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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풀 Oct 16. 2021

행복한 아침

2015년 6월

고단한 아침이다.

일요일밤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거의 잠을 자지 했는데, 어젯밤엔 술도 두어  마셨다.

눈꺼풀에 10kg짜리 덤벨이라도 달려 있는 , 눈을 뜨기가 버겁다.


늦었다.

밥을 먹고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게, 강력본드로 붙인 모양이다.

급히 씻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서며 소지품을 점검한다.

휴대폰, 지갑, 교통카드, 열쇠...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날씨가 더워지니 여인들의 옷차림이 하늘거린다.

이 와중에도 아름다운 건 다 눈에 들어온다.

이런 게 작은 삶의 기쁨이다.

어느덧 정류장 , 잠깐 고민하다가 눈을 붙일 생각으로 택시를 잡는다.


"봉은사역 가주세요. 도서관으로 우회전하셔서, 대치역 지나 쭉 올라가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기사님 목소리가 점잖다.

50대 중반쯤으로 보인다.


쪽잠을 청한다.

그런데 자꾸 고개가 꺾인다.

아저씨 운전이 급하다.

앞차와 유지하는 거리가 아주 좁고, 급가속에 급차선 변경이 자주 반복된다.

깜빡이 같은 건 아예 넣지도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오른팔을 뻗어 천장에 달린 손잡이를 쥐었다.

이 모습을 봤는지 아저씨가 한 마디 던진다.


"제가 운전을 좀 급하게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걱정하지 마세요. 운전만 37년째에요."


"아... 네..."


"열일곱 살때부터 무면허로 운전하고, 카레이서 생활도 10년 했어요. 그 땐 르망에 스쿠프에 티뷰론이었는데..."


37년 운전 경력과 무면허 운전, 그리고 카레이싱이란 키워드로 머리를 돌돌 굴린다.


'안전할 거야. 그래, 별일이야 있겠어.’


이제는 1차선에서 3차선까지를 종횡무진 질주한다.

방향지시등이나 안전거리란 단어는, 기사님에게 모욕감을  보다.

골목에서 차가 튀어나오지 않기만을 소망할 뿐이다.


어느덧 택시는 회사 앞.

예상보다 3분 정도 빨리 도착했다.

피로가 후다닥 달아났다.


행복한 아침이다.

목숨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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