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바람이 매섭던 지난 밤, 동수 형과 또 다른 동수 형과 함께 단출한 모임을 열었다.
40대 사내들의 점잖을 듯한 자리였지만, 중년의 외로움과 정겨움에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았다.
자정을 넘기고도 한참 지나서야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새벽 두 시 가까운 시간, 취기가 제법 오른 채 택시에 올랐다.
"개포동 가주십시오."
"네, 고속도로 타겠습니다."
택시가 잘 안 잡혀 찬 바람에 시달린 탓인지, 차 안이 유난히 아늑하고 포근했다.
"손님 다 왔습니다."
기사님 말씀에 정신을 차렸다.
깜빡 잠이 들었던 것 같다.
택시에서 내리다가, 앉았던 자리에서 네모 반듯한 물체를 발견했다.
잠에 빠져, 깔고 앉고도 느끼지 못했나 보다.
꽤 취한 상황이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머리를 스쳤다.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기사님께 전화기를 맡기는 게 망설여졌다.
그렇다고 그냥 두고 내리자니, 다른 승객이 가져갈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폰을 들고 집에 들어왔다.
암호가 걸려 있어 전화번호를 알 수도, 걸 수도 없었다.
시계는 새벽 세 시를 알렸다.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몰려오는 피곤과 졸음에 잠에 빠지고 말았다.
정오 무렵 잠에서 깼다.
어제 못 본 미생 재방송을 보는데, 오상식 차장이 휴대폰으로 신입사원들에게 사진을 전송하는 장면이 나왔다.
'아차, 휴대폰!'
주운 전화기엔 분실폰 안내 문자로 들어와 있었다.
고객센터에 연락하려고 클릭을 했지만, 잠김 때문에 통화가 불가능했다.
결국 내 전화기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긴 절차를 거쳐 상담원과 연결됐다.
"수고 많으십니다. 전화기를 주웠는데 잠겨 있어 전화를 걸 수 없습니다."
"일련번호도 찾기 힘드시겠네요?"
여기 저기 전화기를 살펴봤지만, 통 찾을 수가 없었다.
"네. 안 보이네요. 분실한 분한테 연락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그렇다면 저희도 딱히 연락을 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상담원의 목소리에도 고민이 묻어있는 듯 느껴졌다.
무엇보다 애타게 전화기를 찾을 주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 5월, 휴대폰을 도난 당하고 겪었던 분노와 절망감이 떠올랐다.
"네, 그러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행히 긴급통화 기능은 살아있어, 112로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안내 경찰관과 통화하니, 주인 번호를 알려주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관할지역 경찰관을 보내준다고 했다.
10분 정도 지나 경찰관이 집 앞으로 찾아왔다.
정황을 설명하고 폰을 건넸다.
사실 전화기 주인과 통화되면 어떻게 할지 고민스러웠다.
퀵서비스를 불러야 할지, 배송비용은 어떻게 지불해야 할지~
다행히도 112에 신고하며 모든 게 간단히 해결됐다.
분실한 이가 전화기를 건네받고 느낄 안도감을 생각하니, 괜스레 내 마음이 흐뭇하다.
그나저나 5월에 잃어버린 내 전화기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광활한 중국대륙을 떠돌고 있을까?
혹은 몽골의 대초원에서 양떼와 함께 유목생활에 한창이려나?
부디 나쁜 짓에만 사용되지 않으면 좋겠다.
"You must come back, 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