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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풀 Oct 12. 2021

'울버린’, 까칠한 오소리!

- 아버지처럼 외로운

마블 코믹스의 최고 인기 캐릭터는 ‘짐 로건’, 바로 ‘울버린’입니다.


엄청나게 까칠한 공격성에 괴력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자체 치료물질인 힐링 팩터(healing factor)가 무한정 분비되어, 다쳐도 금세 회복하고, 늙지도 죽지도 않습니다.

손등에서는 뼈로 구성된 발톱(claw)이 솟아나는데, 악랄한 군대 과학자가 이를 아다만티움(adamantium)이라는 최강금속으로 갈아치웠습니다.

아다만티움은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에서 왔는데, ‘부술 수 없는’, ‘가장 단단한’이란 뜻을 가졌습니다.

비싼 보석의 대명사 ‘diamond’도 이 adamas에서 유래했습니다.

재미있게도 한민족 영산 금강산의 금강(金剛: 쇠 금, 굳셀 강)도 이 금강석 다이아몬드와 인연이 있습니다.

생명이 움터오르는 봄의 금강산은, 금강석처럼 아름다워 붙은 이름이라네요.

한자풀이로는 단단해서 금강석이지만, 빛깔이 찬란한 다이아몬드는 고귀한 아름다움을 의미합니다.


사실 울버린(wolverine)은 북미에 사는 오소리종의 이름입니다.

늑대 wolf와 비슷한 발음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늑대인간(werewolf)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화 ‘엑스멘’의 영향이 큽니다.

원래 160cm에 130kg이나 나가는 땅딸보 오소리를, 188cm에 78kg인 늘씬 미남 휴 잭먼이 연기했습니다.

강인하고 야성적인데, 훤칠하고 미끈한 우두머리 늑대가 생각날 수밖에 없습니다.


북미오소리 울버린도 늑대처럼 거칠고 강인합니다.

실제로 울버린은 울프에서 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말 오소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오솔길로 다니는 짐승’이란 유래설이 가장 보편적인데요.

오솔길은 ‘외솔길’에서 변화한 말입니다.

외는 ‘외나무다리’나 ‘외아들’처럼 ‘동떨어진 하나’를 뜻하고, ‘솔’은 ‘가늘고 좁다’란 뜻을 가졌습니다.

송곳이나 소나무(솔나무)도 같은 뿌리를 가졌다는 신문기사가 기억납니다.


호랑이나 멧돼지 같은 떡대 큰 짐승들이 다니기 힘든 좁고 호젓한 길.

이 오솔길의 제왕 오소리는 겁 없이 세상을 호령하며 살았답니다.

실제로 캐나다의 야생 울버린 다큐멘터리에선, 겁 없이 늑대무리에 맞서다가 물려죽는 울버린들이 소개되더군요.


그래도 울버린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히어로입니다.

아다만티움 중독으로 늙고 병들어가던 울버린이, 나쁜놈들이 자신의 유전자로 만들어낸 딸을 위해 목숨을 던졌던 작품 ‘로건’.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 대한 연민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는 오소리 같은 분이었습니다.

넉넉잖은 집안 11남매의 장남은, 아주 어린 나이에 객지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타향살이 소년의  곯고 외로운 시절, 약삭빠른 어른들에게 이용 당하기도 하고, 사나운 이들과 맞서 함과 서러움에 쓰린 날들을 보내셨습니다.

더 거칠고, 더 날카롭게 맞서는 게, 생존의 지혜란 신념을 갖게 되셨습니다.


그러한 생존방식으로 자식들도 훈육했습니다.

아이들과의 싸움박질에 얼굴에 상처라도 나서 오면, 더 혹독하게 매를 드셨습니다.

왜 다퉜고, 어떻게 화해했는지는 묻지 않으셨습니다.

가끔 모진 내 성격엔, 어쩌면 어린 시절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살갑게 보듬지 못한 대신, 먼발치에서 자식을 바라보셨습니다.

중학교를 1등으로 들어갔을 때, 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을 때조차, 아버지는 웃음짓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곤 다른 곳에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셨습니다.


“공부 잘한다면서? 아버지가 네 얘기 나오면 가끔 한턱내신다.”


세월이 지나, 내가 아버지를 떠날 때만큼 아들이 나이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어려운 존재입니다.

아이와 살갑게 지내려고 애쓰지만, 어쩌면 나도 아들에겐 내가 느끼는 아버지 같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치열하고 사납게 맞섰던 시절의 모습을, 아들은 기억하는 듯합니다.

어쩔 수 없겠지만,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듭니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오소리의 삶을 살아가나 봅니다.

작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좁은 오솔길 위에서 거칠고 투박해야 했던.

살갑지 못해 외로운…


갑자기 아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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