡수해 세포가 터져버릴 수도 있으니, 이런 방법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 부러진 치아를 살리는 키 포인트 


1. 골든타임을 지켜라!  

- 치아재식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완전히 빠진 치아의 예후는 치아 주변 조직의 손상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시간이 경과할수록 성공률이 급격하게 저하되기 때문에 마지노선은 최대 1시간까지, 가능한 한 30분 이내에 치과나 응급실을 방문해야만 합니다. 초기 응급처치, 의사의 처치 시간 역시 치아의 보존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침착하게 치아를 살릴 수 있는 응급처치 매뉴얼을 잘 따라주세요.  


2. 치아 뿌리를 지켜라! 

- 부러진 치아를 집을 때는 치아의 뿌리가 아닌 머리 부분을 살짝 들어 올려 최대한 치주인대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빠진 치아를 강제로 제자리에 밀어 넣는 것도 감염이라든가 뿌리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말했듯이 내 치아를 살리기 위해선 치주인대세포가 중요한 만큼 마르지 않게, 이물질에 오염되지 않도록 식염수나 우유에 담가줍니다. 이렇게 최대한으로 살려낸 치아는 원래 위치에 다시 심고, 잇몸뼈와 치아가 다시 잘 붙을 수 있도록 약 2주 정도 옆의 치아들과 연결해 고정시켜줍니다. 이후에 신경치료 및 추가적인 치료 후 여러 검사를 통해 치아가 잘 자리 잡았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이밖에도 출혈이 되는 부위를 빠르게 지혈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출혈이 계속되면 거즈와 솜 등으로 눌러주거나 없으면 손가락을 이용해서 2~3분 정도 눌러주면 대부분 지혈이 됩니다.   




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는 인체 부위 중 턱과 치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안팎, 특히 어린이의 20~30%가 얼굴과 치아에 외상을 입는다고 하죠. 그중에서도 주로 위턱 앞니를 다치는 편인데요, 치아의 손상은 곧 턱관절과 얼굴 골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아이들의 경우 치아가 부러지지 않도록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유치가 심하게 손상을 입은 경우라면 무리해서 살리기보다는 미리 뽑아서 영구치를 보호하는 방법도 있으니, 치아가 빠졌다고 해서 당황하지 말고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안심시키는 것도 신속하게 치과적인 응급조치를 해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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