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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풀 Jan 30. 2022

[곱슬머리를 펴다] #4. 또 만나요

딕 훼밀리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그녀가 몸을 피하면 어떡하나? 혹시 따귀라도 맞는  아닐까?'


번민의 순간이 절정에 다다를 무렵, 갑자기 흐르던 음악이 끊기고 새로운 노래가 울려 퍼진다.


"빠빠빠 빠빠빠~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딕 훼밀리의 '또 만나요'에 그녀가 살며시 눈을 뜬다.

부스스 몸을 일으키며, 잠에 취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내일 시험이라면서, 들어가 봐야 하지 않아?"


당황스런 상황에서 황급히 대답이 나온다.


"어, 맞아. 그래."


어두운 불빛 아래 엉켜 있는 서로의 모습에 둘 다 서먹하게 시선을 피하고 만다.

가게에서 나와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다.

손님이 없어 사장님이 가게를 일찍 닫은 모양이다.

아니면 괜히 우리 모습에 심통이 났던 것 같다.


"민주야, 집 어디야?"


"천호동, 여기서 택시 타면 금방 가."


택시를 기다리며 머쓱한 정적이 흐른다.

꿈결처럼 아늑했던 설렘에 당혹감과 아쉬움이 뒤섞인다.

그녀가 말을 건넨다.


"홍기야, 너 시험 공부할 거 많아?"


갑작스런 물음에 대답이 엉켜버렸다.


"아... 응... 아니, 그렇게 많지는 않아. 정리해둔 거 한 번만 읽어보면 돼."


그녀가 살포시 웃으며 말한다.


"그럼, 우리 맥주 한 잔만 더할래?"


민주의 말에 다시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다.


"안 늦었어? 부모님 걱정하시지 않아?"


그녀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한다.


"괜찮아. 어차피 택시 타고 가는 거라서. 좀 전에 언니한테 삐삐쳐서 통화했는데, 엄마 아빠 주무신대."


"어, 그래. 그런데 술집 다 문 닫은 시간인데 어디서 마시지?"


내 물음에 그녀가 가만히 대답한다.


"너 이 부근에서 자취한다면서...?”


- 다음편으로


https://youtu.be/YxZUr0_n9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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