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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풀 Oct 07. 2021

두목의 조건

방탄조끼, 지갑, 형

10월이다.

직장인들에겐 1년의 결실을 평가 받는 ‘저지먼트의 심판데이’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인사고과는 상대평가다.

팀원이 열 명이라면, 열 명이 다 잘 해도, 누군가는 최하점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S축배가 다른 이에겐 C독배로 건네진다.


평가철 무렵이면, 괜스레 선배가 애틋하거나 서운하다.

아껴줘서 고맙고, 약삭빨라 야속하다.

  기대고 배우고 두목이 그리워진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했던 두목의 모습을 반추해 본다.

그들은 내게 총알을 막아주는 방탄조끼고, 땀의 대가를 베푼 지갑이었고, 정을 나눠준 형이었다.


1. 방탄조끼

본인은 후배를 야단치더라도, 다른 상급자의 질책과 비난에 대해서는 막아준다.

두목보다 높은 사람의 폭풍갈굼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본인이 필터링 후 이성과 냉정으로 지적사항을 전달한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엔   일에 숟가락 얹고, 안된 일엔  , 본인  먹으면 심야 시외 할증 붙여 살풀이 한다.


2. 지갑

혼낼 때 혼내더라도, 가끔 소주 한 잔 사준다.

가급적 본인 돈으로.

꼭 베푸는 액수에 비례하지는 않지만, 아랫사람이 '적어도 내가 두목에게 지갑을 열 만큼 소중한 사람'이라 생각케 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업무에 대한 성취동기를 심어준다.

하지만  지갑은 강산이 변해도  열고, 오히려 출장 가는 부하에게 출장비로 선물 사오라고 압박 주는 놈들도 있다.

이런 인간들은 보통 팀원 복지예산을 제 돈으로 생각해 회식도 거의 안한다.

심지어 그 팀비로 자기 식구 식사하고, 회사에서 떨어지는 콩고물 주워서 집에 가져가기 바쁘다.

쉽게 표현하면, 절약정신 투철한 척하는 '도둑노무 시키'다.


3. 형

14살 중팅이니 25살 예비역 복학생이나, 조직사회에 대한 고민은 차고 넘친다.

10개월차 신입사원도 10년차 과장도 마찬가지다. 피로와 주눅에 찌든 후배에게 따뜻하게 말 한 마디 건네보자.


"힘들지? 난 너보다 더했어. 이따가 소주 한 잔 할까?"


자판기 커피에 담배  개비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든, 두목은  순간부터 후배에겐 상사에서 형으로 가까워진다.


"회사는 2차 집단이니 공사 구분 똑바로 해!"


이런 이상적 신념을 가졌더라도, 1년에   얼큰하게 취해보자.


 "형이 너 키워준다!"


허세  부려보자.

너무 맑은 물엔 고기가 안 모인다.


그러는 난 어땠을까?

총알 막다가 총알 맞고, 지갑 열다가 배신감에 뚜껑 열리고, 형이 되려다가 ‘어이, 김형이나 ‘이봐, 형씨 됐던  같기도 하고

어쩌면 내가 뒤통수와 눈탱이를 날렸던  중의  ‘배은망덕이었던 적도 있는  같고.^^;;


어?

배은망덕이 배로 은혜를 망할 때까지 갚는 게 아니라구?

응, 그럴 줄 알았어.^^;;

갑자기  사수 영섭이형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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