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멋부림
멋을 잔뜩 부린 글을 나중에 다시 보면 멋쩍습니다.
아래 단어들을 거꾸로 읽어보겠습니다.
- live —> evil, lived —> devil
- law —> wal(l)
“인간의 삶(life)은 악하고(evil), 생을 마치면(lived) 악마(devil)가 된다. 살아가는 동안, 법(law)이라는 권위를 맹신하며 서로 벽[wal(l)]을 쌓는다.”
1994년 여름, 대학가 만화방에서 허영만 작가의 작품 ‘비트’를 봤습니다.
영민한 금수저 여주인공 로미가 똑똑한 척하며 수작을 거는 선배를, live와 evil로 머쓱하게 만드는 장면이 강렬했습니다.
그 모습에 가슴이 일렁였던 것 같습니다.
그날 일기장에 ‘lived’와 ‘law’로 살을 붙여 윗글을 끄적대 놓았습니다.
20년쯤 지나 낡은 일기장을 보다가, 얼굴이 따끔거릴 만큼 민망했습니다.
창피함에 화끈거림이 커지면, 제 얼굴은 종종 따가워지곤 합니다.
그래도 그 고민과 시도 덕분에 필력이 자랐던 것 같습니다.
푸릇했던 시절 쓴 이야기들 중에, 얼개와 표현 모두 맘에 드는 글은 손에 꼽을 만큼도 안 됩니다.
부지런히 쓰고 다듬고 다시 읽다 보면, 글이 익습니다.
글이 더 맛나집니다.^^;;