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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풀 Nov 30. 2021

추억은 추억일 뿐

2013년 11월

국민학교를 졸업한  13년이 지날 무렵, 대한민국에 아이러브 스쿨 열풍이 일었다.


그립던 친구들을 다시 찾았다.

가슴속엔 슬그머니 풋사랑의 설렘도 일었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자란 서로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존댓말을 건넸다.

머쓱한 웃음과 함께 악수를 나눴다.


꿀짱구와 뽀빠이를 오물오물 씹던 입에 차가운 맥주와 1년에 한 두 번 구경했던 닭튀김을 넣었다.

올라오는 취기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옛추억을 돌이켰다.

우정은 영원한 거라고, 국민학교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외치곤 했다.

정겨움과 설렘에 심야영화도 보고, 모꼬지도 다녀왔다.


하지만 모임이 잦아지며, 점차 부작용도 생겼다.

과거의 100 성적표에 집착하며 울먹이는 아이, 갑자기 커진 덩치에 작은 사람들을 얕보는 녀석, 흠모했던 아이에게 들러붙는 ,   만진다고 대는 놈까지 안쓰러운 모습들이 속속 드러났다.

어른의 모습이었지만, 어린 시절 자기밖에 모르고 야비했던 녀석들은 그 기질이 여전했다.

천성은 때려죽여도 변하지 않는단 말이 떠올랐다.


미래가 불안한 IMF시대였다.

저마다 치열한 하루 하루를 보내던 무렵이었다.

피곤하고 골치 아픈 자리는 피하는 게 현명했다.

자연스레 모임이 갈렸다.

살림살이와 성적표 숫자가 비슷한 아이들끼리 헤쳐모였다.

국민학교 그 시절처럼...


그렇게 미래를 준비하고, 직장을 잡고, 가정을 꾸리며, 본래의 자리와 관계로 돌아갔다.

인터넷 보급이 몰고 온 아이러브 스쿨의 광기는 그렇게 시들었다.


정확히 13년 후, 새로운 네트웍 열기가 일기 시작했다.

이번엔 모바일 인터넷 기반의 '밴드'다.

스마트폰으로 글에 대한 실시간 체크와 반응이 가능해지며, 게시판의 채팅화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으로 과장으로 고단하고 무료했던 일상에 소소한 기쁨이 이는 듯지만, 미친 듯 이어지는 잡담과 푸념에 알람을 해제해 버렸다.


일상은 일탈에 방해 받아선 안된다.

피가 식었다.

설렘은 순간이다.

이젠 어디로 가야할지 명확하다.

추억은 추억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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